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도 서러운데 냄새 스트레스
▎전립선 비대증 치료 장면.
나이 들면서 생기는 공통의 고민 중 하나로 가령취(加齡臭)를 꼽을 수 있다. 노인의 몸에서 나는 탁하고 쾨쾨한 이 냄새는 일명 ‘노인 냄새’라고도 한다. 가령취는 이물질이 묻어서 나는 것이 아니라 몸 자체에서 배어난다. 날씨가 더워지거나 만원 버스 안에서 땀을 흘리면 가령취는 더 심해진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냄새까지 나니 가령취는 고령자의 큰 적인 셈이다.
가령취의 첫째 원인은 노화다.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으면 에너지를 완전히 소모하지 못해 몸안에 노폐물이 쌓인다. 특히 불포화지방산이 분해되면서 ‘노네날 알데하이드’가 생기면 심한 악취가 난다. 노네날 알데하이드는 피부에서 분비되는 지방산의 일종인 ‘9-헥사데센산’이라는 물질이 산화하거나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생성된다. 이 분비물이 땀에서 비롯되는 암모니아나초산, 이소길초산 등과 섞이면 가령취가 난다. 암모니아나초산은 땀내의 주성분이며, 이소길초산은 발 냄새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다.
가령취 증상이 심한 노인은 땀샘, 겨드랑이, 성기 주변 등 분비선이 모여 있는 곳에서 헌 책이나 상한 치즈와 같은 고약한 냄새가 떠나지 않는다. 외부 활동이 많은 나이 든 CEO들이 향수나 고급 화장품에 신경 쓰는 것은 가령취를 막기 위한 나름의 방편이다. 가령취를 감추는 데 향수를 사용하는 것은 일시적 효과는 있지만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는다. 자칫 싸구려 향수를 잘못 썼다가는 주변에 불쾌감만 더할 수도 있다.
일본, 냄새 없애는 속옷 불티40대가 넘으면 남녀 불문하고 피부에서 분비되는 ‘9-헥사데센산’의 양이 증가한다. 몸의 항산화 작용도 떨어지기 때문에 9-헥사데센산의 산화분해가 진행돼 노네날이 생성되는 것이다. 다만 여성호르몬이 항산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여성은 남성에 비해 여성의 가령취가 상대적으로 적게 난다.
냄새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질환은 배뇨장애다. 노인들은 기침을 하거나 아랫배에 힘을 줄 때 속옷을 적시기 일쑤다. 요실금 때문인데,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몸에 냄새가 배어 귀여운 손자들도 외면하게 된다. 노인이 되면 요도괄약근이 늘어져 시도 때도 없이 소변이 새나온다. 옷을 적시는 것도 문제지만 고약한 냄새와 자존심의 상처가 노인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다. 한밤중에 서너 번 이상 화장실에 들락거리는 야뇨 증상은 전립선 비대증 때문이다. 50대 이후 전립선이 커지면 요도를 압박해 시원하게 소변을 볼 수 없다. 소변을 마치고 옷을 추스르는 순간 남아 있던 소변이 배출되면서 옷을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립선 질환이 있으면 소변이 진하고 악취가 심하게 난다.
가령취를 신체 외부에서 억제하는 방법으로는 냄새의 원인이 되는 물질의 발생을 억제하거나, 발생한 물질을 흡착하거나 분해해 없애는 두 가지가 있다. 노인국가 일본에서는 이 두 가지 방법을 병용한 기능성 속옷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해 4월 티셔츠와 브리프(남성용 삼각팬티)를 ‘맥시프레시 플러스’라는 브랜드로 발매한 골드윈의 경우 두 종류의 섬유를 활용했다. 암모니아 냄새 등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자사의 섬유 ‘맥시프레시’와 노네날을 흡착하는 특성을 가진 도레이 오페론텍스 제품의 폴리우레탄섬유 ‘라이쿨러’를 섞어 짠 섬유다.
맥시프레시는 유카리(남미에 서식하는 식물)를 원료로 만든 섬유로 땀의 원인이 되는 초산이나 이소길초산의 발생과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암모니아를 흡착하는 특수가공이 돼 있다. 세렌이 올 3월 발매한 속옷 ‘데오에스트’도 가령취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한다. 10나노m(1나노는 10억분의 1)의 미세한 세라믹 분말과 아연이나 은 등의 금속이온을 섞은 섬유를 사용해 소취(消臭)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세라믹 분자가 흡착한 냄새의 원인물질은 단백질 등의 분해작용을 하는 아연이온이 분해하게 된다. 게다가 항균성이 뛰어난 은이온이 세균 번식을 막아 냄새의 원인물질 발생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설명에 따르면 땀내의 원인이 되는 암모니아는 91%, 초산은 86%, 가령취의 원인이 되는 노네날은 81%까지 억제한다고 한다. 세렌은 2005년 한 의사로부터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냄새 때문에 고통이 심해지므로 소취 효과가 있는 천이 개발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이 섬유를 개발하게 됐다.
가령취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속옷은 일반 속옷에 비해 몇 배나 비싸지만 순조롭게 팔리고 있다. 그만큼 가령취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보통 속옷은 2~3장에 1000엔 정도 하지만 가령취에 효과가 있는 속옷은 한 장에 4000엔 정도 한다. 맥시프레시 플러스의 경우 올해만 30만 장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냄새의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하는 것은 내부적 억제 방법이다. 요실금은 심하지 않은 경우 마그네틱 의자에 앉아 있는 치료만으로 늘어진 요도괄약근의 수축력을 90% 이상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변형슬링요법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시간이 30분 정도로 짧고 회복도 빠르다. 전립선 비대증은 20분 정도 걸리는 레이저 수술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1주일 정도 입원이 필요했던 종래 내시경 수술에 비해 출혈이 거의 없으며 빨리 회복된다.
트림할 때 시큼한 냄새 나면 당뇨 의심지병이 있는 노인이 거주하는 방에는 들어서는 순간 이상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시큼한 냄새를 풍긴다면 당뇨를 의심해 봐야 한다. 체내에 케톤산이 증가해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림할 때 시큼한 냄새가 난다면 꼭 당뇨 검진을 받아 봐야 한다. 또 말할 때 입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면 신장 기능이 의심된다. 배설이 잘 안 돼 혈액 및 타액 속에 요소 농도가 증가해 일부가 암모니아로 변하며 생기는 증상이다.
감염질환이 냄새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의사의 경험에 비춰 볼 때 갓 구워낸 갈색 빵의 탄 듯한 냄새가 날 때는 장티푸스, 김 빠진 맥주 냄새가 날 때는 결핵성 림프선염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녹농균 감염증일 때는 포도 냄새, 파상풍일 때는 썩은 사과 냄새 등이 날 수 있다. 또한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를 복용하면 곰팡이 비슷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폐질환일 때는 출혈이나 혈액 이상으로 숨을 쉴 때 비린내가 약간 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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