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구업체가 웬 한옥, 왜 호텔?
▎이현구 까사미아 대표가 그의 가회동 한옥집을 공개했다. 한옥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된 이 집은 정갈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다.
지난해 까사미아가 호텔업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갑자기 웬 호텔업이냐는 궁금증도 많았다. 잘나가는 중견 가구업체가 러브호텔을 차리는 것 아니냐는 등 사실과 다른 이야기도 있었다.
까사미아가 호텔업에 발을 들여놓은 건 그러나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까사미아는 이미 2006년에 서울 강남 신사동의 뉴삼화관광호텔을 200억원에 매입했다. 현재 한창 리모델링 중인 이 호텔은 내년 1월에 재개장할 예정이다. 새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현구 대표의 까사미아가구, 인테리어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이 영역이 전혀 다른 호텔 서비스업에 뛰어든 까닭이 뭘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재단장 중인 호텔의 컨셉트에서 찾을 수 있다. 이현구(61)까사미아 대표는 "비지니스 디자인 호텔을 열겠다"고 밝혔다. 비지니스 디자인 호텔이란 일종의 부티크 호텔로 작지만 고급스럽고 개성 있는 호텔을 가리킨다. 까사미아가 20면 가까이 쌓은 인테리어 감각을 비지니스 디자인 호텔에서 펼쳐보이겠다는 게 이 대표의 구상이다.
까사미아는 모두 62개의 객실에 특색 있는 인테리어를 선보일 계획이다. 가장 위층에는 루프 가든(roof garden), 파티가 가능한 넓은 데크, 야회 자쿠지가 있는 2개의 스위트룸이 있다. 까사미아 매장도 들어설 예정이다. 이 대표는 "여러 개의 방으로 쪼개기보다 고부가가치 체험 상품을 개발해 호텔의 수익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살고 머무는 공간에 대한 이 대표의 관심은 한옥에도 미쳤다. 그는 서울 가회동의 한옥을 사 그 자리에 새 집을 ㅣ었다. 새 한옥은 주거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 한옥에 외국인 바이어를 초청해 상담을 나눴다. 또 이집을 외국인 바이어에게 숙소로 제공했다. 외국인 바이어들은 "한옥 체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고마워했다. 아울러 "까사미아가 전통과 문화에 조예가 깊은 기업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대표는 이런 호응을 반영해 호텔 투숙객을 대상으로 한옥 체험 행사를 열 생각이다. 이 행사를 통해 까사미아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호텔 투숙객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대표가 가회동 한옥을 짓기 시작한 것은 2004년이었다. 부인 최순희(57)씨의 대학 선배인 한국가구박물관장에게서 북촌 한옥지구 보존사업 얘기를 듣고 여기에 동참하게 됐다. 지금은 전문가들이 많이 활동하지만, 당시만 해도 전문가가 부족해 새 집을 짓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한옥 관련 법규도 갖춰지지 않은 때였다. 그는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지만 집을 짓는 일이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들려줬다.
이 대표의 한옥집은 사대부집 양식으로 그 옛날 북촌이란 장소에 어울린느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정갈한 품새를 갖추고 있다. 창덕궁, 종묘 사이에 자리 잡은 북촌 지역은 조선시대부터 고위 관리들의 주거지였던 곳이다.
집을 지은 다음엔 한옥에 어울리는 스타일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이 대표는 "한옥집 응접실은 양식이어야 하느냐 한식이어야 하느냐, 침대를 놓아야 하느냐 요를 깔아야 하느냐 등 하나하나 선택했다"고 말했다. 부엌은 현대식으로 꾸몄지만 전등은 초롱 모양을 골라 달았다. 편의성을 취하면서도 전통적인 분위기는 살렸다. 침대를 놓지 않은 것은 침대를 놓으면 공간이 답답해 보이기 때문이다. 툇마루에 놓인 소쿠리까지 이 대표 부부가 직접 고른 것이다. 인테리어 전문기업을 운영하는 이 대표지만 정작 직접 제품을 고르며 집을 꾸민 것은 오랜만이었다.
디테일이 스타일을 살린다.그는 지끔까지 자신의 집보다는 매장 관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이 대표는 "매장은 회사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까사미아의 직영점은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유지하는 정책도 엄격하게 지킨다.
까사미아는 신제품을 전시하기에 충분한 평균 500평 규모의 매장을 고집한다. 또 낡은 건물을 까사미아 스타일에 맞게 리모델링해 활용한다. 이런 노하우에 대해 이 대표는 "직영점의 작은 디테일은 매출에 직결된다."고 말했다. "조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2~3배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까사미아는 최근엔 고객 편의 공간도 늘려가고 있다. 최신 트렌드의 가구와 인테리어 제품을 구경하면서 커피와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까사밀 카페와 키즈까페 등을 매장 내에서 운영한다. 끼사미아는 까페를 새로 개점한 매장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까사미아를 시작으로 이제는 타 가구업체에서도 직영점을 내는 등 직영점 운영이 가구업계의 트랜드로 자리 잡게 됐다.
이현구 대표에게 가회동 한옥은 아름다운 집인 동시에 배움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우리의 전통문화와 주거 양식, 라이프스타일을 배울 수 있었다. 가회동에서 한옥 생활ㅇ르 함녀서 그가 배운 점은 더불어 사는 것이다.
"이 지역은 담장이 낮고 집들이 가깝게 붙어 있어 프라이버시가 거의 없습니다. 옆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웃과 정을 쌓으면서 양보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과 골목길 풍경이 느껴져 이곳을 점점 사랑하게 됩니다."
가끔 이곳에 손주를 불러 시간을 보낼때면 다음 세대에 한국 전통 화의 자부심을 심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곤 한다. 그래서 한옥 생활에 어울리는 다양한 콘텐트도 연구하게 됐다. 예를 들면 한옥에서 가장 어울리는 손님 접대 방식은 무엇인지. 한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명절 지내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마당과 마루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삶의 방식들이다.
일례로 한옥에 가장 워울리는 손님 접대 방식을 생각하다 떠오르는 것이 한옥에서 창을 듣는 것이다. 한국인에게나 외국인에게나 전통 방식의 한옥집을 방문할 기회는 흔치 않은데 한옥의 아름다움을 최대로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얼마 전에는 실제로 이곳에서 손님을 초청해 다같이 소리를 들었다. 한옥의 정취를 우리 전통가락과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이대표는 "한국의 전통을 알린다는 생각에 보람도 느낀다."고 덧붙였다. "아직도 왜 호텔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습니다. 라이프 스타일을 연구해 온 까사미아의 노하우를 담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곧 까사미아의 호텔뿐 아니라 이현구 대표의 라이프 스타일 노하우도 함께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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