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제3의 석유가 따로 있습니까?'

'제3의 석유가 따로 있습니까?'

두일기업연구소에 설치돼 있는‘굴뚝 없는 소각로’ 시범 플랜트.

저탄소 녹색성장에 필요한 대체에너지 기업이 있다. 대구광역시 팔공화훼단지 내 두일기업연구소다. 이 연구소의 박진규(58) 소장은 세계 최초로 ‘굴뚝 없는 소각로’를 만들었다. 소각로에서 대기오염물질이 나오지 않아 굴뚝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국립지질자원공사 엔지니어 출신으로 평생을 대체에너지 개발에 몰두해 온 그는 “우리 생활 주변의 각종 폐기물과 오·폐수를 에너지로 만들어 한국을 친환경 에너지의 종주국으로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굴뚝 없는 소각로’란 ‘초고온 열분해 용융 소각플랜트’로 생활쓰레기나 산업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 각종 오염물질 등을 3000도의 고온으로 완전 분해하고, 그 배출가스를 연료로 활용하는 시설이다. 기존 소각로는 1300도 이상의 고온 소각이 불가능해 오염물질을 완전히 분해할 수 없었고 탈취액 방류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 박 소장은 “무공해 소각로 개발에는 초고온열을 견뎌내는 특수합금강 노즐(버너) 개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산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산업용 버너가 개발된 뒤로 수소를 태울 때 발생하는 고열을 견뎌내는 버너가 개발되지 않아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두일기업연구소의 녹색 기술은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2007년에는 장영실상 3개 부문(과학기술대상, 환경기술대상, 공학기술대상)을 휩쓸었고, 지난해엔 ‘대한민국 건설환경기술상’ 환경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0세계천재학회발명엑스포’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금상을 받기도 했다. 일본의 천재 발명가이자 ‘창조학자’로 알려진 나카마쓰 요시로(中松義郞) 박사가 개최하는 이 국제발명대회는 일본 내에선 주요 방송들이 생방송을 할 정도로 유명하다. 대회 평가단은 ‘굴뚝 없는 소각로’가 “오염물질을 자원화하는 1석5조의 녹색혁명”이라고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연구소가 개발해낸 열분해 방식 소각로가 권위 있는 국제대회에서 입상함으로써 해외 플랜트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굴뚝 없는 소각로’는 환경오염 방지 외에 연소 시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연료로 재활용한다는 점에서도 큰 주목을 받는다. 두일기업연구소는 한동안 음식물쓰레기, 축산 분뇨, 오폐수 등 분해하기 어려운 유해성 폐기물을 원료로 하는 ‘혼합 청정에너지 발생기’를 개발하는 데 오랫동안 힘써 왔다. 이 기술이 ‘굴뚝 없는 소각로’ 개발의 발판이 된 셈이다. 이 설비는 내부에 전해조를 통해 폐수 중의 물과 용해된 유기물질을 고도의 전기분해 기술을 응용해 수소, 산소, 헥산, 메탄 등 혼합 청정연료로 생산해 내는 시스템이다.

일반 소각로는 기존의 화석연료만 열원으로 사용해 운영비용이 많이 들지만 굴뚝 없는 소각로는 폐수에서 생산되는 청정에너지도 열원으로 사용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박 소장은 “기존 소각로에 비해 설치비나 연료비, 운영비가 최대 35~80%가량 절감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열분해 후 남는 고농축 무기물 슬래그는 아스팔트 자재 등 건축 재료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생산된 증기스팀을 활용하면 아파트, 공동주택 등의 난방공급에도 이용 가능하다. 그 밖에도 열원과 전기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산업분야에 응용이 가능하고, 증기터빈 발전기와 연동시키면 전력도 생산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말 도쿄에서 열린 세계 천재학회발명엑스포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한국발명학회 신석균 회장(왼쪽)과 박진규 소장.

박 소장은 이 설비의 가장 큰 장점을 “편리성과 안전성, 그리고 경제성”이라고 말한다. 스위치만 올리면 즉시 혼합 청정에너지가 자동적으로 생산될 뿐만 아니라 폭발 위험성도 없기 때문이다.

국립지질자원공사 엔지니어 기사 출신인 박 소장은 1980년대 건설 경기가 좋았던 시절에는 남부럽지 않을 만큼 큰돈도 벌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 라디오 방송에서 우연히 한 전화국 직원의 미담 소식을 듣고 인생을 180도 바꾸었다. “아직도 김성태라는 이름 석 자를 또렷이 기억합니다. 그는 전화국에서 일하는 직원이었는데 매년 월급을 틈틈이 모아 전기 없는 오지 마을에 전기발광시스템을 설치해주는 선행을 벌였어요. 그 소식을 듣고 ‘맞아, 기술은 저렇게 좋은 데 써먹어야 해’라는 생각이 번뜩 들더라고요.” 박 소장은 “그때부터 열역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명품을 만들어 나라를 위해 써먹겠다고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고교 중퇴가 학력의 전부인 그가 열역학 분야의 기계를 개발한다니 “감히”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주변에서 들려 왔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려고 헌책방에서 사들인 각종 엔지니어링 서적 500권을 끼고 살았다. 지질자원공사와 건설회사, 조선회사를 거치면서 벌어 놓았던 많은 돈도 두일기업연구소에 쏟아부었다. 이 분야에서 유명하다는 대학 교수를 수없이 찾아 다니며 자문을 구했지만 “그건 안 된다”는 싸늘한 대답을 수없이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괴물’이라는 자신의 별명에 어울리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지하철 최연소 기사 1호, 광업공사 기사 1호 등 재미있는 이력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그가 그동안 개발해 낸 제품만도 60가지나 넘는단다. 박 소장은 인삼씨앗을 인공모종을 통해 싹 틔워 산에서 캐낸 산양산삼 재배에 뛰어들기도 했었다.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중국산 장뇌삼이 너무 비싸게 팔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대구광역시 팔공산 일대 60만 평에 산양산삼이 재배되고 있다. 충북 옥천에 설립한 두일로하스생명과학연구소는 1982년 국내 최초로 영지버섯균 인공배양에 성공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품질인정을 받기도 했다.

요즘 그의 주변에는 대학교수를 포함한 과학자들이 즐비하다. 대구대, 포항공대, 서울산업대 등과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해 ‘굴뚝 없는 소각로’ 기술을 활용해 조력, 풍력, 태양력 발전에 고효율의 시스템을 적용하는 연구개발도 한창이다. 박 소장은 “지구온난화 등 국제적 환경규제가 심해지고 화석연료 고갈로 대체에너지 개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내가 개발한 기술이 국가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제3석유가 따로 있습니까? 우리 연구소의 업적에 국가에서 관심을 기울여 국가적으로 대규모 에너지사업단을 만든다면 한국도 친환경 에너지 종주국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종투사도 못 피한 부동산 PF '먹구름'…증권사, 자구책 마련 ‘안간힘’

2SK 최종현의 태평양증권 인수에 ‘노태우 자금’ 사용됐나?

3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SK 유입 여부 두고 치열한 공방

4'설상가상' 문다혜 씨, 아버지가 타던 차로 음주운전…신호 위반 정황도

5서울시, ‘휴먼타운 2.0’ 사업 후보지 10곳 선정

6굿파트너 작가 '황재균·지연' 이혼에 등판, '누구'와 손 잡았나

7가기 힘든 싸이 ‘흠뻑쇼’…온라인 암표 최다 적발

8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3人…나란히 국감 불출석 통보

9벤츠코리아, 국내 최대 ‘SUV 오프로드 익스피리언스 센터’ 오픈

실시간 뉴스

1종투사도 못 피한 부동산 PF '먹구름'…증권사, 자구책 마련 ‘안간힘’

2SK 최종현의 태평양증권 인수에 ‘노태우 자금’ 사용됐나?

3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SK 유입 여부 두고 치열한 공방

4'설상가상' 문다혜 씨, 아버지가 타던 차로 음주운전…신호 위반 정황도

5서울시, ‘휴먼타운 2.0’ 사업 후보지 10곳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