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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와 성장주 환상서 벗어나라

테마와 성장주 환상서 벗어나라

▎1964년생 중앙대 경영학과 1988년 동원증권 입사 2005년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현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CIO)

▎1964년생 중앙대 경영학과 1988년 동원증권 입사 2005년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현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CIO)

'가치투자의 대가’ ‘스타 펀드매니저 1세대’로 불리는 이채원(46)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이보다 그를 더 유명하게 한 펀드가 있다. 그가 2006년 운용을 시작한 ‘한국밸류10년 투자주식’ 펀드다. 말 그대로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목표로 설계한 상품이다. 투자철학부터 투자방식까지 철저히 가치투자 중심으로 운용한다. 가치투자를 믿고 가입한 고객에게는 연평균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돌려주는 게 이 부사장의 바람이다. 현재까지 성적은 좋다. 펀드 개설 후 올 9월 초까지 수익률은 54%에 이른다.

가치투자가가 바라본 시장은 어떨까. 그는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지수 방향성이 뚜렷했습니다. 상승세를 보이거나 하향세를 나타냈죠. 올해는 방향성이 없습니다. 한동안 박스권 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불확실한 시대에는 분산투자가 안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자산을 쪼개 투자하는 것이다. 그가 오래전부터 강조했던 3·3·3 투자 방식이다. 주식, 부동산, 채권 등 3대 자산에 약 33% 비중으로 투자하는 방법이다. 올해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여기에 원자재를 넣었다. 주식, 부동산, 채권을 각각 30% 비중으로 투자하고 나머지 10%는 원자재에 투자한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책으로 한꺼번에 많은 돈이 풀렸다. 유동성이 높아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1980년대 브라질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 물가는 1000% 올랐고, 주가는 3000% 상승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실물자산이다. 실제 분산 투자에 앞서 이 부사장은 투자의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투자 전략이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에 임하는 자세로 봤을 때는 딱 두 가지뿐이죠.

첫째 시장을 전망하고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사거나 더 떨어질 것으로 분석되면 파는 방식이죠. 바로 모멘텀 투자죠. 반대로 예측과 전망을 배제한 채 자산의 가치가 저평가되었으면 사고, 고평가됐을 때 파는 가치투자 방식이 있습니다.” 그는 누구도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거나 전망하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단적인 예로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꼽았다.

그는 2007년 지수가 오를 때 수십 개의 보고서를 모아뒀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황당한 보고서들이다. 예를 들어 당시 신세계가 70만원이었을 때 목표주가를 100만원으로 올리고 적극 매수를 권유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현재 신세계 주가는 50만원까지 빠져있다. 해마다 한 번씩 나오는 100만원짜리 삼성전자 보고서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시장을 예측하기보다 자산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치를 평가하는 3가지 기준이 수익성, 안정성, 성장성이다. 수익성은 주가수익비율(PER)로 따진다.

PER은 주가가 주당 몇 배의 수익을 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PER이 높다는 것은 주당 이익에 비해 주식 값이 높다는 얘기고, 낮다는 것은 주당 이익에 비해 주식 값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정성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살펴본다. 주가를 주당 순자산(장부가격에 의한 주주 소유분)으로 나눈 것으로 주가가 주당 순자산의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1조원인 기업의 PBR이 1배 이하라면 당장 망해도 청산가치가 현재 주가 수준을 넘는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성장성은 기업의 매출액 증가와 산업 전망을 살펴본다.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기업이라면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다. 하지만 성장성 역시 예측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99년에 인터넷 열풍 속에 일부 인터넷 종목 per 은 5000배에 달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성장성은 후퇴했다. 한순간에 인터넷 주식 주가도 반 토막 났다.

문제는 현재 투자자들이 성장성만 보고 주식에 투자한다는 점이다. “시장이 불안할수록 투자자자들은 꿈이나 환상을 좇게 마련이죠.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은 불안한 마음에 성장성과 유동성이 높은 대형주를 선호했죠. 시장 상황에 맞게 자문형 랩이 등장하면서 인기 있는 20~30개 종목이 시장을 주도하는 모습이었죠. 하지만 일부 종목은 장부가 대비 너무 높은 배수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순자산의 5배 이상에 거래되는 종목이 늘고 있다. 자산은 1조원인데 시가총액은 5조원이라는 얘기다. 안정성 측면에서 볼 때 거품이 낀 주식일 수 있다. 실적이 좋은 삼성전자가 1.5배, 2차전지로 뜬 LG화학은 3배, 중국 진출로 호황을 맞은 아모레퍼시픽은 4배로 거래되고 있다. 국내에서 손꼽는 알짜 주식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주식이 늘고 있는 것. 이 부사장은 장부가의 5배 이상 평가 받는 종목은 성장성 프리미엄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했다며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면 다행인데 한순간에 멈춰버리면 PBR도 확 낮아지기 때문이다. 즉 5배 평가를 받다가 0.5배로 빠지면 주가는 10분의 1 토막으로 줄어든다. 이 부사장은 이제는 테마와 성장이라는 꿈에서 벗어나 현실 중심의 투자 패러다임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경기가 회복되면 가치주가 오르게 마련입니다. 환율이 안정을 찾고 정부 규제가 풀리면 내수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지기 때문이죠. 남들보다 한발 앞서 가치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할 때입니다. 최대한 싸게 사서 제값에 판다면 손해 보지 않습니다. 종목을 고를 때는 성장성, 안정성, 수익성 등 3가지 가치를 골고루 따져야 하고요. PBR은 1배 이하, PER은 5 배 이하인 종목 중 매년 지속적으로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을 연말까지 분할 매수하는 게 현명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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