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찝찝한 임시공휴일[EDITOR’S LETTER]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10월 1일 국군의 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최장 6일의 장기 연휴를 완성한 바 있다. 2년 연속 10월 임시공휴일 지정이다. 몇 주 전 정부가 이날을 임시공휴일로 만든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환호했다. 이 글을 쓰는 기자 역시 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 소식을 반겼다.

하지만 올해 임시공휴일 지정은 지난해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임시공휴일에 크게 거부감이 없었던 국민들 인식에 변화가 생긴 것일까. 한 설문조사를 보니 국민 5명 중 1명은 임시공휴일에 부정적이었다. 체감상 9월 추석 연휴에 이어 "또 쉬어?"라는 인식 때문인 듯하다. 

물론 설문 결과 국민 절반 이상은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에 찬성했다. 유독 무더웠던 올 여름은 고물가에 시름하던 국민들에게 더 큰 시련을 안겨줬다. 특히 올 추석 연휴 때도 제대로 쉬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이날은 선물 같은 하루가 될 수 있다. 

다만 올해 임시공휴일 지정은 명분이 약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에는 10월 2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추석 연휴와 함께 최장 6일의 장기 휴일이 완성됐다. 휴일 연속성을 감안해 10월 2일을 휴일로 지정한 셈이다. 하지만 올해는 10월 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도 징검다리 연휴가 될 수밖에 없다. 

개인 연차를 쓰면 장기 휴일이 가능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해외로 나가 돈을 쓴다. 실제로 지난해 6일의 장기 휴일이 완성되며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했다. 야놀자와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초 해외패키지 여행 예약과 항공권 예약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10%, 2431% 증가했다.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난감한 사람도 많다. 사업장에서는 긴 추석 연휴 이후 또다시 찾아온 공휴일 때문에 업무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아이 돌봄 문제, 학업일정 연기, 예비군 지정일 변경 등 여러 사회적 혼란과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을 상쇄할 만큼 이번 10월 1일 임시공휴일 지정이 큰 의미를 갖는지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정부가 이번 임시공휴일을 지정한 취지는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한 소비 진작 차원이다. 다만 지난해에도 정부는 똑같은 취지로 임시공휴일을 지정했지만 지표상으로는 큰 수확이 없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 특히 휴일 여행이나 외식 등이 많은 지역인 서울(-5.5%), 제주(-6.4%), 전남(-5.9%), 경기(-5.4%) 등은 전년 동분기 대비 소매판매가 모두 감소했다. 내수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지표다. 

소비가 침체된 근본적인 문제는 고물가 때문이다. 휴일을 늘린다고 국민들이 지갑을 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임시공휴일 지정에는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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