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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양성 대장염, 스트레스가 최대 ‘적’

궤양성 대장염, 스트레스가 최대 ‘적’

▎2007년 9월 사퇴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그는 퇴임 후 한 수기에서 궤양성 대장염 때문에 총리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어 사퇴했다고 밝혔다.

▎2007년 9월 사퇴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그는 퇴임 후 한 수기에서 궤양성 대장염 때문에 총리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어 사퇴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部晋三) 전 총리는 2007년 9월 무책임한 사퇴로 ‘전후 최악의 총리’라는 오명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사퇴한 지 4개월 후 분게이(文藝春秋) 2월호에 ‘나의 고백, 총리 사임의 진상’이라는 제목의 수기를 발표해 해명에 나섰다. 지병 때문에 총리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어 사퇴했다는 것이다. 총리직까지 수행할 수 없게 만든 아베 전 총리의 지병은 17세 때 처음 발병한 궤양성 대장염이었다. 이 병은 일본 후생성에서 원인이 불명확한 특정 질환인 난병(難病)으로 지정됐다. 아베 전 총리는 “엄청난 복통에 화장실로 달려가면 다량의 하혈을 하고 변기가 새빨갛게 물들었다”고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부산에서 양말공장을 운영하는 김모(46) 사장도 궤양성 대장염 때문에 회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날이 많다. 회의만 시작하면 갑자기 배가 아프고 변의(便意)가 느껴져 화장실로 달려가지만 정작 변은 나오지 않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얼마 전에는 혈변까지 나와 혹시 직장암이 아닌가 걱정했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암이 아닌 궤양성 대장염으로 밝혀졌다. 김 사장은 스트레스가 가장 큰 적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되도록 느긋하게 치료에 임할 생각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복통, 혈변, 설사가 오랫동안 계속되다가 장 전체에 염증이 퍼지는 병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급증하는 것으로 보아 심리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스가 주원인처음에는 가벼운 치질이라고 생각했는데 복통이 오래 지속해 검사를 받았더니 궤양성 대장염이었다는 사람이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주로 직장 부위에서 자주 발생하지만 악화하면 대장 전체에 번지는 경우도 있다.

궤양성 대장염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혈변이나 설사, 복통, 자주 변의를 느끼지만 변이 잘 안 나오는 상태 등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식욕 부진, 발열, 빈맥(頻脈·맥박이 많은 것), 빈혈, 체중 감소까지 나타난다. 증상이 진행되는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사람, 복통이 오래 지속하는 사람, 대장이 이상 팽창하면서 장 내막이 파열돼 급성복막염에 의한 출혈을 일으키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아베 전 총리처럼 젊을 때 발병해 증상이 수십 년 계속되는 사람은 대장암이 발병할 가능성도 있다. 염증 부위가 넓을수록, 병을 앓은 기간이 길수록 대장암의 발병 위험이 크기 때문에 대장 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대장암을 조기에 진단하거나 대장암이 되기 직전 상태에서 발견하면 전이 위험은 거의 없다. 대장을 미리 절제하면 대장암이 발생하지 않을 뿐 아니라 궤양성 대장염에 의한 증상도 해소될 수 있다. 요즘에는 대장을 전체적으로 절제하더라도 소장을 이용해 직장을 대신하도록 하는 수술방법이 개발돼 인공항문을 달고 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경우 아주 정상적인 배변 조절은 힘들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궤양성 대장염의 원인에 대해 세균 감염, 유전, 면역 이상, 스트레스, 생활 습관 등 복수의 요인이 겹쳐 발병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전문가가 많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원칙에 얽매이는 고지식한 사람이나 고집 센 사람에게 많이 발병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학회에서 종종 발표된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발병 위험을 높이고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단식·금식은 악영향치료법을 알아보자. 우선 대장 X선 검사나 대장 내시경 검사로 진단해 가벼운 증상일 경우에는 약물 요법과 식사 요법을 병행한다. 약물 요법은 염증이나 세균의 활동을 억제하는 설파제나 스테로이드제 등을 사용한다. 식사는 고단백으로, 장에 부담이 가지 않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택해야 하며 알코올이나 향신료, 지방의 제한은 필수적이다.

심신의학적 요법으로는 심리 테스트나 일반 심리 요법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자신의 성격이나 라이프 스타일의 왜곡된 부분을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다. 또 스트레스가 특히 강한 경우는 자율훈련법 등으로 긴장을 풀고, 필요하다면 항불안약이나 항우울약을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궤양성 대장염은 일반적으로 재발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지만 적절한 내과 치료와 심신의학 치료를 받으면서 심신의 안정을 취하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한방에서는 궤양성 대장염을 치료하는 데 뜸 요법을 주로 사용한다. 태을양생한의원의 허담 원장은 “큰 쑥봉을 올려놓은 기구를 배꼽 위, 중앙, 아래에 올려놓고 뜸을 뜨는 왕뜸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왕뜸은 피부 위에 직접 뜸을 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화상이나 흉터 염려가 없다. 뜸을 뜨면 복부가 따뜻해지면서 혈액순환이 잘 되기 때문에 면역력이 높아져 염증성 질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게는 우유가 해롭다거나, 궤양성 대장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단식을 통해 장을 쉬게 해야 한다는 잘못된 의학상식도 많이 나돌고 있다. 우선 우유에 대해 살펴보면, 우유에는 유당이란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를 분해하는 효소가 모자라면 설사와 복통을 일으킨다. 이러한 효소 부족은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에게 더 흔하다. 하지만 우유가 염증성 장 질환을 일으키거나 심하게 만든다는 증거는 없다. 따라서 우유를 마셔도 설사하지 않는 사람은 궤양성 대장염 환자라 해도 굳이 우유를 마다할 필요는 없다.

또한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게 장을 쉬게 하기 위해 금식을 하고 경정맥 영양요법을 시행하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다. 오히려 장기간 금식할 경우, 대장 상피세포에 필수적인 영양소가 부족하게 되어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증상이 심할 때 1~2일 금식하면서 안정을 취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오랫동안 단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좌복통(배변 전에 강한 통증이 있으며 배변 후에는 완화된다) ·반복적인 설사 ·혈변 ·빈혈 ·구토 증세· 식욕 감소 ·발열 ·체중 감소 등이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증상이다. 불규칙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증상이 오랫동안 계속되는 경우는 궤양성 대장염일 가능성이 크다. 전에는 비교적 젊은 층 사이에서 빈번하게 발병했으나, 요즘에는 40~50대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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