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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출구전략 하반기 가동 예상

미 출구전략 하반기 가동 예상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미국 중앙은행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정책 변화는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공포에서 벗어나 금융시장의 회복을 불러온 것도 FRB의 제로금리 정책과 양적 완화정책의 시행 덕분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최근 FRB에서 사용하고 있는 통화정책은 작년 11월 3일 발표된 2차 양적 완화정책이다. 양적 완화정책은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인위적으로 늘려주는 것을 말한다. 지난 수십 년간 선진국 중앙은행의 정책수단은 주로 금리 조절에 있었다. 정책금리를 올리거나 내림으로써 물가안정이나 완전고용이라는 정책목표를 수행해 왔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전통적인 수단인 금리인하만으로는 경기침체나 디플레 위험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비전통적인 수단인 발권력 동원을 들고 나왔다.

FRB에서 처음 양적 완화정책을 사용한 것은 2009년 3월에서 2010년 3월 사이다. 이 시기에는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로 구제금융 성격의 양적 완화가 선택됐다. 모기지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모기지 채권을 대량으로 매입해 주었다. 지방채를 일부 매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2차 양적 완화는 경기부양 성격의 조치다. 매입대상 채권도 국채만을 대상으로 한다. 국채를 매입해 줌으로써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하고 이를 통해 지출확대와 자산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중이다.



양적 완화 긍정적 효과 내FRB에서 2차 양적 완화를 결정하기 전 단계에서는 양적 완화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대표적인 논리로는 발권력을 동원한 국채 매입이 달러화 가치를 불안정하게 해 상품 가격을 폭등시킴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스태그플레이션, 장기적으로는 하이퍼인플레이션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함께 진행되는 것을 뜻한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연 100% 이상의 초인플레가 발생해 금융 및 실물경제가 붕괴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제금융시장의 동향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기우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미국 주식시장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채권금리는 FRB의 국채매입이 시작되고 나서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채권시장을 좀 더 들여다보면 미국 장기채 금리의 상승 원인이 인플레 기대의 상승 외에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데 그 원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주가 상승과 금리 상승이 동반하는 것은 경기회복기의 전형적인 현상이다.

양적 완화정책의 영향은 미국 외에도 여타 선진국 주식시장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하다. 미국 주식시장과 동행해 독일, 일본 등 여타 선진국 증시도 함께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신흥국가의 주식시장은 선진국과 달리 오히려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적 완화정책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자 상품가격 상승세가 빨라지고 이에 따라 신흥국가의 인플레이션과 긴축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 금융시장도 2월 들어 여타 신흥시장의 흐름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국인 자금의 일부 이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향후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에는 여전히 FRB정책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FRB정책의 변화 여부는 미국 경제의 회복 정도와 인플레이션 상태에 좌우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예를 들면 상반기 중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이 생각보다 크게 확대되고 고용이 빠르게 회복되며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점차 확산되기 시작하면 FRB는 하반기 중 금리인상까지도 단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를 하게 되면 금융시장에서는 채권금리의 추가 상승과 함께 달러화 강세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계속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FRB의 금리인상 결정은 양적 완화정책으로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는 출구전략이 본격화됨을 의미하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2차 양적 완화 및 조세감면 효과가 연초에 집중되고 2분기 이후에는 재차 주택시장 및 부채부담 때문에 미국 경제가 악화되기 시작하고 인플레 부담도 2분기를 고비로 사라지게 되면 FRB는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수분기 뒤에는 3차 양적 완화까지 고려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는 미국 채권금리의 하락과 달러화 약세를 불러올 것이고 한국과 신흥시장에는 재차 외국인 자금의 유입과 환율 강세를 촉발하게 될 것이다.



원화가치 시장에 맡겨 절상 유도해야현재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은 FRB가 금년 하반기 중 출구전략을 시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고려하면 FRB정책이 쉽게 바뀔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표적인 구조적 문제로는 미국 민간부문의 과도한 채무부담과 높은 실업률, 그리고 쌍둥이 적자를 들 수 있다. 쌍둥이 적자는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함께 적자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

미국 정부는 자신의 재정적자를 통한 내수부양이 미국의 수입수요 확대를 통해 세계 경제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국의 경상수지 적자의 해소는 미국 이외 지역, 특히 중국과 같은 신흥국가의 내수부양을 통해 달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이 바로 세계적인 수요 재편 논의다. 이 논의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장기간에 걸쳐 통화팽창정책을 사용하고 신흥국가는 선진국 자본 유입에 대응해 통화강세를 용인하고 자국의 내수확대를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FRB의 확장정책이 멈추는 시점은 어쩌면 한국과 아시아 지역에 붐이 생기고 자산가격 버블이 형성될 때에나 가능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저금리 자본이 국내에 유입됨으로써 국내 유동성이 과도하게 팽창될 우려에 대비해야 한다. 선진국 경제와 다르게 한국 경제는 이미 충분히 회복된 상태임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중립기조 수준까지 올려 놓아야 한다.

원화 가치도 여러 교역국가와의 상대환율을 감안해 일정 수준 절상되도록 시장에 맡겨 놓아야 한다. 원화 절상은 지금처럼 인플레가 걱정일 때 국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민간 경제주체들의 경우에는 향후 나타날지 모르는 자산가격의 버블 형성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국내외 인플레이션에서 오는 실질가치의 손실 위험을 방어해야 한다. 자산가격 버블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시기가 일정 기간 오고 나서 상당 기간의 디플레 시기가 도래함을 의미한다. 앞으로 2~3년 후 국내외 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복잡하고 불확실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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