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주택에 투자해 볼까?
실버 주택에 투자해 볼까?
노인복지주택(실버 주택)이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실버 주택의 거래제한을 완화한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실버 주택은 만 60세 이상만 매입하고 거주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 60세가 안 되는 사람도 매매는 물론 거주·증여·임대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실버 주택은 노인의 주거 안정을 위해 세제 감면 등 각종 혜택을 주면서 1989년 12월 임대 중심 운영을 전제로 도입한 제도다. 이후 1997년 분양이 허용되면서 현재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5000가구가량이 공급됐다. 실버 주택은 장점이 많다. 우선 자연녹지 지역 내에서만 허가가 났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 쾌적하다. 또 취득세·등록세가 50% 감면되고 전기 사용료도 20%가량 할인된다.
60세 이상 매입·주거 제한 사라져이런 장점에도 2008년 8월 이후 신규 실버 주택 분양이 사실상 중단됐고 기존 실버타운 집값도 제자리걸음을 했다. 60세 이상만 매매할 수 있는 규정 때문에 주택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60세 이상’ 제한 규정이 없어져 실버 주택의 경쟁력이 다시 살아나게 됐다.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 신은하 사무관은 “앞으로 실버 주택도 일반 주택과 똑같이 거래가 자유로워진다”고 말했다. 특히 실버 주택은 그동안 나이 제한 규정 때문에 제대로 가치를 평가 받지 못했다. 이번에 디스카운트 요인이 사라짐에 따라 집값이 뛸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시장은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 급매물이 확 줄어들고 호가가 오르고 있다. 파주 신세계 첼시 인근 유승앙브와즈 112㎡형(분양면적)의 경우 최근 실거래가가 1억7500만원에서 1억9000만원으로 뛰었고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는 2억원이 넘는다.
새로운 실버 주택 상품도 많이 나올 전망이다. 구매력을 갖춘 계층의 은퇴가 늘어남에 따라 시설이 좋고 기능이 다양한 고급 실버타운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급 실버타운은 어떻게 지어져 운영되고 있을까. 실버타운에 관심 있는 수요자가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고급 실버타운 두 곳을 살펴봤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지하철 2·7호선 건대입구역 앞. 40, 50층 두 개 동으로 이뤄진 초고층 실버타운 더 클래식500이 눈에 들어왔다. 내부 시설은 특급호텔과 비슷하다. 저층엔 고급 식당과 메디컬센터·연회장·피트니스센터·스파 등이 마련됐다. 상층부는 184㎡형(이하 공급면적) 442실의 주거공간이다. 생활에 필요한 가구와 가전제품은 모두 갖춰졌다. 내부는 일반 아파트와 조금 다르다. 이동이 쉽도록 문턱을 없앴고 화장실 등 곳곳에 손잡이를 마련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의 더 헤리티지 실버타운. 진재산 산책로 입구에 고급 리조트 타운처럼 꾸며진 게 더 클래식500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1만5000㎡의 커뮤니티센터는 특급호텔만큼 고급스럽다. 이곳에는 워커힐호텔이 운영하는 3개의 레스토랑이 있고 수영장·사우나·골프연습장·피트니스센터·찜질방·노래방·당구장·영화감상실·바둑실·도서관·아쿠아짐 등의 편의시설도 갖췄다. 수영복을 입고 들어오는 사우나에는 할머니·며느리·손녀 3대가 탕 속에서 얘기를 나누는 게 눈에 띈다. 입주민 이모(65·여)씨는 “어린 손자·손녀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많다 보니 온 가족이 자주 온다”고 전했다.
커뮤니티센터 주변으로 4층짜리 주택 390가구(83~280㎡형)가 타운하우스 형태로 들어섰다. 실버타운 컨설팅업체 포시니어스 이계현 대표는 “종전의 실버타운이 노인들만의 폐쇄된 거주공간이었다면 요즘의 고급 실버 시설은 가족과의 소통까지 감안한 시설·운영체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입주민이 지겹지 않도록 다양한 취미 프로그램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필요성 때문에 실버타운을 대학 캠퍼스 인근에 지어 대학의 각종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서울 자양동 건국대 옆에는 더 클래식500, 용인 명지대 캠퍼스 바로 옆에는 엘펜하임 실버타운이 조성됐다. 서울 종암동의 노블레스타워는 인근 고려대와, 경기도 용인시 기흥의 삼성 노블카운티는 경희대와 프로그램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실버타운의 가장 보편적 프로그램은 교육과 취미 분야다. 더 헤리티지의 경우 도자기 핸드 페인팅, 한지 공예, 수채화 강좌, 꽃꽂이, 노래 교실, 댄스 교습, 재테크 강좌 등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입주민 김모(69·여)씨는 “늘그막에 취미 활동에 재미를 붙이니 시간이 쉽게 간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골프·탁구 등 10여 개의 동아리가 있어 취미가 같은 입주민끼리 잘 어울린다. 입주민 박모(73)씨는 “단지 내 골프동호회 회원들과 자주 골프 여행을 다닌다”며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더 클래식500에도 북카페·AV룸·노래방·게임룸·댄스홀·연회장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마련돼 있다. 한 달에 두 차례 열리는 문화의 날에는 클래식 음악, 뮤지컬, 가곡, 미술 등 각 분야 명사를 초청해 강연회를 연다.
대학과 연계한 프로그램 많아대학교 주변에 들어서는 실버타운은 교육 프로그램이 강한 게 특징이다. 명지 엘펜하임의 경우 서예, 에어로빅, 외국어 교습 등 30여 개 강좌를 바로 옆 명지대 캠퍼스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또 도서관·체육관 등 캠퍼스 내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더 헤리티지 입주민 한모(82)씨는 비상 응급구조 시스템의 덕을 톡톡히 봤다. 갑자기 현기증을 느껴 당황했으나 24시간 운용되는 단지 내 의료센터에 연락해 단지 바로 옆 보바스기념병원(협력병원)에서 즉시 치료를 받은 것이다.
정기적 건강검진은 필수다. 고급 실버타운일수록 협력병원과 연계해 종합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 클래식500의 경우 입주민의 건강 상태에 따라 맞춤형 식사가 제공되고 피트니스센터에서는 운동처방이 내려진다. 이곳 입주민 김모(69)씨는 “건강 상태가 기록된 결과가 개인 카드에 입력돼 운동·식사 때 자동으로 맞춤형 처방이 내려진다”며 “체계적으로 관리를 받으니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헤리티지 최혜정 스포츠센터장은 “개인의 신체 조건에 맞춰 세밀하게 운동 처방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더 헤리티지 스포츠센터에서는 요가, 스포츠 댄스, 수영, 아쿠아로빅 등을 입주민에게 가르친다. 손자들을 위한 유아 발레, 태권도 강습도 있다. 비용에는 불만이 많은 편이다. 더클래식500 입주자 허모(68)씨는 “생활 여건은 나무랄 데 없으나 한 명당 월 200만원 이상이 들어가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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