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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처럼 창조하고 아널드 파머처럼 소통하라

스티브 잡스처럼 창조하고 아널드 파머처럼 소통하라

미래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2010 이코노미스트 미래경영포럼’이 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가 주최하고 신한은행, 파버카스텔 등이 후원한 이번 포럼은 경영의 두 가지 핵심 키워드인 ‘창의와 소통’을 주제로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창의의 열쇠, 소통과 융합’을 주제로 홍진호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가, ‘CEO 골프, 노장불패’라는 주제로 양찬국 스카이72 헤드프로가, ‘사진으로 소통하기’를 주제로 신수진 사진심리학자(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가 연사로 나섰다.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나경원 한나라당 국회의원, 주원 KTB투자증권 사장, 진영욱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 국내 저명인사 80여 명이 참석했다.

기업 경영에 있어 창의와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떻게’ 이를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논의가 부족했다. 이번 2010 이코노미스트 미래경영포럼에서는 창의와 소통에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과 CEO가 일상생활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팁을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건영 빙그레 사장은 “일상에 파묻혀서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지냈는데 이제는 좀 더 잘 보고 잘 듣고 느끼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다”고 강연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강의 내용 요약.

▎홍진호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홍진호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홍진호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천재의 고향, 빈의 비밀은?

1900년 무렵 오스트리아 빈은 인구 200만의 크지 않은 도시였다. 그러나 이 도시는 20세기 전환기에 세계의 사상·문화·예술 혁신을 주도했다. 당대의 걸출한 인물을 몇 명만 꼽으면 현대 언어철학의 대표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지크문트 프로이트, 현대음악의 아버지 아널드 쇤베르크, 에로티시즘을 새로운 양식으로 표현한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 등이 있다.

그 당시 빈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독창적이었는지 클림트의 예를 통해 살펴보자. 클림트는 20세기 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 화가로 그의 작품 ‘아델 블로흐 바우어 I’의 경우 2004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억3500만 달러에 팔렸다. 이러한 클림트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파격’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의 작품 ‘다나에’를 보자. 르네상스의 대표적 화가 중 한 명인 티치아노(1490?~1576), 바로크의 가장 위대한 화가인 렘브란트(1606~1669)로부터 20세기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에 이르기까지 여러 세대에 걸쳐 뛰어난 화가들이 그리스 신화의 등장인물인 다나에를 그렸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이전 것과 확연히 다르다.

황금색과 붉은색, 살색의 조화에 의해 만들어진 화려한 색감, 여체의 윤곽을 둘러싸고 있는 부드럽고 검은 선, 원근법이 드러날 여지를 애초부터 남겨놓지 않는 구성(배경을 없애고 인물이 프레임을 가득 메움), 그리고 지극히 평면적인 명암의 묘사 등은 클림트의 다나에만의 특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노골적인 묘사를 통해 클림트의 작품은 이전의 작품들과 확실히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다나에의 다리 사이로 쏟아지는 황금 비를 보자. 이 황금 비는 바로 변신한 제우스다. 또 빗방울은 원과 사각형의 모습으로 묘사됐는데, 클림트의 그림에서 사각형은 남성의 성기를 상징한다. 다나에의 등 쪽을 감싸고 있는 얇은 천 위에 그려진 원형은 여성의 성기를 상징한다. 한없이 고조된 희열을 드러내고 있는 다나에의 얼굴도 그렇다.

클림트가 위와 같은 파격을 시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아가 그와 같은 천재가 유독 200만도 안 되는 작은 도시 빈에서 많이 탄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홍진호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당시 빈은 진정한 혁신과 창조를 가능하도록 하게 하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오늘날 자신의 회사를 그때의 빈처럼 창조성이 풍부한 회사로 만들고 싶어하는 CEO라면 참고해 볼 만한 사항이다.

19세기 말의 빈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세기 전환기의 빈을 감싸고 있던 창조적 기운은 이에 앞서 이루어진 당시 오스트리아 시민계급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시민계급은 19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해 경제적으로는 이미 지배적인 세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권력의 핵심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독자적인 가치체계를 만들어낼 능력이 없었다.

이들은 귀족의 생활양식을 흉내 내고 과거의 예술적 권위에 굴복했다.

▎양찬국 스카이72 헤드프로

▎양찬국 스카이72 헤드프로

자신들의 이러한 행태를 오스트리아 시민계급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식들의 교육에 온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19세기 말에 성년이 된 시민계급의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교양수준과 예술적 감수성을 지닌 인재들로 자라났다. 홍진호 교수는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역시 교육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이 창의력이 전부이지는 않다. 홍 교수는 “빈의 천재들은 자신의 지식과 감성을 소통하며 공유하고 융합했다”고 말했다.

먹고사는 데 급급하지 않아도 됐던 빈의 천재들은 매일 카페에 모여 토론하길 즐겼다. 이들은 파격과 창조라는 시대정신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홍 교수는 “빈의 천재들이 처음으로 시도했던 일이 과연 누가 시켜서 한 일이었는가를 생각해 보라”며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율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환경에서만이 소통과 융합, 이로 인한 파격과 창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찬국 스카이72 헤드프로

어니군단 만들어낸 아널드 파머의 힘

갤러리와의 관계를 보면 골퍼의 소통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콜린 몽고메리 유형, 타이거 우즈 유형, 아널드 파머 유형이다.

영국 출신 콜린 몽고메리는 다른 나라 갤러리에게 종종 골탕을 먹곤 한다. 그의 공이 갤러리 쪽으로 굴러오면 갤러리는 공을 발로 밟곤 주지 않는다. 갤러리가 공을 옮겨주지 않으면 칠 수 없는데 몽고메리가 5분을 기다려 다시 놓고 치겠다고 할 때까지 공을 숨기고는 가만히 있는다. 몽고메리는 왜 이런 얄미운 존재가 됐을까. 이는 바로 그가 갤러리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몽고메리는 갤러리에게 종종 예민하게 반응하곤 했다. 지난해엔 중국 기자에게 ‘나를 찍지 마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자신을 응원하고 있는 갤러리를 방해자로 생각하는 듯한 행동을 여러 번 보였다.

양 프로는 “갤러리의 환호와 박수는 선수라면 예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바람직한 태도로 타이거 우즈의 예를 들었다. 타이거 우즈는 그의 아버지로부터 훈련을 받을 때 아예 갤러리가 있는 상황을 가정하고 운동했다. 아버지가 손수건을 던지는 등 주위 상황을 산만하게 만든 것이다. 우즈는 이런 말도 남겼다. “그래, 맘대로 하시오. 밀지만 않으면 난 치겠소.” 우즈는 이런 마음가짐 덕분에 언제 어떤 자리에서도 흔들림 없는 스윙이 가능했다.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이 아널드 파머다. 그는 갤러리의 움직임에 초연한 것을 넘어 팬 서비스에까지 신경 썼다. 그는 갤러리를 ‘어니 군단’으로 만들어 경기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를 사랑하는 갤러리는 그의 티샷이 벗어날까 랜딩포인트 앞에 가서 진을 치고 있을 정도였다. 파머는 어느 경기에서 ‘프로가 드라이버가 아닌 아이언을 쓰느냐’는 핀잔에 듣고 아이언을 집어넣고 드라이버로 경기를 진행했던 적도 있을 정도로 갤러리와 함께 호흡한다.

▎신수진 사진심리학자

▎신수진 사진심리학자

골퍼와 갤러리의 관계처럼 기업과 고객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 혹 몽고메리처럼 자신의 부족함을 고객 탓으로 돌리고 있진 않은지, 타이거 우즈처럼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훈련을 하고 있는지, 고객 요청에 파머처럼 한 번이라도 귀 기울인 적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신수진 사진심리학자

왜 많은 CEO가 사진에 빠지는가

사진을 통해 보는 심리학이라는 주제로 심리학의 대중화에 성공한 신수진 사진심리학자는 이번 강연에서는 사진이 아닌 음악 이야기로 시작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은 즉흥 선곡을 선보입니다. 펄먼은 관객과의 교감을 통해 그날 최고의 곡을 그때그때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곡을 고르는 짧은 순간 관객의 몰입은 최고조가 됩니다.”

신 교수는 “사진은 무엇인가 상상하게 만들고 이러한 상상을 통해 소통하게 하는 훌륭한 매개체”라며 “사진을 통해 상상하는 법,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많은 CEO가 사진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3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 무엇이 찍혔는지에 대한 ‘재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표현’, 감성을 전달하는 ‘창조’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는 사진 속의 대상이 실제와 1대1로 대응하지 않는 창조적인 사진이 주목 받고 있다. 이러한 사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할 거리를 제공한다. 신 교수는 “일상의 모든 행동에 창조성이 숨어 있다는 것을 쉽게 간과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진을 보며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창의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사진을 통해서만 상상할 수 있거나 감수성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진은 혼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중과 공유하며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창조적인 무엇인가는 천재 혼자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작가와 사진, 사진과 감상자 등이 감정을 나누는 소통을 통해 감동을 느끼듯 창조적인 아이디어도 혼자가 아닌 여럿이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협찬 :GS 임성은 기자 lseco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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