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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culture >> 맥 빠진 미국 정치 1번지 ‘아, 옛날이여!’

politics culture >> 맥 빠진 미국 정치 1번지 ‘아, 옛날이여!’


Just Because Michelle Wears McQueen. . . . . .Doesn’t Mean Washington Is Having Any Fun “미셸 오바마가 명품 디자이너 드레스를 입는다고 해서 워싱턴이 더 멋져지진 않는다.” 오바마 부부는 케네디 시절의 낭만과 매력을 되살리고 파당주의를 종식시키리란 기대를 불러일으키며 백악관에 입성했지만 정가는 여전히 따분하다. 기대가 너무 앞섰나?
오바마 대통령의 2011 국정연설을 들으려고 입장하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 일행. 엄숙한 옷차림이 전의를 불태우는 듯.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던 지난 1월 어느 화요일 오후 5시 30분, 미국 연방의사당의 H137호실은 구겨진 양복 차림의 백인 중년 남자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가슴에 큼직한 하얀 명패를 달았다. ‘IPAA(미국 독립석유협회)’라는 약자 아래 밥, 게리 마이크 등 각자의 이름이 전부 대문자로 박혔다. IPAA가 워싱턴의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흘간의 빠듯한 일정 중 하나로 마련한 제112차 의회 개원기념 리셉션이었다. 회원들은 어색하게 무리 지어 다니며 말을 붙일 만한 상대를 물색했다. 닭꼬치 구이를 먹으며 사진을 찍고 명함을 주고받는 동안 6시가 넘었다. 그제서야 드문드문 의원들이 들렀다. 간간이 젊은 보좌관도 대동했다. 그들은 IPAA 회원들과 어울리기보다는 마치 음식 때문에 온 듯했다.

같은 시각, 인디펜던스 애버뉴 건너 의사당 맞은편 레이번 하원회관의 골드룸에서는 푸에르토리코 연방청이 그 맞불 행사를 열었다. 참석자가 더 많고, 더 젊고, 더 다양했다. 양조사 럼스 오브 푸에르토리코가 설치한 대형 바 덕분인 듯했다. 한쪽에선 3인조 밴드가 살사 음악을 연주했다. 흥겨운 리듬에 맞춰 춤추고 싶은 마음도 생길 법한데 참석자들은 덤덤했다. 럼주가 넘쳐나도 약간 호화판일 뿐 IPAA 행사와 별로 다를 바 없다. 비슷한 업무 이야기만 들리는 전략적 사교행사였다. 7시 조금 못 돼서 민주당의 찰리 랭글과 데비 워서먼 슐츠 하원의원이 들어왔다. 사람들과 포옹하고 악수하고 카메라 앞에서 미소 지은 다음 얼마 안 가 자리를 떴다. 7시 15분이 되자 음식이 줄고 찾아오는 발길도 뜸해졌다.

우울하게도 이런 장면이 요즘 워싱턴 DC 사교생활의 단면이다. 사실 워싱턴이 이럴 게 아니었다. 2년여 전 오바마 부부가 찬란한 취임 파티 분위기와 역사적인 희망의 파도를 타고 워싱턴에 당당히 입성할 때만 해도 ‘캐멀럿 2.0’(‘캐멀럿’은 아서왕의 전설에 나오는 목가적이고 매혹적인 왕국으로 존 F 케네디 시절의 백악관을 일컫는다) 시대가 열리리라는 기대감이 부풀어올랐다. 오바마는 아이팟으로 힙합가수 제이지의 음악을 들었고 젊은 참모들과 농구를 즐겼다. 미셸 오바마는 멋진 이두박근을 자랑했고 패션 감각도 뛰어났다. 그들에겐 사랑스러운 두 딸과 워싱턴 출신도 정치인도 아닌 친구가 많았다. 더구나 그들은 흑인이었다!

그 이전까지 8년 동안이나 워싱턴 사람들은 음울한 대통령 아래서 너무도 갑갑하게 살았다(조지 W 부시는 외출을 꺼리고 기껏 목장의 잡목 제거가 취미이며 온 국민이 ‘CSI 과학수사대’를 시청하는 동안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 그들은 오바마의 등장으로 워싱턴의 사회문화적 부흥을 꿈꿨다. 물론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레이건식의 호화로운 삶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오바마가 요령 있는 사교를 통해 분열된 워싱턴 정치계급 사이의 긴장을 누그러뜨려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헛된 꿈이었다. 누가 뭐래도 워싱턴은 부시 시절이나 지금이나 그냥 워싱턴일 뿐이다. 사교적 퇴보가 점차 워싱턴의 특징 중 하나로 자리 잡아 간다. 물론 매일 저녁이면 업계 리셉션, 출판기념회, 자선행사 등이 여럿 열린다. 선거모금 행사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그런 네트워킹은 진정한 사교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당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사람들에겐 특히 그렇다.

미국 정치 1번지의 이런 기능장애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경험 많은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잘 알 듯 입법의 정교한 기술은 세부적인 협상의 책임을 떠맡은 사람들이 신뢰, 존중, 예의에 기초한 확고한 친분관계를 형성했을 때 가장 잘 발휘된다. “친분 없이는 신뢰도 없다”고 톰 대슐 전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말했다. “신뢰가 없으면 중요한 입법 의제의 타협과 합의에 필요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 그러면 결국 예컨대 내년도 예산안이 합의되지 않아 정부의 업무가 마비되는 일이 생긴다.

베테랑 정치인과 기능장애에 걸린 워싱턴의 분위기를 두고 이야기하다 보면 서글프게도 익히 듣던 몇 가지 문제가 재론된다. 당파심이 지나치며, 선거자금 모금에 들이는 시간이 너무 많고, 의원들이 가족을 워싱턴에 데려오지 않고 지역구에 남겨두면서 두 갈래로 나뉜 삶을 살아 간다는 점 등이다. 그 결과 정치인들이 당적을 떠나 친해지는 데 필요한 격식 없는 대화를 나누기가 더 어려워진다.

늘 이런 식은 아니었다. 트렌트 롯 전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1960년대 말 젊은 의원보좌관 시절엔 워싱턴이 좀 더 여유 있고 초당적인 분위기였다고 돌이켰다. 목요일 저녁이면 양당 의원들이 한데 어울렸다고 말했다. “그들은 의사당의 메디신 룸이라는 방에서 카드놀이를 했다. 내 임무는 그들에게 싸구려 버번 위스키를 따르고 시가에 불을 붙여주는 일이었다.”

가장 자주 지적되는 차이점은 이렇다. 과거엔 대다수 의원이 가족과 함께 워싱턴으로 이사해 상당히 안정된 생활을 했다. 롯은 1972년 하원의원으로 처음 선출된 뒤 13년간 조용하고 나무가 울창한 버지니아주 교외에서 빌리 토진, 마이크 드와인, 존 브로 같은 당시 동료의원과 이웃하고 아내 패트리셔와 함께 두 자녀를 키웠다. 롯은 미시시피주 출신 공화당 의원으로 이웃에 살던 루이지애나주 출신 민주당 의원인 브로와 각별히 친했다. “아내는 브로의 부인과 가장 좋은 친구였다”고 롯이 말했다. “패트리셔가 브로 부부 막내딸의 대모다. 우리 아들이 힘들 때는 늘 브로의 아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요즘은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의원이 40여 명에 이른다. 아무리 돈을 아낀다고 하지만 지나치지 않을까?

그러나 옛 워싱턴을 그리워하는 원로 정치인들도 가족의 워싱턴 이탈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항공료가 싸지면서 의원들이 주말마다 지역구로 돌아가기가 쉬워져 가족이 고향을 떠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의원 아내들도 직업을 갖는 경우가 많아 직장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워싱턴은 생활비가 비싸기로 악명 높기 때문에 의원들은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다른 곳에 본거지를 마련한다. 아울러 정치인은 ‘미디어에 비치는 모습(political optics)’도 신경을 쓴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1994년 공화당 혁명의 지도자로서 워싱턴에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훈장처럼 여겼다. “의원으로 뽑아주니 지역구는 무시하고 워싱턴 사람이 다 됐다는 비난을 피하려고 지역구에 가족을 남겨두는 경향이 생겨났다”고 대슐이 말했다.

의회도 지역구의 집에 등원하는 의원들을 배려해 1주일에 사흘만 개회한다. 그에 따라 보좌관들은 의원의 일정을 사흘 동안 빽빽이 채운다. 예컨대 존 심커스 하원의원은 그 사흘 동안 하루 10시간씩 일하며 그나마 30분짜리 일정으로 가득하다. 저녁은 거의 실무 만찬이라고 심커스가 말했다. “가족이 워싱턴에 없기 때문에 늘 일할 수 있다.”

제이슨 차페츠 하원의원(공화당·유타주)은 반(反)워싱턴주의의 화신이라 할 만하다. 2008년 첫 선출된 차페츠는 일찍이 ‘간이침대 의원단(cot caucus)’의 간판 스타로 떠올랐다. 의사당 주변의 휑뎅그렁한 사무실 건물에서 숙식하는 30~40여 명의 의원을 가리킨다. 그런 결정에는 개인의 경제 사정도 작용했겠지만 일부 의원은 그런 생활을 자신들의 근검절약 정신, 근면성, 워싱턴에 물든 부패를 거부하는 정신의 증거로 내세운다. 차페츠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간이침대 곁의 정담[cot-side chat: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친근한 라디오 정책 담화 ‘노변정담(fireside chat)’을 본뜬 제목이다]’ 비디오를 정기적으로 올린다. 아울러 초선의원으로 CNN.com의 리얼리티 쇼를 공동 주연으로 출연했다. 그 프로그램에서 차페츠는 벽장에 보관하는 접이식 간이침대, 간식으로 가득한 소형 냉장고, 아침에 의원회관 체육관까지 걸어가서 하는 운동과 샤워 등 자신의 특이한 집·사무실 생활의 단면을 공개했다(그는 기자에게 “분명히 말하지만 샤워는 매일 한다”고 말했다). 차페츠는 그런 생활이 반드시 건전하진 않으며 고독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저녁에 몇 차례 리셉션에 참석하고, 밤 늦게까지 e-메일에 답장을 보내며, 팝콘과 팝타트(토스터 과자)를 많이 먹는다. 추운 날이 계속되던 지난 겨울엔 “사흘 동안 외출하지 않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실 세계와 단절되면 심리적으로 해로울지 모른다고 피트 웰치 하원의원(민주당·버몬트주)이 말했다. “지역구에 가면 정서 생활이 회복되지만 워싱턴에서 의정활동만 할 때는 심리적 압박이 심하다. 오로지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이처럼 의원들이 서로 소원해지도록 부추기는 요인은 많다. 그들이 서로 가까워지게 하려면 균형을 잡아주는 강한 대항력이 필요하다. 처음엔 오바마 부부가 그런 힘이 되리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오바마는 그 막강한 스타파워에도 불구하고 아주 개인적인 일벌레로 판명됐다. 그는 워싱턴 정가의 관습과 주류 정치인 다수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듯하다. 그는 이미 확고하게 짜인 시카고의 친구와 측근을 데리고 백악관에 입주해 그들에게만 기대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그 테두리 밖의 사람을 대개 멀리했다.

빌 클린턴은 정적도 매력을 느끼는 자연스러운 붙임성이 있었다. 일부 관측통에 따르면 오바마에겐 그런 기질이 없다. “클린턴은 의원 10명, 15명, 20명에다 그들의 배우자까지 불러 만찬을 즐겼다”고 전 하원의원 빅 파지오(민주당·캘리포니아주)가 돌이켰다. “그는 늘 힐러리와 함께 참석했다. 그런 자리를 통해 친분을 쌓으려 애썼다.”

트렌트 롯은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시절 툭하면 클린턴에게서 전화를 받았다고 돌이켰다. “우린 둘 다 남부 출신이다. 당이 달라도 서로 통한다.” 반면 오바마와 공화당 지도부는 환담을 나눈 적이 없다. 중간선거 때까지 그는 존 베이너 현 하원의장(공화당)은 한 번도 독대하지 않았다. 아니나다를까 지난 2월 오바마는 연례 알팔파 클럽 만찬(워싱턴의 미디어 거물들을 위한 호화 사교클럽 행사)에 또다시 불참했다. 대신 오바마는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의 환송회에 참석했다.

지금까지 오바마 부부의 사교활동 대부분은 친한 친구 몇몇과 어울리거나 예술 등 가치 있는 운동을 지지하는 행사였다. “대통령 부부는 다양한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의회의 한 내부 소식통이 불평했다(그도 민주당 소속이다). “그들은 좀 더 격식 없는 어울림을 좋아하지도 장려하지도 않는다.” 특히 미셸 오바마가 워싱턴 문화에 저항한다는 말이 나돈다. “퍼스트레이디는 워싱턴을 싫어하는 듯하다”고 그 소식통은 말했다.

솔직히 미셸 오바마를 탓할 일은 아니다. 모든 퍼스트레이디처럼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도마에 오른다. 경제위기의 와중에 어떻게 스페인에서 휴가를 보내며 장 폴 고티에(명품 디자이너) 블라우스를 걸치나? 어떻게 감히 외유를 즐기나? 뉴욕의 오페라 관람 나들이가 말이나 되는 얘긴가? 국빈 초청 만찬에 외국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고? 지난겨울 미셸은 남편과 한밤 데이트를 더는 못한다고 투덜거렸다. 가는 곳마다 수행원들의 ‘소란’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참을 만하다고 미셸은 NBC 방송 대담쇼 ‘투데이’에서 진행자 매트 라우어에게 말했다. 자신과 남편은 ‘따분한 사람’으로 집에서 지내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서글픈 일이다.

대통령마저 워싱턴을 기능장애에서 구원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누가 그런 능력을 가졌을까? 옛날에는 워싱턴 사교계의 여왕이 정치인들의 상호 배타성을 중재했다. 에번절린 브루스(저명한 작가)나 캐서린 그레이엄(전 워싱턴포스트지 회장)이 초대하면 누구나 호응했다. 그런 사교계 여왕의 시절은 오래전에 끝났다. 일부 VIP가 여전히 과거의 살롱 만찬을 시도하지만 그런 모임은 갈수록 드물어지고 친근감도 떨어지며 자유분방하지도 않다. 특히 요즘은 모두가 자신이 한 말이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손님에 의해 트위터로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에 민감하다. “그래서 좀 규모가 큰 파티에서 오가는 대화는 대개 재미없고 중립적”이라고 한 노련한 사교파티 주최자가 말했다. “요즘 세계에선 모든 일이 게임이다.” 경험이 풍부한 파티 주최자도 초당적인 초청인사 목록을 만들기가 여간 골치 아프지 않다. 신중한 만찬 파티로 유명한 스티브 클레먼스(뉴아메리카 재단의 선임 연구원)는 “워싱턴이 부족사회로 변해 간다”고 말했다.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워싱턴은 옛날처럼 순전히 사교 목적으로 파티를 여는 법을 잊어버린 듯하다. “홍보 행사가 훨씬 많다”고 클레먼스가 말했다. 파티의 눈도장 찍기가 늘 워싱턴 풍속도의 일부였지만 원로 정치인들은 그런 파티도 갈수록 노골적인 거래의 장으로 변해 간다고 한탄한다. 워싱턴포스트지 발행인 캐서린 웨이머스(캐서린 그레이엄의 손녀)는 2009년 작은 스캔들에 휘말렸다. 워싱턴포스트가 다섯 자릿수(정확히 말하자면 2만5000달러)의 참가비를 받고 정부 고위관리와 의원, 자사 기자들이 만나는 비공개 ‘정책 만찬’ 행사를 웨이머스의 사저에서 개최하려 한다는 계획이 인터넷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워싱턴의 기준에서도 과도했다. 웨이머스는 그 행사를 취소하고 독자에게 사과했다.

이런 분위기는 자업자득일지 모른다. “워싱턴은 지구상에서 가장 정서적 친밀함을 멀리하는 도시”라고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이자 문화비평가인 데이비드 브룩스가 지적했다. “그래서 이 도시에는 정서적 삶에서 도피해 직업적인 삶을 살려는 사람들이 꼬인다.”

게다가 요즘 미국을 휩쓰는 금욕주의도 한몫한다. 한때 누구나 즐겼던 나쁜 습관 다수가 지금은 오명의 덫이다. “옛날의 워싱턴을 돌이켜보라”고 브룩스가 말했다. “과거엔 음주도 많이 했고 애정 행각도 많았고 괴짜도 훨씬 많았다.” 일부 고참 의원도 동의하는 이야기다. 한 공화당 원로 의원은 “과거엔 시가를 즐기는 사람, 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고 미 총기협회(NRA)가 거창한 만찬을 베풀었다”고 돌이켰다.

지금의 워싱턴에선 사교 파티 자체가 악덕으로 간주된다. 물론 로비스트나 이익단체가 호화판 만찬, 고급 선물, 사치스러운 해외 유람으로 정치인의 호의를 얻고자 했던 관행 탓도 있다. 하지만 더 넓게는 정치인이 지역구의 민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호화 파티를 즐기느라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에 유권자가 무조건 격분하도록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정적과 어울리면 소속 당이 못마땅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유권자가 더 의심하는 세상이다.

그렇다고 워싱턴의 정치인 모두가 초당적 어울림을 포기했다는 뜻은 아니다. 에너지 법안 토론 과정에서 웰치는 민주당 동료의원 짐 쿠퍼와 함께 쓰는 아파트에서 다른 의원들을 위한 비공식 만찬을 여러 차례 열었다. 민주당 의원 10여 명은 한 달에 한 번씩 와인과 대형할인점 음식을 즐기며 대화하는 행사를 열었다. 한편 차페츠는 동료 의원 열댓 명과 체육관에서 어울려 운동하며 교류한다. “아침 6시 반에 모여 P90X(고강도 전신운동 프로그램)를 한다.”

그뿐 아니다. 톰 콜 하원의원(공화당·오클라호마주)은 ‘시가 의원단(cigar caucus)’ 소속이다. 쉬는 시간이면 하원의장 로비 밖에 설치된 발코니에 모여 시가를 즐기는 의원들을 가리킨다. “함께 앉아서 시가를 피우면 묘하게 마음이 통한다”고 그가 말했다(과연 그럴지는 의문이지만). 웰치는 공화당의 린 웨스트모어랜드 하원의원과 초당적 만찬 주최를 논의했다. 존 딘젤 하원의원(최다선, 민주당·미시간주)의 아내 데비 딘젤은 신혼 시절 남편과 즐겼던 ‘팟럭 서퍼(potluck supper: 각자 음식을 약간씩 준비해서 나눠 먹는 저녁식사 모임)’를 친구들과 함께 부활시키려 한다.

대다수 의원에 따르면 해외에 파견되는 대표단의 활동이 초당적 친분을 쌓은 지름길이다. “초당적인 대표단에서 내 짝은 찰리 덴트(공화당·펜실베이니아주)였다”고 웰치가 말했다. 두 사람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방문할 때 친해졌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오찬 동아리(lunch bunch)’가 특히 인기다. 매 겨울 뮌헨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하는 초당적 의원 모임이다. 그들은 뮌헨에 가는 도중에 라트비아, 우크라이나, 리투아니아 등에 들러 브리핑을 함께 들으며 오찬을 즐긴다.

백악관도 새로운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로 충격을 받은 탓인지 이제는 정치 주류파를 포용하려는 태도다(적어도 그들을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오바마 부부는 더욱 친근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쓴다. 휴일 파티를 더 많이 열고, 공개적인 사진을 더 많이 찍고, 격식 없는 모임에 더 많은 사람을 초청한다(최근 수퍼보울 파티에 정치인들과 함께 인기 팝가수 제니퍼 로페즈-마크 앤터니 부부도 초청했다). 또 지난달 오바마는 백악관 사회담당 비서관에 처음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동성애자 제러미 버나드를 기용했다. 그는 불손한 유머와 광적인 여흥 기술로 유명하다. 마침내 백악관이 워싱턴에 약간의 즐거움을 제공하려는 마음 먹은 듯하다.

물론 엄밀히 말해 캐멀럿의 부활은 아니다. 하지만 어쩌면 캐멀럿으로 가는 첫걸음일지 모른다.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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