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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한국인의 얼굴은 누구?

미래 한국인의 얼굴은 누구?

50년 뒤 당신이 거리에서 적잖이 마주치게 될 한국인의 얼굴(사진①)이다. 그녀의 옆에선 이런 생김새를 한 친구(사진②)가 재잘거릴지도 모른다.‘뉴스위크 한국판’이 그려본 다문화 사회 한국의‘미래 얼굴’이다. 조용진 한남대학교 교수(조용진 얼굴연구소장)에게 연구를 의뢰해 얻어진 결과다. 조 교수는 ‘얼굴 전문가’다. 결혼 커플 10쌍 중 1쌍은 ‘다문화 가정’인 시대. 그리고 이들에게서 태어난 자녀가 10만 명을 웃도는 시대. 거부할 수 없는 이 흐름은 한국인의 얼굴도 바꿔놓을까? 이 궁금증에 답을 내보고 싶었다. 조 교수는 최근 5년간 잇따라 10%를 웃도는 국제결혼율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50년뒤 미래의 얼굴을 그렸다. 시기를 ‘50년 뒤’로 잡은 이유는 현재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성장해 또 다시 한 세대를 꾸리기까지의 기간이 그 정도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에 사는 결혼 이민자의 30%를 차지하는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와 러시아 출신을 주요 대상으로 했다. 결혼 이민자 중에는 조선족과 한족이 각각 30.4%, 27.3%이지만 이들은 한국인의 얼굴과 큰 차이가 없어 제외했다.

이미 눈치 챈 독자도 있겠지만 사진①은 50년뒤 동남아계 한국 여성의 얼굴이다. 50년 뒤의 본래 한국인의 모습(사진③)과 비교하면 차이를 알수 있다. 조용진 교수는 “코시안 2세대의 모습”이라며 “10년 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동남아계 신부의 유전적 영향으로 남방계형 얼굴이 증가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이 얼굴의 특징은 본래 한국인의 모습(비다문화형)보다 동글동글하다는 점이다. 또 더 작아보인다. 조 교수는 “눈 아래 얼굴이 짧은 남방계 얼굴의 특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짙은 쌍꺼풀과 커진 눈, 짧아진 코 길이도 눈에 띈다. 입술은 윤곽이 또렷해지고 두툼해졌다. 조 교수는 “피부색은 더 어두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북방계인 러시아계 신부의 영향으로 나타나게 될 얼굴이 사진②다. 이 얼굴은 입체적인 게 특징이다. 옆에서 보면 코의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차이가 더 명확히 드러난다. 피부색은 본래 한국인보다 더 하얗다.

조 교수는 “유럽형 유전자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얼굴 크기도 더 작다. 반면 비다문화형인 사진③은 시원스러운 이마와 홑꺼풀 눈, 길어진 코가 인상적이다.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얼굴을 닮았다. 1970년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이른바 ‘현대 한국인 얼굴’(사진④)이 한층 발달된 결과로 보면 된다. 턱이 뾰족해진 게 특징이다. 1970년대부터 경제성장으로 서구식 식습관이 확 늘어난 탓이다. 많이 씹어야 하는 딱딱한 곡물이나 채소보다 부드럽게 조리한 고기와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기 시작하면서 턱을 덜 쓰게 돼서다. 서양인과 우리나라 사람의 턱 모양이 다른 까닭도 이 때문이다.

조 교수는 “얼굴의 가운데 부분인 중안이 발달해 코가 더 높게 보이고 턱은 상대적으로 퇴축해 들어가게 된다”며 “얼굴 선이 더 갸름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신 아랫입술과 턱선까지는 더 길어졌다. “세계 인종 중에서도 한국인은 치아의 크기가 커 턱이 긴 게 특징”이라고 조 교수는 덧붙였다. 국제결혼 증가로 한국인의 외모가 급격하게 바뀌지는 않으리라 보인다. 결혼 이주민의 성별 중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외모 유전자는 부계를 더 많이 닮는 경향이 있다”며 “남녀가 비슷한 숫자로 이주해오는 경우보다는 변형 속도가 느리다”고 전망했다.

다문화형 얼굴인 사진①과 ②의 모습이 낯설지도 모르겠지만, 구석기 시대나 빙하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동북아시아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추정되는 약 5만년 전부터 이미 한반도에는 동남아계 인종이 넘어왔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당시는 한군데에 정착하지 않고 먹을거리를 찾아 이동하던 때이므로 한반도의 서남해안을 통해 크게 세 차례 동남아계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사진⑤가 그 모습인 원주 남방계형이다. 얼굴 모양이 아프리카인을 닮았고 피부도 검다.

약 2500년 전에는 유럽형 얼굴도 들어왔다. 사진⑥의 얼굴이다. 조 교수는 “바이칼호 서쪽에서 집단으로 이주해와 한반도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들이 있었다”며 “형질적으로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왼쪽 이마가 발달해 있고 홑꺼풀 눈에 턱이 발달한 모습이다. 이른바 ‘한국인형’ 얼굴이 형성된 때는 통일신라 시대다. 사진⑦에선 오늘날 여느 한국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짧고 흐릿한 눈썹에 작은 눈, 낮은 콧잔등, 큰 턱 등이 그렇다. 조 교수는 “통일신라 시대 이후 고구려·백제 북방계인의 신분이 낮아지면서 혼인의 폭이 넓어졌다”며 “이후 전국에 혼혈의 균질화가 이뤄져 오늘날 한국인형이 생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도 본디 ‘순혈’은 아니었단 얘기다.





1한국인 남성과 동남아계 여성의 결혼이 늘어나면서 바뀌게 될 50년 뒤 한국인의 얼굴.

2 50년 뒤 러시아계 한국 여성의 얼굴.

3 50년 뒤 본래 한국 여성의 얼굴.

4 1970년 이후 나타난 오늘날의 한국 여성 얼굴.

5 2000년 전의 원주 남방계형 한국인 얼굴.

6 2500년 전의 유럽형 북방계형 얼굴.

7 통일신라 시대에 형성된 이른바 ‘한국인형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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