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내공의 ‘행정소송 종결자’

1956년생
서울대 법대
제20회 사법시험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2007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現 행정팀장)
요즘 온라인 세상에서는 종결자라는 말이 유행이다. 탁월한 능력으로 특정 분야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평소 옷을 잘 입는 유명 인사를 패션 종결자라 부르고, 고음 처리를 잘하는 가수를 가창력 종결자라고 부르는 식이다.
법조계에도 ‘행정소송의 종결자’로 불릴 만한 변호사가 있다. 법무법인 바른에서 행정팀장을 맡고 있는 석호철(55) 변호사다. 석 변호사는 198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행정소송 관련 분야에서 일해 왔다. 서울고등법원 판사 시절엔 공명정대한 판결로 이름을 날렸다. 법무법인 입성 후에는 논리정연한 변론으로 법조계에선 유명하다.
교수부터 부장판사까지 30년 내공그가 변호사로 이름을 널리 알린 건 2008년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비자금 사건 때다. 석 변호사는 1심에서 횡령·배임죄가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정 회장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다. 그는 항소심에서 정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가운데 상당액을 박람회 유치 지원, 근로자 지원과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홍보활동 등에 썼다는 점을 부각했다.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은 범죄의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개인의 치부만을 위한 것이 아닌 만큼 정상을 참작할 만하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설득해 재판부의 집행유예 판결을 이끌어 냈다. 석호철 변호사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자동차 시장에서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와 경쟁하며 나라 경제 발전에 힘써 왔다는 점을 강조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2007년 법무법인 바른으로 자리를 옮겼으니 그는 이제 5년 차 변호사다. 하지만 법조계에서 그는 30년 넘게 내공을 쌓았다. 1978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법조계에 입문한 그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고등법원 판사 등을 거치며 행정소송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그가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던 1990년대 초반에는 토지수용의 적법성, 보상금의 적절성 등을 가리는 토지 관련 분쟁이 많았다. 분쟁은 늘어가는데 당시만 해도 지가 산정의 근거가 되는 ‘인근유사토지’나 ‘표준공시지가’ 등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다. 석 변호사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전의 판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법이 정한 기본 개념이 일관성 있게 적용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판사 시절에는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을 많이 맡아 이름을 알렸다. 1992년 신학철씨의 ‘모내기’ 그림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검찰은 그림이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북한 농부와 빚 청산에 허덕이는 남한 농부의 모습을 대비해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형사지법 판사였던 석 변호사는 “헌법에 보장된 예술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발전에 필수적인 만큼 법률적 규제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일하던 2006년에는 분식회계와 재산 국외도피 혐의를 받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항소심을 맡았다. 당시 그는 “피해를 본 금융기관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고 협력업체들이 큰 피해를 본 점 등을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8년6개월과 약 18조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1997년부터 3년간은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했다. 이 무렵 연수생에게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의 효력’ ‘행정처분의 재량권 남용 여부’ 등 중요한 법률 개념을 가르쳤다. 행정기관의 재량권 범위 등은 학계에서도 논란이 많은 부분이라 연수생 입장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사건을 해석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는 그래서 “판사로 재직하며 현장에서 배운 실제 사건을 적용해 연수생들이 스스로 고민해볼 수 있도록 강의의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행정소송은 재개발·재건축 조합, 주택건설사업 승인, 대규모 택지개발을 둘러싼 제반 분쟁 등 토지와 관련된 문제일 때가 대부분이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 항소심 맡아석 변호사는 건설사업의 경우 사업비가 많이 드는 만큼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변호사를 찾아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다가 엄청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수억원, 수십억원 들여서 사업을 추진하다 총회가 잘못돼서 사업 자체가 번복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사업자뿐만 아니라 분양자와 투자자도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지주나 조합원 등 관련인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행정소송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석 변호사는 행정관청의 변덕을 지적했다. 법으로 정해진 정당한 처분을 제때 내리지 않아 혼란을 키운다는 것이다.
일례로 2007년 진흥기업은 아파트를 짓기 위해 용인시에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신청을 했다.
용인시는 신청을 접수한 뒤 장기간 협의를 계속했고 진흥기업에 수차례에 걸쳐 보완명령도 내렸다. 하지만 결국은 인구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청을 거절했다.
진흥기업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처분 내용이 행정관청의 적법한 재량권 범위 안에 있다며 처분취소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부터 변호를 맡은 석 변호사는 해당 처분이 비례·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다른 사업과 비교할 때 형평에 반한다는 논리를 펼쳐 재량권 남용이라는 판결을 이끌어 냈다. 대법원도 이 결과를 그대로 확정했다. 사업을 승인할 것처럼 보완 명령까지 내린 해당 관청이 담당자가 바뀌고 정책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결과를 뒤집은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었다. 그는 “행정관청의 재량권은 사업자의 신뢰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활용돼야 하고 요건을 갖추면 사업승인을 내주는 게 법치주의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석 변호사가 이끄는 행정팀은 막강한 전력을 자랑한다. 10여 명의 행정팀 소속 변호사 대부분이 법원에서 행정소송을 담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고등법원에서 행정소송의 재판을 담당했거나 석 변호사처럼 대법원 재판연구원으로서 행정소송 관련 업무를 진행한 실력 있는 변호사가 모였다.
석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소송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건 물론 영업허가 취소, 공정거래, 재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최강의 라인업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석 변호사는 사건을 맡으면 원칙적으로 회의와 면담을 직접 챙긴다.
대형 법률법인의 경우 팀장급 변호사는 중요한 재판이나 심리에만 참석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하나하나 직접 나서는 건 나를 믿고 맡겨준 고객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석 변호사뿐만 아니라 법무법인 바른 전체에 흐르는 기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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