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심스러운 자화상

종이에 연필, 19세기,토리노 왕립박물관.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자화상은 꽤 많이 알려졌다. 그런데 ‘이 그림이 과연 천재 화가의 솜씨가 맞을까’ 하는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가장 많은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점은 천재의 작품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평범하다는 것이다.
1980년 한 미술사학자가 끈질긴 노력 끝에 가짜라는 신빙성 있는 근거를 제시해 현재는 19세기 그려진 레오나르도의 초상으로 보고 있다. 그가 제시한 근거는 이렇다.
6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레오나르도의 자화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늙었다는 것이다. 이 그림에서 보이는 인물은 90세도 넘어 보인다.
얼굴 생김새도 다르다. 현재까지 초상화 등을 통해 확인된 레오나르도의 모습은 코가 가늘고 길며 콧날도 날카롭다. 콧수염도 풍성해 얼굴 전체 인상이 강한 편이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보이는 레오나르도는 우선 코부터 많이 다르다. 콧등이 두툼하고 콧날은 뭉뚝하다. 콧수염도 빈약하고 전체적인 인상이 매우 부드러운 느낌이다.
무엇보다 가장 결정적인 근거는 소묘의 솜씨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소묘에 쓰이는 선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형태를 그리기 위한 윤곽선이고 다른 하나는 그림자나 어두운 부분을 설명하기 위한 빗금 같은 선이다. 레오나르도의 다른 소묘를 보면 배경의 보조적인 성격으로 빗금을 많이 긋는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는 윤곽선과 배경의 빗금이 섞여 있다. 왼쪽에 구불구불한 머릿결을 설명하는 외곽선 위에 빗금을 친 것이 뚜렷이 보인다.
빗금에서 나타난 손의 방향이 결정적이다. 왼손잡이였던 레오나르도는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 방향으로 빗금을 칠 것이 분명하다. 이 그림에서도 방향은 그렇게 그려져 있다. 하지만 천재의 소묘 솜씨로 보기에는 너무나 서툴다. 빗금의 간격이나 방향이 일정하지 않을뿐더러 선에서 힘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 흉내를 내기 위해 억지로 그은 것 같은 느낌이다.
전문가들은 이 그림을 19세기 이탈리아의 주세페 보시라는 사람이 그린 레오나르도의 초상으로 본다. 보시는 르네상스 화가들의 작품을 모작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화가다. 그는 라파엘로의 걸작 ‘아테네 학당’을 참고해 레오나르도 자화상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아테네 학당 중앙에는 플라톤이 그려져 있는데 라파엘로는 당시 존경했던 레오나르도를 플라톤의 모습으로 그렸다고 한다. 이 그림의 플라톤 모습과 레오나르도 자화상을 비교해 보면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2009년 영국 BBC는 레오나르도의 자화상을 발견했다고 보도함으로써 자화상 논란이 또다시 화제가 됐다. 토리노 왕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레오나르도의 ‘코덱스’(자연현상과 과학기기 발명에 대한 아이디어를 기록한 연구 노트) 속에서 나온 20대 후반 레오나르도의 자화상인데 진품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된다.
레오나르도 자화상은 모나리자의 미스터리만큼 모호하다. 그가 인류사상 가장 뛰어난 천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이스라엘-이란 충돌 격화에 유가 4%↑…호르무즈 해협 봉쇄 관건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팜이데일리
이데일리
뉴진스 항고 기각…어도어 "제자리로 돌아와"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트럼프 “이란, 무조건 항복하라”…중동 군사 개입 수순 밟나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호텔신라, 인건비도 재료비도 줄였는데…인천공항 임차료 폭탄에 발목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최경은 에스티젠바이오 대표 “美서 수주 미팅 활발…ADC로 포트폴리오 확장”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