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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전천후’의 고공비행

미스터 ‘전천후’의 고공비행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일찌감치 CEO(최고경영자)감으로 점찍은 인물. 대한항공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인물. 지창훈(57) 대한항공 총괄사장이다. 그는 항공업계의 양 축 여객과 화물 분야를 섭렵한 전천후 전문가다. 여객노선영업부 상무, 서울여객지점장 등을 역임한 그는 전형적인 여객영업 전문가로 성장했다. 당시 그가 이룬 실적은 눈부시다. 2006년엔 광저우(廣州)·다롄(大連) 등 중국의 주요 도시 신규 취항권을 따는 데 일조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중국 취항 도시는 14개에서 21개, 운항 편수는 주간 130회에서 179회로 크게 늘었다. 군(軍) 공항이었던 황산(黃山)공항을 민간공사로선 최초로 개방한 주인공도 그다.

2008년엔 분야를 바꿔 화물사업본부장에 올랐다. ‘차세대 CEO는 여객영업과 화물 사업을 모두 경험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한진그룹 최고경영층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화물 분야에서도 그는 두드러진 성과를 올렸다. 중남미 항공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브라질·칠레·페루·콜롬비아 등 중남미 주요 4개국을 연결하는 항공 물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스웨덴 룰레아 등 북유럽 도시의 화물노선도 강화했다. 화물에 여객 분야 못지않은 서비스 마인드를 도입한 이도 그다.

지 사장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답은 현장에 있다. 그는 자타공인 ‘현장형’ 전문가다. 보고만 받고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현장을 수시로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나보이 프로젝트’를 위해 1년 반 동안 30여 차례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영업상 필요한 자리엔 아무리 피곤해도 빠지는 법이 없다. 그래서 주말을 반납하고 일하기 일쑤다.

철두철미한 업무 스타일도 성공에 한몫했다. 지 사장은 하나의 사안에 대해 A부터 Z까지 따지려 애쓴다. 목표 실적을 세울 땐 반올림으로 인한 오차까지 신경 쓸 정도로 꼼꼼하다. ‘360도 전방위에서 의문을 가지고 일을 해야 실패하지 않는다’는 믿음에서다.

그의 이런 노력은 알찬 실적으로 이어진다. 대한항공은 그가 CEO에 오른 올 1월 후 글로벌 불황에서 벗어나 고공비행을 이어오고 있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비 25% 증가한 5조4354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인 5723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전년비 13%포인트 늘었다. 아울러 지속적 투자를 통해 기재를 고급화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고객서비스를 강화한 건 그의 업적 중 하나다.

지 사장은 올 초 취임할 때 ‘흑자 실현 및 경쟁력 강화’를 포부로 밝혔다. 많은 사람이 반신반의했다. 2009년 2분기까지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린 대한항공 아니던가.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목표를 달성했다. 지금은 ‘지속가능경영’이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해 힘차게 비행한다. 그는 “뜻을 세우고 포기하는 일 없이 밀고 나가면 반드시 성공한다(유지경성·有志竟成)”고 말했다. 그의 오랜 좌우명이자 경험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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