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탄절은 음악업계의 구세주
제시카 심슨, 인디고 걸스, 애니 레녹스, 퍼피니 시스터스, 저스틴 비버, 그리고 뮤지컬 드라마 글리…. 이들은 무엇 하나 닮은 점이 없어 보이지만 단 한 가지, 모두 올해 크리스마스 앨범을 출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 이들 말고도 크리스마스의 들뜬 분위기에 편승해 음반을 내놓는 아티스트가 수십 명이나 된다. 한때 벌 아이브스나 빙 크로스비 같은 가수의 독무대로 여겨졌던 시장이 지금은 ‘산타’와 ‘크로스’라는 두 단어를 엮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다. 오죽하면 지난 10년간의 베스트셀러 크리스마스 앨범 중에 케니 G의 음악도 있을까? 그러니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우울해진다는 사람들이 나올 법도 하다.
11~12월에 쏟아져 나오는 성탄절 음악의 홍수 속에서도 머라이어 캐리의 ‘Merry Christmas II You’와 수전 보일의 ‘The Gift’는 다른 모든 성탄절 철새 가수를 음정도 맞추지 못하는 음치로 전락시킬 기세다. 머라이어의 앨범이 먼저 나오고 바로 뒤 11월 9일에 수전 보일의 앨범이 출시됐다. 하지만 누구의 앨범이 올 성탄절 시즌의 제왕으로 등극하면서 중병에 걸린 음악산업이 간절히 바라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실현할까?
먼저, 한 가지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크리스마스 앨범은 캐리나 보일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큰 시장이다. 2009년 5대 베스트셀러 앨범 중의 하나가 성탄절 음반이었으며(안드레아 보첼리의 ‘마이 크리스마스’) 닐슨 사운드스캔에 따르면 조시 그로반의 ‘노엘’이 2007년 최고 베스트셀러 앨범이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구유와 크리스마스 장식용 겨우살이를 가득 담은 노래들은 적어도 2010년 죽을 쑤거나 온라인에 불법 유포된 다른 모든 곡을 보상하는 한 방편이다.
정통 아티스트들이 흔히 ‘계절적 CD’라고 부르는 이 앨범들은 독창적인 소재가 거의 필요 없으며 해마다 12월에 트리를 장식하는 사람이든 촛대에 불을 붙이는 사람이든 누구나 금방 따라 부를 만한 노래들이다. 연령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CD는 성탄절의 알콜성 음료 에그노그를 홀짝이는 어른이든 만화영화를 즐기는 어린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팅, 엔야 그리고 켈틱 선더(아일랜드계 5인조 보컬) 스타일의 그룹처럼 어른 취향의 아티스트들이 아직도 앨범을 통째로 구매하는 계층에 어필하기 때문에 판매실적이 더 좋은 편이다.”
그렇다면 이제 모두 40대의 나이를 넘어선 머라이어 캐리와 수전 보일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두 사람의 음악과 팬들의 성향은 아주 판이하지만 성탄절 앨범 구매자 층이 올해도 똑같다면 판매실적에선 보일이 캐리를 압도할 전망이다(보일은 실버 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보일은 이제 겨우 둘째 앨범을 냈으며 크리스마스 노래와 대중 음악을 혼합했다. 따라서 정초 이후에도 판매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인생역전의 신화를 일군 데뷔 앨범 ‘I Dreamed a Dream’의 뒤를 잇는 후속타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듯하다.
그러나 성탄절 음악을 기준으로 할 때 이들의 아름다운 목소리 중 누가 더 나은 크리스마스 음반으로 평가받을까? 캐리의 앨범이 모든 면에서 훨씬 더 재미 있는 듯하다. 안토니오 L. A. 레이드가 제작한 그녀의 앨범은 ‘Here Comes Santa Claus’와 빈스 과랄디의 ‘Charlie Brown Christmas’ 같은 클래식뿐 아니라 다섯 편의 신곡을 포함한다. 캐리는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의 악기 간주로 앨범을 시작하며 나중에는 ‘O Little Town of Bethlehem/Drummer Boy’ 메들리를 부르는 등 전통적인 곡들로 한껏 재주를 부렸다.
전통적인 곡들이 먹히는 이유는 그녀의 여전히 놀라운 음성, 그리고 요즘엔 그녀의 노래에 개성이 듬뿍 실린다는 사실 덕분이다. 초기 작품 다수에선 느껴지지 않던 혼과 깊이가 있다. 그녀 자신의 힙합·R&B 곡 ‘Oh Santa’는 따라 부르기 아주 쉽고 흥겨워서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 1994년에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그녀의 표준이었듯이 말이다. 다음은 ‘Oh Santa’ 가사의 일부다. ‘산타 할아버지, 이번 크리스마스엔 그이를 내 것으로 만들어주세요. 우유와 쿠키를 잊지 않고 준비해 놓을게요. 난 올해 정말로 착하게 살았어요. 프레첼 과자와 맥주 한 캔은 먹었지만요.’
물론 일부 진부한 부분도 있지만(어쨌든 크리스마스 앨범이니까) 극히 드물다.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곡들을 힘이 넘치는 R&B, 오케스트라의 연주, 심지어 가스펠과도 버무려 앨범이 계속 참신하고 다양하게 느껴진다. 종교적인 곡으로는 ‘The First Noel’을 경건하게 혼을 담아 불렀으며 앨범 팜플렛에 성경구절을 넣기도 했다. 내로라하는 여느 도시 아티스트와 마찬가지로 그녀도 자신의 CD 재킷에서 하느님에게 감사를 표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수전 보일은 자신의 앨범 해설서에서 누구에게 가장 먼저 사의를 표할까? (하느님보다 더 강할지도 모르는) 사이먼 코웰이다(‘아메리칸 아이돌’의 심사위원으로 수전 보일의 1집 앨범 제작). 그러나 분명 보일이 ‘The Gift’의 이미지와 곡을 선택할 때는 신앙이 큰 역할을 했다. 그녀의 앨범 커버는 간절한 눈빛으로 북극성 쪽을 바라보는 얼굴사진이다. 다만 시선이 약간 어긋나 대신 마치 헤드라이트 조명에 눈을 찡그리는 듯이 보인다. 크리스마스 곡으로는 ‘Hallelujah’ ‘O Holy Night’ ‘Away in a Manger’ 등이 있으며 계몽적인 곡으로는 루 리드의 ‘Perfect Day’와 크라우디드 하우스의 ‘Don’t Dream It’s Over’가 실렸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모두 똑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고상하고 때묻지 않고 순수하고 종종 천사의 목소리처럼 들리는 합창단의 음성이 배경에 깔린다.
보일의 목소리는 물론 별처럼 반짝이며 나아가 지나치게 완벽하기마저 하다. 하지만 나름의 색깔이 없는 탓에 쾌적하지만 종종 차분한 크리스마스 파티나 고급 쇼핑몰의 지루한 백그라운드 뮤직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너무 잔잔해서 때로는 거의 슬픈 느낌마저 든다. 아마도 성탄절 시즌 동안 우울하게 느끼는 모든 이의 마음을 달래려는 듯하다. 아니면 청취자가 어떤 감정이든 원하는 대로 음악에 투사해 자신의 음악처럼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바로 그게 수전 보일의 색깔 아닌가?
머라이어 캐리가 훨씬 더 흥겹고 재미있는 크리스마스 앨범을 내놓았지만 올해엔 두 명 이상의 실력파 디바 중에서 선택할 여지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현재로선 산타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단 한 가지, 케니 G 앨범은 이제 그만!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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