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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수출 총력전 돌입

일본 원전 수출 총력전 돌입

▎원전 수주를 위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6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자의 영접을 받으며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왕세자가 영접을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원전 수주를 위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6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자의 영접을 받으며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왕세자가 영접을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해외에서의 원자력발전 수주를 위한 총력 체제가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8월 25일 베트남을 방문한 일본의 나오시마 마사유키 경제산업성 장관(당시)은 베트남의 응우옌 떤 중 총리를 비롯한 정부 요인들과 회담했다. 베트남이 계획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일본 기업에 발주하라고 설득하는 자리였다. 이 방문에는 제조업체와 전력회사 등 8개 기업의 총수가 동행했다. 히타치, 도시바 등 관련업체와 함께 전 동경전력 부사장으로 국제원자력개발(가칭) 사장으로 취임할 예정인 다케쿠로 이치로가 참여했다.

국제원자력개발은 동경전력, 관서전력, 중부전력, 히타치, 도시바, 미쓰비시중공업 등 6개 민간기업과 일본 정부가 출자해 10월에 설립하는 새로운 회사다. 원자력발전을 신규 도입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원자력발전을 판매하기 위한 회사로, 원전총력체제의 사령탑 역할을 하게 된다. 우선은 베트남의 원자력발전 프로젝트 수주가 목표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에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는 원자력발전소 신설을 꺼렸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원유가격의 급등으로 지금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 계획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에서 현재 440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운전 중이며 건설 중인 것은 59기다. 그리고 계획 중인 것은 149기, 제안 중인 것은 344기나 된다[세계원자력협회의 8월 1일 시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본원자력산업협회(이하 원산협회) 국제부가 작성].

원산협회가 연초 시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한 자료에서는 계획 중인 것이 74기였다. 분류기준에 약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계획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수가 8개월 만에 2배로 증가했다. 그야말로 ‘원자력발전 르네상스’다.

중국의 경우 건설 중인 것이 24기이며, 계획 중인 것과 제안 중인 것이 153기에 이른다. 인도, 동남아시아, 중동에서도 프로젝트는 물밀듯이 이어지고 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추계를 보면 2030년 시점에 세계의 원자력 설비는 최대 현재의 2배가 될 것이라고 한다. 경제산업성의 시산에서는 2025년까지 시장 규모의 합계가 170조 엔을 넘는다.



UAE와 베트남에서 연거푸 쓴잔한편 1980년대에 기업 수가 8개였던 구미의 원자로 제조업체(유럽 4, 미국 4)는 암흑기에 이뤄진 재편과 통합을 거쳐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GE, 프랑스 알레바 3개 회사로 집약됐다.

▎8월 25일 일본의 나오시마 경제산업성 장관(당시)과 제조업체, 전력회사 등 8개 기업 총수는 베트남의 응우옌 총리와 만났다.

▎8월 25일 일본의 나오시마 경제산업성 장관(당시)과 제조업체, 전력회사 등 8개 기업 총수는 베트남의 응우옌 총리와 만났다.

90년대 이후에도 일관해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온 일본에서는 히타치, 도시바, 미쓰비시 중공업의 3사가 살아남았다. 이 중 도시바가 2006년에 웨스팅하우스를 자회사로 만들었으며 히타치는 GE와 연계하고 미쓰비시중공업은 알레바와 일부 연계하고 있다. 세계의 3대 진영 중 어디가 승리를 거두더라도 일본은 덕을 볼 수 있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UAE(아랍에미리트)와 베트남에서의 원전 수주에서 일본은 연속해서 고배를 마셨다.

작년 12월 UAE에서 처음으로 원전 4기를 수주한 곳은 한국전력공사가 두산중공업 등을 이끄는 한국연합이었다. 이에 패배한 것은 히타치와 GE 등이 연합한 미·일연합과 알레바를 중심으로 하는 프랑스연합이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한국의 수주는 ‘이명박 대통령이 무하마드 왕세자에게 무려 여섯 번이나 직접 전화를 걸어 원전 수주에 대해 어필’하고 ‘대통령이 20% 정도 가격을 낮추고 짧은 공사기간을 지시’했으며 ‘운전과 보수지원 기간을 길게 60년 동안으로 약속’한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비해 첫 원자력발전소 4기의 건설을 계획하고 있던 베트남은 공표했던 원전 발주 선정 프로그램에 돌입하기 전에 러시아 국영기업인 로스아톰에 2기를 발주한다고 사실상 결정을 내렸다. 중국과의 영해문제를 안고 있는 베트남에 러시아가 잠수함 6척을 팔기로 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기술력에 자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두 나라에 패했다.

민관의 원전 관계자 사이에 파급된 위기의식이 국제원자력개발의 설립과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이어졌다. 올해 들어 해외의 원자력발전 사업은 이런 분위기로 보도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UAE 건에서 실적을 쌓고자 하는 한국의 저가 전략에 맞서려다가는 큰일이 났을 것이다” “베트남의 경우는 ‘비즈니스’라고 할 수도 없다”는 식으로 많은 원전 관계자들은 의외로 냉정한 모습을 보인다.

히타치의 전력 시스템 회사인 마루쇼의 원자력담당 CEO가 2년 전에 UAE의 원전계획을 들었을 때의 첫 느낌은 할 수 없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UAE의 간부가 일본에 찾아와 히타치를 방문했다. 건설 비용과 환율변동 리스크는 모두 UAE 측이 부담하겠다는 제안을 받고서야 어떻게든 대응해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사막의 모래에 대한 대책으로 커다란 돔을 만들어 그 안에서 건설과 염분 농도가 높은 페르시아만의 해수에도 망가지지 않도록 펌프를 개량하는 방법 등을 생각했다. 이 단계에서 원전 건설이 국제 입찰로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처음부터 입찰이었다면 아예 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과에 대해 “조건이 바뀐 것이 억울할 뿐”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환율 변동에 따른 위기는 수주한 측이 절반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바뀌었으므로, 최근의 엔화 강세를 생각하면 오히려 수주하지 못한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한국이 아닌 프랑스의 알레바가 수주했다면 쇼크는 없었을 것”이라는 것 또한 솔직한 심경이다.

경쟁업체의 한 간부도 “한국이 수주한 것에는 놀랐지만 조건을 따져보면 수주하지 않는 편이 정답”이라고 보고 있다. 운전과 보수지원 기간은 전 세계의 상업용 원전 중에서 가장 길게 가동하고 있는 원자로도 겨우 40년(일부 러시아의 소형 원전이 50년)이다. 60년을 보증한다면 그 기간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베트남 프로젝트의 경우는 완전히 국제정치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UAE는 조건 나빠 … 안 아쉽다”오히려 현장에서는 2연패한 사실보다는 안전성이 가장 중요시돼야 할 원전이 가격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러시아의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나치게 무모한 공사기간과 비용을 추진한 결과 만일 사고가 발생한다면 막대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이는 또 이제 막 부활한 원자력발전 사업의 불씨를 다시 꺼트릴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의 일본 체제도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다. “원전의 신규도입국은 운전 경험이 없으므로 건설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협력을 요구하고 있어서 전력회사가 전면에 나서는 체제가 필요하다. 민간에서 부담할 수 없는 리스크를 뒷받침하는 공공기관과 톱세일즈를 포함한 정부의 지원에도 해결해야 될 부분이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얻은 교훈이다”(자원에너지청의 야하기 도모요시 원자력국제협력 추진실장).

이런 문제는 원전뿐만 아니라 철도와 수자원 등 인프라의 해외수출에서 늘 지적돼 왔다. 원자력 협정에서도 뒤처진 것은 분명하며 베트남에서조차 정식 체결에 이르지는 못했다.

“사업자가 해외에 진출하기 용이한 구조로 개혁하는 것과 자금조달 및 외교적 측면에서 정부의 지원강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A.T. Kearney의 우메자와 다카아키 일본 대표). 국제원자력개발이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사태가 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아울러 한국과 러시아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일시적인 감정으로 거액의 세금을 투입하면서까지 수주를 획득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원자력산업협회의 핫토리 다쿠야 이사장은 다음과 같은 쓴소리를 했다.

“원전을 만드는 것은 손자 대까지 무거운 짐을 지워주게 되는 일이다. 유행이나 일시적인 돈벌이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규율에 입각한 경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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