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형수술 비용 회수에 30년 걸린다”
성형수술은 돈으로 아름다움을 얻는 행위다. 그렇다면 바뀐 외모로 성형수술에 들인 돈을 회수하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또 성형수술을 경제적으로 환산한다면 어느 정도 가치가 있을까?
이 흥미로운 질문에 답을 구해본 사람이 있다. 류근관(50)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다. 류 교수는 ‘성형수술’과 ‘경제학’이란 다소 어울리지 않은 두 분야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그는 제자인 이수형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지난 6월 논문 ‘외모 투자는 과연 가치가 있을까? —성형수술을 중심으로(Is Investment In Beauty Worth It? : The Case of Plastic Surgery)’를 발표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30년 안에 성형수술에 쓴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게 논문의 결론이다.
이 연구에서 성형수술에 따른 임금 인상 프리미엄을 보면 평균적으로 남성의 경우 임금이 0.1%, 여성의 경우는 1.5% 상승됐다. 성형 환자의 소득을 한국 직장인의 1년 평균소득(2007년 기준3200만원)으로 가정하고 연간 소득 증가분을 따져보니, 성형수술의 평균 비용인 700만원을 돌려받는 데 30년 남짓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류 교수의 연구는 노동시장과 결혼시장에서 ‘외모 프리미엄’의 실체를 파헤쳤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성형수술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한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첫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8월 24일 서울대 교수 연구실에서 김지은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가 류 교수를 만나 상세한 얘기를 나눴다.
이 연구를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안식년이었던 2005~2006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계량경제학 박사과정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결혼시장 분석을 제안한 적이 있다. 한국에는 결혼정보업체가 많아 그들의 회원 정보를 활용해서 흥미로운 연구를 해보고 싶었다. 당시 그 수업을 들었던 이수형 교수에게서 이후에 연락이 와 함께 연구하게 됐다. 경제학자 입장에서 큰 시장인 ‘결혼시장’에 ‘외모’라는 변수를 넣다 보니 나중에는 ‘성형수술’이라는 주제에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
연구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국내 결혼정보업체 선우에 의뢰해 미혼·기혼 남녀 회원 2만여 명의 자료를 받았다. 이 자료에는 회원을 용모에 따라 A·B·C·D 등급으로 나눈 정보가 있다. 회원들의 집안 배경, 본인 학력, 소득 수준 등의 특성 정보는 통제한 뒤 외모 등급에 따라서 소득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A등급인 남성의 임금이 C등급 남성에 비해 9%가량 높게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는 A등급이 C등급에 비해 약 5% 임금이 높았다. 노동시장에서 외모에 따른 임금 프리미엄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또 이들 중엔 회원끼리 결혼한 사람도 있기 때문에 배우자의 임금도 비교해 봤더니 여타 조건이 같은 경우 A등급 외모 남성은 C등급의 남성에 비해 약 15% 높은 연소득을 올리는 여성을 배우자로 맞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성의 경우는 A등급이 C등급에 비해 연소득이 약 6% 높은 배우자를 맞았다. 결혼시장에서도 외모 프리미엄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성형수술의 경제적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따져 봤나?
성형 컨설팅 회사의 정보를 이용했다. 이 회사에서는 의뢰인들이 상반신 사진을 보내면 회사에서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가상 성형수술 후 사진을 보내준다. 성형 전과 후의 사진을 공개한다는 조건으로 무료상담을 해주기 때문에 사진 정보를 통한 분석이 가능하다.
서울대 학부와 대학원 남녀 재학생 50명으로 평가단을 구성해 112명의 성형 전·후 사진들을 보여준 뒤 외모에 따라 등급을 매기게 했다. 주관적인 측정에서 생기는 오차를 줄이려고 한 케이스를 평균 25명이 평가했다. 최종적으로 성형수술이 인상등급 개선에 미치는 효과와 앞서 분석한 외모에 따른 임금 프리미엄 결과를 종합해 경제적 이득을 산출해냈다.
그 결과 성형수술로 남성은 임금이 0.1%, 여성은 1.5% 상승됐다. 성형수술 환자의 연평균 소득이 한국인의 평균소득(2007년 기준 3200만원)과 같다고 가정할 경우, 소득증가율을 계산해 현가비교를 해보면 성형 후 30년 안에는 평균 성형비용인 700만원을 회수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주변에선 성형 동기가 금전적인 이유가 다가 아니다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경제학자가 무슨 성형과 관련된 연구를 하느냐고 하겠지만,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성형의 효과를 분석한 건 흥미로운 주제였다.”
의외의 결과 아닌가?
외모 프리미엄이 평균치에 비해 상위 등급에서는 크게 나타나지만, 성형 효과는 중하위 외모를 평균등급으로 올리는 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경제적 이득은 적지만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취업이나 연봉 등 금전적인 보상 때문에 받을 수도 있겠지만 자기만족이나 자신감 등 비금전적 효과 때문일 수도 있다. 각자 자신에게 혜택의 정도가 크다고 생각되면 경제적인 보상이 적더라도 비용을 들여 성형수술을 결정한다고 해석된다.
요즘에는 취업을 위해 성형을 결정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경제학자로서 이런 흐름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연구에서는 이미 노동시장에 들어온 사람들을 분석했지만 노동시장 진입 전의 경우에는 외모가 더 작용할 수도 있을 듯하다. 예를 들어 서비스업이나 광고 세일즈 업종 등은 여타 조건이 같을 경우 외모가 빼어나야 뽑힐 가능성이 커지는 등 외모 프리미엄이 더 클 것이다.
이번 연구에 더해 추가 연구계획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결혼시장에서 남녀가 배우자를 선택하는 과정을 들여다보고 싶다. 미국의 경우에는 소득 불균형의 정도가 개인보다는 가족단위의 차이가 더 큰데 그 이유를 따져보니 부자끼리, 고학력자끼리 결혼하는 현상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도 그런 현상이 있는지, 있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화되는지 등을 외모나 경제적 배경, 학력에 따른 배우자 선택 과정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
학계나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지난 3월과 6월 일본과 미국에서 발표한 뒤, 8월 16일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경제학회 프리콘퍼런스(preconference)에서 발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200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맥퍼든 버클리대 교수도 참석했는데 “(우스개로) 요즘 이상한 연구를 한다. 재미있게 봤다”고 평가해주었다.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연례회의에서 초청연사로서 성형외과 의사들 앞에서 발표한 적도 있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흥미로워했다. 주변에선 성형 동기가 금전적인 이유가 다가 아니다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경제학자가 무슨 성형과 관련된 연구를 하느냐고 하겠지만,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성형의 효과를 분석한 건 흥미로운 주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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