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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엔 山寺의 풍경소리에...

올여름엔 山寺의 풍경소리에...

사찰 여행이 자신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숲이나 오솔길에 몸을 맡기며 오로지 나를 위한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사찰 주변을 걸으며 숨을 가다듬고, 세상에 대한 흥미를 일깨우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고즈넉한 산사에서는 휴대전화도 꺼두어야 한다. 오로지 나를 찾아 떠나는 사찰 여행은 번거롭지도, 경비가 부담스럽지도 않다. 마음만 충분히 다잡고 그저 훌쩍 떠나면 된다. 사찰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정보를 준비하면 더욱 좋다. 템플 스테이를 마련한 사찰마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절과 관련된 이야기나 역사적인 사건도 흥미롭게 배울 수 있다.





▶공주 마곡사

맨발로 걸으며 ' 참 나’를 찾는다

길이 사람의 마음을 열고 생각을 바꾼다고 했던가.

마곡사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은 머리가 상쾌해지는 신록터널이다. 택리지나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 가운데 한 곳이 바로 마곡사다. 전쟁의 참화가 비껴간다는 십승지 중 한 곳으로 거론되는 것은 마곡사가 품고 있는 계곡과 산이 절을 감싸고 있어서다.

마곡사는 한때 김구 선생이 은신했던 곳이라고 한다. 김구 선생은 명성황후 시해 사건 후 일본군 특무장교를 처단하고 마곡사 백련암에서 실제로 3년 동안 스님 생활을 했다.

백련암은 마곡사에서 2㎞ 남짓 소나무 숲길을 따라가면 태화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마곡사를 품고 있는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고 요사채 옆에 사시사철 끊이지 않고 땅속에서 나오는 약수가 유명하다. 절집은 거대하지 않지만 마음을 다독이고 큰 생각을 품게 하는 편안한 공간이다. ‘자비 명상 템플 스테이’로 대표되는 생활공간도 대광보전 옆에 있다.

마곡사 템플 스테이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발우공양. 절에서는 밥 먹는 것도 수행이다. 발우는 스님들의 밥그릇을 말한다. 스님의 죽비 소리에 맞춰 합장을 하고 4개의 그릇을 펴고 밥그릇과 국그릇, 반찬그릇, 물그릇을 펴고 스님이 직접 발우공양을 시연하면서 진행한다. 마곡사는 하루에 한 번 이상 발우공양을 한다.

얼핏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마곡사 발우공양은 깐깐하다. 발우공양 때 묵언은 필수. 가장 작은 발우에 설거지물을 먼저 받아 놓고 국과 밥, 김치를 포함한 몇 가지 반찬을 먹을 만큼 담는다. 그리고 가장 먼저 적당한 크기의 김치 한 조각을 골라 국에 잘 씻은 다음 입에 넣어 양념을 다 없애고 밥그릇에 붙인다. 소리 없이 음식을 다 먹고 나면 밥그릇에 물을 받아 씻어 놓은 김치조각으로 밥과 국, 반찬 그릇을 깨끗이 닦는다. 그리고 그 김치 조각을 먹고 그릇 닦은 물을 마신다. 그 다음 맨 처음 받아 놓았던 설거지물로 다시 그릇들을 손으로 깨끗하게 닦는다.

마곡사 템플 스테이는 단체나 참가자의 성격에 따라 다른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자비 명상’이다. 자비 명상은 특별히 규정된 형태 없이 ‘마음 바로 보기’‘감사 명상’ ‘유서 쓰기’ 등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자비 명상 템플 스테이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을 통해 나의 마음을 반추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자연에 안긴 산사에서 잊고 있던 자신의 참모습을 되찾는 과정인 것이다. 자비 명상에 임할 때는 ‘내가 무엇을 얻겠다’는 욕심을 버리라고 한다.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면서 비워내는 것이 궁극적인 자비 명상의 완성인 것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 된다는 목적을 가지라고 강요하진 않는다. 자신을 비우겠다는 목적을 정하면 이미 그것은 명상이 아닌 집착이 되기 때문이다.

마곡사 템플 스테이에 참가하면 반드시 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맨발 산행. 두 시간 남짓 태화산 등산로를 걷는데 포행(걸으며 참선하는 것)의 한과정이다. 맨발로 걷는 산행에서 가시밭길, 자갈길을 넘으면서 자신의 호흡과 마음을 조절하며 자연을 즐기게 된다.





▶부안 내소사

변산반도의 노을을 품에 안다
절로 가는 숲길은 오래된 자연의 냄새를 품고 있다.

울창한 소나무 길이든 바람에 사각거리는 대나무 길이든 상쾌한 기분이 든다. 내소사 전나무 숲길이 그런 곳이다. 몸과 마음을 편하게 다스리고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는 휴식이 충분히 보장되는 곳, 그곳이 바로 내소사다.

유홍준 교수는 절집의 미학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아름다운 절로 내소사를 꼽은 적이 있다. 건축의 미학은 절집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절집의 독특한 구조도 중요하지만 일주문에서 시작해 주변 산세와 진입로, 그리고 절집이 조화를 이루어야 절의 미학이 완성된다는 말일 터. 실제로 내소사 일주문 앞에 서면 유홍준 교수가 내소사를 가장 아름다운 절로 극찬한 이유를 알 수 있다. 내소사 일주문에 도착하면 하얀

이마를 빛내며 마중하는 변산이 눈에 들어오고 일주문 너머 전나무 숲에 들어서면 마음이 자연스레 열린다.

일주문을 지나 경내까지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예쁜 산책 코스로 사랑 받고 있다. 월정사의 전나무 숲처럼 울창하진 않지만 세월의 흐름이 느껴질 만큼 장엄한 아름다움이 배어나 일찍부터 변산 8경 중 하나로 꼽혔다. 이 길은 사계절푸름을 자랑하기에 계절마다 맛이 다르다. 전나무 숲을 막 벗어나면 벚나무 터널 사이로 바위산과 천왕문이 보인다. 변산반도가 유명 여행지여서 번잡하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소사는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대웅전과 템플 스테이를 체험하는 요사채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한적하다.

내소사의 공양은 진수성찬이다. 바닷가와 가까운 덕에 해조류와 나물, 고기보다 맛있는 두부무침 등 그야말로 사찰음식 뷔페다. 내소사 템플 스테이는 연등 만들기, 스님과 함께 하는 다도, 108배와 새벽예불, 직소폭포산행 그리고 소원 빌기 산책까지 풍성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이 중에서도 내소사에서 청련암까지 산책하며 걷는 길이 예쁘고 명상의 시간을 갖기에 안성맞춤이다. 더불어 여유가 있다면 내변산의보석인 직소폭포까지 등산하는 것도 좋다.

다소 험하지만 변산의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풍경도 만나고 울창한 원시림 같은 계곡을 트레킹하는 기분도 일품이다. 계곡 트레킹에는 스님도 동행하는데 변산의 아름다운 풍경과 능가산 일대에 대한 전설도 재미나게 전해준다.





▶공주 마곡사

맨발로 걸으며 ' 참 나’를 찾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진짜 필요한 곳이 바로 안동이다. 봉정사를 찾아가면서 길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다. 봉정사로 들어가는 길은 솔숲과 굴참나무, 작은 폭포, 넓지도 좁지도 않은 길이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없다.

새벽 무렵 어둠이 채 가시기 전에 조용히 이 길을 걸어가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솔밭길을 조금 오르면 일주문이 마중한다. 봉정사에 오를 때는 주차장에 차를 두고 반드시 걸어가기를 권한다. 호젓한 산길을 걷는 재미, 가끔씩 무리 지어 피어 있는 들꽃, 아름다운 숲을 보며 걷는 맛이 차를 타고 가는 편안함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봉정사는 고개를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는 절이다. 대문인 만세루에는 시골집 대문 같은 통로가 있다. 고개를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는 작 문이다. 누구나 부처님이 계신 곳에 가려면 몸을 낮춰야 하기에 문을 작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만세루 정면에 대웅전(보물 제55호), 왼쪽으로 화엄강당(華嚴講堂, 보물 제448호), 오른쪽으로 승방으로 쓰이는 무량해회(無量海會)가 만들어내는 네모꼴의 마당이 있다. 만세루를 지나 대웅전 앞마당 석축을 오르지 않고 왼쪽으로 가면 또 하나의 네모꼴 마당이 있다. 정면으로 극락전(국보 제15호), 왼쪽으로 고금당(古今堂, 보물 제449호), 오른쪽으로 화엄강당이 만들어 내는 공간이다.

봉정사 극락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대웅전이 날렵한 팔작지붕이라면 극락전은 간결한 맞배지붕이다. 극락전은 부석사 무량수전처럼 아름답고 균형 잡힌 몸매는 아니지만 배흘림기둥의 고려 건축 양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건축물이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과 ‘동승’을 비롯해 여러 편의 영화를 봉정사에서 촬영했다.

봉정사는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과 일반인들에게 절집의 산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새벽예불과 108배, 영산암에서의 참선, 저녁예불과 다도 그리고 창건과 관계가 깊은 천등굴 산행 등 알찬프로그램이다. 봉정사 바로 옆 텃밭에서 풋고추, 깻잎, 상추 등을 이용해 즉석에서 공양을 한다. 발우공양도 체험하지만, 정말 시골 외갓집에서 먹는 것처럼 보리비빔밥에 나물을 가득 넣고 풋고추에 된장을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전통 연등 만들기는 봉정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봉정사 주지 문인스님은 2003년부터 매년 10월 일주문에서 전통등 전시회를 선보이면서 예술작품으로 높이 평가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전통등 만들기 강습과 체험을 병행하고 있다. 템플스테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전통등을 개인이 가져갈 수 있고 우수작품은 부처님 오신 날이나 10월 전통등 축제 때 전시된다.





▶해남 미황사

주지스님과 새벽에 차 한잔
삐죽삐죽 돋아있는 바위들이 인상적인 달마산.

달마산을 처음 대한 느낌은 금강산 같은 산세의 오묘함이다. 원시림에 가까운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리 잡고 굽이굽이 길을 내준 미황사 길은 편안하면서도 긴장된 즐거움을 선사한다.

미황사는 웅장하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찾는 즐거움은 크다. 뒤편 산자락과 잘 어울리는 산중턱에 아담하게 대웅보전이 앉아 있다. 대웅보전 주춧돌에는 다른 사찰에서 보기 드문 게, 거북 등 생물들이 새겨져 있다.

세월에 단청의 화려한 색깔을 털어버린 나무들의 색감은 단아하다 못해 투명하다. 대웅보전 앞마당 한가운데서 찰랑찰랑 쏟아내는 약수는 달마산의 암반을 뚫고 나온 천연 암반수라고 한다.

미황사는 신라 경덕왕 8년(749년)에 세워져 대선사를 많이 배출한 절이다. 절의 내력을 보려면 부도전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숲속으로 난 길을 들면, 소나무와 동백나무 사이 길을 따라 10분 정도 가면 부도 밭에 닿는다. 부도마다 새겨진 거북, 게, 새, 연꽃, 도깨비얼굴이 익살스럽고 꾸밈없다. 미황사의 최대 자랑인 부도전은 동부도전과 서부도전으로 나뉘며, 대흥사의 부도전보다 예술적으로 뛰어나다.

대웅보전 주춧돌에는 다른 데서 보기 드물게 거북,게 등 바다생물이 새겨져 있다. 대웅보전 앞마당에는 긴 석조(큰 돌의 내부를 파서 물을 담아 쓰거나 곡물을 씻는 데 쓰는 돌그릇)가 있다. 대중이 목을 축이는 샘터다. 인상 깊은 것은 한옥으로 새로 지은 절집들이다. 기품 있는 기와지붕의 맵시가 시선을 잡는다. 소나무 냄새와 무늬가 온전히 살아 있는 문간 겸 신발장인 마루는 아름답고 기능적이다. 요사채 밑으로 경사진 지형을 이용해 샤워시설까지 갖춘 세면장은 절집 생활이 불편하다는 편견을 없애준다.

금강스님은 퇴락했던 절집을 지금과 같은 미황사로 만들어 놓았다. 그는 손수 지게를 지어 돌을 나르거나 굴착기를 직접 운전해 흔적만 거나 다 쓰러져가던 전각들을 복원했다. 오죽했으면 그곳의 주민들이 ‘지게스님’이라고 별명을 붙여 주었을까. 몇 해 전 스님의 방에 초대돼 차를 마시며 조언을 듣는 행운이 있었는데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책들이 인상적이었다. 못 자국 하나 없이 구멍을 뚫어 이은 나무로 된 기다란 책장은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들을 위엄 있게 받치고 있었다.

미황사의 매력은 달과 별이 뜨는 저녁에서 새벽까지의 고요함이다. 기회가 된다면 미황사에서 하룻밤 묵으며 새벽예불에 참여해 보자. 금강스님의 맑은 염불소리가 풍경소리처럼 귓전을 울린다. 미황사는 조계종에서 실시하는 템플 스테이 사찰로 지정됐다. 언제라도 다도 발우공양, 저녁예불 등 사찰체험을 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금강스님이 직접 달여 주는 차를 마시며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새벽예불에 참석해야 이런 행운도 온다). 암반수로 끓인 차 맛이 특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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