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시게이트 인수자로 물망
삼성 시게이트 인수자로 물망
금융위기 이후로 한동안 뜸하던 LBO(차입매수)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한 사모투자회사가 아동복 소매기업인 짐보리를 18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버거킹 등이 포함된 인수합병 소식도 들려온다. 시게이트 테크놀로지도 사모투자회사들로부터 차입매수에 응하겠느냐는 의사타진을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야후가 250억 달러 이상의 대가로 차입매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이번 달 중순부터 시장에 나돌았다.
차입매수 활동이 이처럼 고조됨에 따라 월스트리트에서는 어떤 기업이 다음 표적이 될 것인가를 놓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배론스는 여러 애널리스트 및 투자자와 의견을 나눠본 뒤에 차입매수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만한 기업 12개사를 추려냈다. 여기에는 갭, 세이프웨이, 델, 이베이, 월풀 등과 디스크드라이브 HDD(하드 디스크드라이브)인 시게이트 테크놀로지와 웨스턴디지털, 그리고 소매기업인 에어로포스테일과 게임스톱도 포함됐다.
기업은 다른 매수자보다 차입매수에 적극적
월스트리트의 몇몇 투자회사는 채권분야 기관투자가를 위해 차입매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의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 고객들은 인수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보유하기를 피하고자 한다. 차입매수 거래는 관련 기업의 차입을 크게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그 기업의 신용등급과 그 기업이 발행한 채권 가격이 하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사모투자회사는 일단 기업을 거래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면 그 거래를 성사시키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그들은 협상단계에서는 이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약정을 받아놓은 상태다. 그러한 투자약정에 대해 대개는 수수료를 부과해 수입으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약정을 받아놓은 자금을 투자하지 않게 되면 사모투자회사는 기관투자가들을 그러한 투자약정에서 풀어줘야 한다. 그래서 사모투자회사의 경영진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거래의 전망에 대해 낙관적으로 이야기하는 데 열중한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100억 달러 이상의 이런저런 대규모 거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분야 조사회사인 캐피털아이큐에 따르면 몇 건 안 되는 기업거래의 성사가 시장을 흥분시키고 있지만, 2010년에 미국 내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서 사모투자에 의한 기업거래는 단지 10%의 비중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2008년에 일어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이뤄진 차입매수 거래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은 올 초 아이엠에스헬스가 50억 달러에 차입매수된 거래다.
기업 인수합병 시장의 매수자들 가운데 일반 기업들은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데다 저비용으로 자금조달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매수자들에 비해 우위에 있으며, 앞으로도 그들의 이런 우위는 계속 유지될 것 같다. 기업들은 인수합병한 다른 기업을 자사의 기존 사업에 통합적으로 편입시키는 것을 통해 상대적으로 더 큰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기업들은 차입매수 회사들보다 기업 인수의 대가를 보다 많이 지불할 수 있는 입장이다.
시게이트 테크놀로지의 예를 보자. 사모투자자가 최근 관심 있게 보고 있는 HDD(하드 디스크드라이브) 분야의 1위 제조업체인 시게이트 테크놀로지와 그 경쟁업체인 웨스턴디지털은 10월 중순에 시게이트 테크놀로지의 매수·합병에 관한 보도가 나온 뒤 주가가 상승했다. 상승한 주가를 기준으로 봐도 시장에서 평가되는 기업가치가 기술부문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배론스의 온라인판이 10월 15일에 보도한 대로 시게이트 테크놀로지를 주당 20달러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인수하려는 시도는 시게이트 테크놀로지의 기존 주주들 사이에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인수기업에는 시게이트 테크놀로지의 가치가 주당 25달러는 될 것이다. 시게이트 테크놀로지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는 한국의 삼성이다. 시게이트 테크놀로지를 인수하면 삼성은 HDD 분야에서 상위그룹에 끼지 못하던 위치에서 일약 1위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
삼성 시게이트 사면 HDD 1위로대부분의 사모투자회사는 기업의 부채감당 능력을 가늠하는 데 활용되는 재무지표인 EV/EBITDA라는 비율에 주목한다. 여기서 EV는 주식시장에서 평가된 기업가치와 순부채(부채에서 보유현금을 차감한 것)의 합이고, EBITDA는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의 영업이익이다. 간단히 말해 현금흐름에 비교해본 기업가치의 수준을 나타내는 이 비율이 대체로 5배 이하인 기업들이 차입매수 대상기업으로 매력적이라고 여겨진다. 이 비율이 5배보다 더 높아도 해당 기업의 주된 사업부문은 괜찮게 보일 수도 있지만 차입매수 대상기업으로 주목 받으려면 이 비율이 5배보다 낮아야 한다.
번역=이주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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