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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 변신 앞둔 ‘거버네이터’

제4 변신 앞둔 ‘거버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 오스트리아 출신의 보디빌더에서 액션 영웅으로, 또 미국 정치인으로… 그 다음 행보는?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 집무실을 찾은 슈워제네거. 존슨은 과거 슈워제네거를 “영어를 한마디씩밖에 발음 못하는 오스트리아 출신 사이보그”라고 불렀다.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올해 63세다. 인간의 나약함과 무한한 가능성이 한판 결전을 벌일 나이다. “지금까지 성취한 일을 돌이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흐뭇하다.” 슈워제네거가 런던 사보이 호텔에서 늦은 점심을 하며 말했다. 그의 억센 독일식 영어 발음이 주변에서 들려오는 티타임의 피아노 소리와 서로 다투는 듯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밥맛이 싹 가신다.”

미스터유니버스 5회, 미스터올림피아 7회 석권, 그 뒤로 코난, 터미네이터, 게다가 거버네이터(Governator: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선출된 그의 별명)까지 거친 근육질 남자 아니던가? 그런 슈워제네거가 나이에 못 이겨 몸의 쇠락을 한탄하는 이야기는 자못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친구이자 ‘트루 라이즈’와 ‘터미네이터’ 1·2편에 그를 주인공으로 발탁했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이렇게 해석했다. “아널드가 말하는 ‘밥맛이 싹 가신다’는 표현과 그 나이의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같은 표현은 전혀 다르다.”

물론 셔츠 차림에 건장한 슈워제네거는 늙어가는 영화배우의 멋진 이상형이다. 하지만 189㎝였던 키가 3.8㎝나 줄었고, 31인치였던 허리가 36인치로 늘었으며, 늘 과시하고 부러움을 사던 가슴둘레도 145㎝에서 15㎝나 줄어들었다. 변치 않는 적갈색 머리카락(그의 단골인 베벌리 힐스의 미용실 작품이다) 아래 그 유명한 각진 얼굴은 햇볕에 그을린 황갈색 피부로 층이 졌고, 푸른 눈 주변에는 잔주름이 잡혔으며, 단단했던 그의 턱은 막 생겨난 주름으로 처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지도 않고, 완력을 자랑하려고 셔츠를 찢지도 않고, 몸을 팔지도 않는다”고 슈워제네거가 말했다. “하지만 거울 앞에 서서 내 모습을 찬찬히 뜯어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맙소사, 완전히 망가졌잖아!’”

지칠 줄 모르고 쉴새 없이 움직이던 슈워제네거가 요즘 아주 드물게 성찰의 시간을 맞았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지사로서 올해 초까지 두 차례 임기를 마쳤다. 시작은 멋졌다. 여러 가지 두드러진 성과를 올렸고 당을 초월하는 선의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3개월 반 전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재정파탄으로 용두사미가 돼버렸다. 퇴임 하루 전엔 친구 아들이 받은 형량을 감해줘 비난을 샀다. 그 일은 빌 클린턴이 임기 말 금융재벌 마크 리치를 사면해준 상황을 떠올리게 하면서 그의 주지사 이력 막판에 오점을 남겼다. 임기가 끝났을 때 그의 직무수행 지지도는 20%를 겨우 넘을 정도였다. 2003년 10월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위기를 초래했다’며 주민소환된 전 민주당 주지사 그레이 데이비스만큼이나 인기가 없었다(슈워제네거는 그 보궐선거에서 주지사로 선출됐다). “경제가 추락하면 주민이 지도자에게 화풀이를 하게 마련”이라고 슈워제네거가 말했다.

이제 그는 ‘슈워제네거 4.0’을 구상 중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보디빌더에서 액션 영웅으로, 또 미국 정치인으로 이어진 믿기 어려운 3단계의 인생 궤적를 그린 후 그 다음 차례로 꿈꾸는 대변신을 말한다. 확실한 기본계획은 없다. “지루해지면 늘 새로운 뭔가가 생겼다”고 그가 말했다. “생각해 보면 정말 놀랍다. ‘터미네이터3’을 찍으면서 이제 정말 이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마침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됐다. 그로써 내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희한했다.”

슈워제네거에겐 스타 파워, 정치 연줄, 정책 집행력이 있다. 그 독특한 결합으로 사람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매우 높다. 우선 주지사 시절에 심혈을 쏟았던 세계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유엔에서, 그리고 그가 만든 R20 기후네트워크(기후변화에 함께 싸우기로 선언한 지도자 단체)에서는 꾸준히 일할 생각이다. 아울러 사회기반시설 확충과 이민법 개혁,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 스페셜 올림픽(장애인 올림픽)을 지원하고, 오하이오주에서 매년 개최하는 보디빌딩·스포츠 대회인 ‘아널드 클래식’에도 계속 참석할 계획이다. 물론 그렇게 너무 다양한 방면으로 일을 벌이다 보면 주제를 잃어버릴 위험도 있다.

마리아 슈라이버는 남편 슈워제네거의 주지사 출마를 원치 않았지만 2003년 10월 그가 선출되자 활동적인 주지사 부인 역할을 즐겼다.

영화감독 조지 버틀러는 1977년 슈워제네거의 자전 다큐멘터리 영화 ‘펌핑 아이언’으로 그가 스타로 자리매김하는 데 산파역할을 했다. 그는 슈워제네거에게 우주 프로그램의 민영화 운동을 이끌라고 제안한다. 한편 슈워제네거 주정부에서 환경보호청장과 내무장관을 맡았던 테리 태미넨은 그에게 새 헌법을 채택한 유럽연합(EU)의 대통령이 될 방안을 강구해 보라고 조언한다. “몇 년 안에 EU는 지명도가 훨씬 높은 대통령을 찾게 된다”고 태미넨이 말했다. “유럽을 통합할 능력을 갖춘 인물 말이다. 프랑스는 독일인을 원치 않고 독일은 이탈리아인을 원치 않는다. 그렇다면 유럽 출신(슈워제네거는 오스트리아 태생이다)으로 미국에 건너가 성공한 인물이 새로 통합된 유럽에 ‘워싱턴’이나 ‘제퍼슨’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

25년 동안 슈워제네거와 함께 산 아내 마리아 슈라이버도 남편의 다음 착륙지가 어디가 될지 확신하지 못한다. “아널드가 어떤 결심을 하든 재미있게 일하고 멋진 유산을 남기리라 확신한다.”

슈워제네거는 2003년 NBC TV의 ‘투나잇 쇼’에 출연해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그때 그는 아내와 네 자녀가 자신의 출마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케네디 일가의 비극적인 경험 때문이었다(마리아 슈라이버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여동생이 낳은 딸이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마리아에겐 아주 고통스러운 경험이 있다”고 슈워제네거가 말했다. “그녀의 아버지 로버트 서전트 슈라이버가 1972년 부통령 후보가 되면서 그녀에게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았고, 다시 1976년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도 그녀에게 의사를 묻지 않았다. 마리아는 자신이 가족에게서 완전히 무시당했다고 생각한다.” 슈워제네거는 이렇게 덧붙였다. “내 인생에 흠이 없지 않기 때문에 인신공격의 표적이 되기 쉽다. 마리아는 그 점을 우려했다. 게다가 낙선하면 자신과 자녀에게 치욕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슈라이버는 주지사 부인이 되자 활동가로서 그 역할을 즐겼다. 슈워제네거는 함께 일한 주정부 관리와 친구들 만을 위해 자신의 행정부를 기념하는 호화롭고 역기처럼 무거운 책 ‘7년(Seven Years)’을 비공개로 발간했다. 거기서 50쪽을 할애해 ‘변화의 설계자’라며 아내에게 찬사를 바쳤다.

슈라이버는 슈워제네거가 주지사가 되면서 자신의 방송인 경력을 포기해야 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 하원의장을 지낸 윌리 브라운은 슈라이버가 남편의 업적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마리아는 남편이 자신에게 도움을 준 이상으로 아널드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정치적 수완이 뛰어난 슈라이버도 슈워제네거가 퇴임 직전 일으킨 사면권 남용 논란을 잠재우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슈워제네거는 16년 형을 선고 받은 에스테반 누네즈의 형량을 7년으로 줄여주기로 결정했다(누네즈는 2008년 샌디에이고 주립대에 다니던 22세의 루이스 산토스의 살해에 세 친구와 함께 가담했다고 인정했다). 사전에 그 사실을 통고 받지 못한 희생자 가족은 형량을 복귀시키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권리남용 논란을 넘어 정치적 ‘뒷거래’ 의혹으로 비화했다. 에스테반 누네즈가 한때 슈워제네거의 최대 정적이었다가 절친한 친구로 변한 패비언 누네즈의 아들이기 때문이었다(그는 민주당 소속으로 주의회 하원의장을 지냈다).

슈워제네거는 퇴임을 몇 시간 앞두고 친구의 아들이 직접 살인을 하진 않았기 때문에 형량이 너무 가혹하다며 감형을 결정했다. 그는 뉴스위크에 이렇게 말했다(그 결정과 관련한 그의 첫 공개 논평이다). “사람들의 실망을 이해한다. 부모의 분노도 이해한다. 나도 똑같이 느꼈을 게 분명하다. 사전에 희생자 부모에게 통고하지 않은 잘못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 궁극적으로 내 책임이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내 결정에 후회는 없다. 우연히 내가 잘 아는 아이였다. 그 점에 관해선 사과할 생각이 없다. 물론 비난이 많다. 우리의 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그 아이의 아버지와 그렇고 그런 관계이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친구를 돕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나?”

공화당의 여러 운동가는 명목상 공화당 소속이면서 케네디가의 사위이기도 한 슈워제네거가 민주당 인사들과 친한 점을 두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다. 그는 민주당에 충직한 인사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했고 계속 당쟁을 초월하는 모습을 보였다. 슈워제네거는 “액션은 언제나 중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이념보다 중도적 실용주의를 신봉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후임을 뽑는 2010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그는 e베이 CEO를 지낸 공화당 후보 메그 휘트먼을 지지하지 않았다(결국 민주당 후보 제리 브라운이 선출됐다).

“그녀(휘트먼)는 스스로 게임에서 제외됐다”고 슈워제네거가 말했다. “그녀는 단지 우익의 지지를 얻으려고 애썼을 뿐이다. 중도파를 붙잡지 못했다. 브라운은 아주 영리하게 그녀와 정반대로 나갔다. 그의 메시지는 이랬다. ‘나는 부자가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은 지식과 경험뿐이다. 나는 어느 한쪽에 영합할 필요가 없다. 나는 캘리포니아에 옳은 일을 하겠다.’ 휘트먼은 의사전달자로서 효과적이지 못했고 그녀의 아이디어는 너무 극단적이었다.”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은 슈워제네거의 선거운동과 그의 정부에서 핵심 보좌역 역할을 했다. 그는 슈워제네거의 업적이 임기 말년의 오점을 말끔히 씻어내리라 본다. “그는 미국의 어느 지역보다도 캘리포니아를 더 심하게 휩쓴 경제 쓰나미의 희생자”라고 슐츠가 말했다. “그의 임기 마지막 2년은 매우 힘들었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세입 기반이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슐츠는 슈워제네거가 자신이 이룬 업적으로 기억되리라 믿는다. 특히 극도로 파당적이었던 선거구 조정을 개혁했고, 오픈 프라이머리(당원 자격의 유무에 상관없이 투표하는 직접 예비선거)를 도입했으며, 산재보험 배상의 한도를 제한했고, 사회기반시설 채권으로 600억 달러를 모았으며, 개발을 제한해 수십만 헥타르의 자연경관을 보존했으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획기적인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는 전임자 그레이 데이비스와는 다른 평을 받는다”고 슐츠가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그의 사인을 받으려고 난리를 피운다.”

아니 ‘세계 어딜 가도’가 더 맞을지 모른다. 최근 그는 환경운동 동지이자 재생에너지 운동가인 캐머런 감독과 함께 브라질의 싱구 강을 찾았다. 그 다음은 나이지리아로 가서 연설했다(물론 무료 연설이 아니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2014 동계올림픽 개최지 소치에서 함께 스키를 타자고 초청했지만 나이지리아 연설 때문에 무산됐다.

뉴스위크는 런던에서 슈워제네거를 만났다. 클라리지 호텔 입구에서 푸른색 벤틀리로 걸어가는 그를 파파라치와 팬들이 에워쌌다. 슈워제네거는 앨버트 홀에서 열리는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80회 생일 파티에 초대받고 여러 명과 공동 소유하는 개인용 제트기 걸프스트림V를 타고 런던에 도착했다. 그는 그 파티의 VIP 박스에서 고르바초프 바로 뒤에 앉았다(고르바초프는 그를 보며 ‘아널드!’라고 큰소리로 부르며 반갑게 맞았다). 그의 옆에는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이 자리 잡았다. 케빈 스페이시와 섀런 스턴이 진행을 맡은 장시간의 과도하게 호화스러운 프로그램이 진행될 동안 슈워제네거는 뒤로 몸을 젖히고 무대 위의 대형 화면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베를린 장벽의 영상이 비쳐지자 이렇게 말했다. “아주 좋은 벽돌이야.” 미국 산타모니카에서 벽돌공으로 일한 적이 있는 보디빌더의 신랄한 평가였다.

런던에 머물 동안 슈워제네거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제러미 헌트 문화스포츠 장관, 내년 개최될 런던 올림픽의 고위 관계자들,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 등 국가 수반이나 만날 만한 사람을 두루 면담했다.

존슨 시장은 타워 브리지 부근에 있는 런던 시청의 시장실에서 만났다. 먼저 런던의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려는 친환경 해결책인 ‘보리스 자전거’를 타고 사진을 찍었다. 그 다음 슈워제네거는 헝클어진 외모로 유명한 존슨 시장의 정리되지 않은 머리를 두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내 비서는 당신이 머리에 ‘상품’을 바르지 않는다고 했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우겼지요. 누가 옳은가요?”

“‘상품’이라니 무슨 뜻이죠?” 존슨이 영국 상류층 억양으로 되물었다.

슈워제네거가 설명하자 존슨이 이렇게 말했다. “샴푸를 했어요.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이 방영될 때 여자가 샤워하는 광고에 나오는 샴푸를 쓰죠.”

두 사람은 이전에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악연이 있었다. 2007년 10월 슈워제네거는 영국 중서부 해안도시 블랙풀에서 열리는 영국 보수당 전당대외에서 위성으로 연설을 하려고 대기했다. 당시 런던 시장 후보였던 존슨은 무대에서 연설 중이었다. 슈워제네거는 마이크가 켜 있는 줄도 모르고 낮은 목소리로 “이 친구 계속 말을 더듬는군”이라고 속삭였다. 언론이 난리를 치자 당시 존슨은 “영어를 한마디씩밖에 발음하지 못하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이보그”가 자신의 웅변 스타일을 비난했다고 받아쳤다.

“그때가 우리 사이의 가장 악명 높은 만남이었죠?”라고 존슨이 슈워제네거에게 상기시켰다. 슈워제네거는 “그건 미안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나한테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이보그라고 했다면서요?”

“공이 넘어왔기에 넘기려 했을 뿐입니다. 뭔가 말해야 했어요.”

슈워제네거는 영국 하원 의사당의 총리 사무실에서 44세의 캐머런 총리를 만났다. 두 사람은 신노동당이 정권에서 캐머런이 보수당 당수로 선출된 2005년이래 친했다.

“주지사님! 주지사님!” 캐머런 총리가 마치 신이 난 강아지처럼 방으로 뛰어들어오며 말했다. 그날 슈워제네거는 이미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고르바초프를 만난 뒤였다.

슈워제네거는 고르바초프를 두고 “아주 멋쟁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더군요. 그가 영어를 했으면 더 좋겠지만 그의 러시아어만 들어 봐도 아주 멋져요.”

“리비아에서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캐머런이 물었다. “아주 힘든 결정이었거든요.”

“아주 멋집니다.” 슈워제네거가 한마디로 대답했다.

캐머런이 여왕 알현을 위해 버킹엄궁에 간다고 하자 슈워제네거는 “그녀에게 제 안부도 전해 주시지요”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환담하던 중 캐머런이 농담을 건넸다. “당신이 (미국) 대통령에 출마하려면 헌법을 바꿔야 하니 그런 식으로 한번 바꿔 보시지요.””

헌법이 허용한다면 슈워제네거는 미국 대통령에 출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행 헌법에 따르면 불가능한 길이다. 그는 오스트리아 그라즈 외곽의 탈-리나크 마을에서 경찰관의 아들로 태어나 실내 상하수도 시설도 없이 자랐다. 슈워제네거는 요즘 영화 대본을 읽고 자신의 회고록을 써줄 대필작가를 물색 중이다. 수백만 달러 규모의 출판 계약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그의 강연료는 “전직 대통령 수준이거나 때로는 더 높다”고 그가 떠벌렸다. 그는 이미 엄청난 부자다. 의류회사 리미티드 브랜즈의 CEO 레스 웩스너와 손잡고 구입한 오하이오주 컬럼버스의 쇼핑몰 등에 약삭빠른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 하지만 그는 순자산이 약 4억 달러라는 보도를 확인해주려 하지 않았다. “그냥 ‘아주 행복한 상태’ 정도로 해두죠”라고 그가 말했다.

슈워제네거는 런던을 떠나 프랑스 발디제레에서 며칠 스키를 즐긴 뒤 칸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명예훈장 레지옹 도뇌르를 받고 칸에서 개최된 국제 TV 프로그램 견본시(MIPTV)에 참석해 각국 바이어를 상대로 주지사 퇴임 후 자신의 첫 연예 프로젝트를 홍보했다. 스탠 리 감독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거버네이터 (The Governator)’다(그 별명은 그의 금융 자문역 폴 워치터가 선견지명 있게 미리 상표 등록했다). 내년에 만화책과 비디오 게임을 비롯해 그의 캐릭터가 인쇄된 도시락통, 장난감, 티셔츠, 칫솔 등의 출시와 함께 전 세계에 방영된다. 극장판 3D 애니메이션은 2013년 초 개봉될 예정이다.

슈워제네거는 런던 거리에서처럼 MIPTV가 열린 칸의 크루아제트 거리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누구나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들여 방을 채우나’하고 고민한다”고 슈워제네거가 말했다. “그 점에선 나 같은 스타가 유리해. 관건은 프로그램 판매계약을 따느냐 마느냐지.”

13년 전 50세였을 때 그는 결함이 있는 대동맥 판막을 교체하는 수술을 받았다. 유전적 결함이다. 외할머니도 그 때문에 사망했다. 그는 수술이 잘 끝난 뒤 어머니 아우렐리아도 수술을 받도록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전혀 생각이 없으셨다. ‘신이 나를 데려가고 싶어한다면 어쩔 수 없잖니’라고 말하셨다.” 1998년 8월 17일 “어머니는 아버지 생신에 성묘 갔다가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그의 묘지 위에서 돌아가셨다.” 그때 어머니 나이 76세였다.

판막의 기능을 유지하려면 심박동수가 120을 넘지 않도록 계속 약을 먹어야 한다. 대체한 판막이 몇 년 뒤 마모되면 다시 가슴을 열고 새 판막으로 교체해야 한다. “아주 오랫동안 정신적 타격이 매우 크다”고 슈워제네거가 말했다. “제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이제부터는 자신이 하자 있는 상품이란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가 싱긋 웃으며 덧붙였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그런 현실을 부인하며 살아간다.”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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