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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ss] `아이패드를 먹을 순 없잖아`

[Compass] `아이패드를 먹을 순 없잖아`


FRB는 부정하지만 미국인들은 물가가 뛰고 인플레이션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잘 안다

“아이패드는 먹을거리가 아니다.” 이는 2010년대 대(大)인플레이션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한마디로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른다.

지난 3월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제도은행장은 뉴욕시 퀸스의 주민에게 왜 이번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이유가 없는지 설명하려 애썼다. 골드먼삭스의 수석 경제분석가 출신인 더들리는 이렇게 표현했다. “요즘 출시되는 아이패드2는 아이패드1보다 성능은 두 배 뛰어나지만 가격은 똑같습니다. 모든 제품의 물가를 봐야 합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청중 속의 누군가가 한마디를 던졌다.

“아이패드는 먹지 못하잖아요.”

더들리의 상사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주 수요일(27일) 자신의 사상 첫 기자회견에서 그런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FRB와 일반대중의 시각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나는 버냉키를 존경한다. 1930년대의 금융역사 전문가인 그는 2008년 우리가 제2의 대공황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간파한 지도층 내 극소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1930년대 대공황의 재연을 겨우 피하고선 곧바로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에 치인다면 대중은 그가 실패했다고 판단하게 된다.

이럴 때 FRB가 상투적으로 내놓는 반응이 있다. 도시 소비자물가지수(CPI-U)를 가리키며 지난 3월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7%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식료품과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근원 CPI’(FRB가 애용하는 지수)는 1.2%에 지나지 않는다. 구글이 새로 발표하는 온라인 물가지수도 비슷한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의 서민에게 중요한 건 아이패드의 온라인 가격이 아니라 매장 진열대의 식료품 값, 주유소의 휘발유 값이다. 어쨌든 그들이 가장 자주 맞닥뜨리는 물가가 이런 품목의 가격이다. 그리고 지난주 갤런당 평균 휘발유 값이 3.88달러에 이르면서 지금은 기름통을 채울 때의 고통이 오바마 대통령 취임 당시의 갑절은 커졌다.

재선가도에 위협이 될지 모른다고 직감한 대통령은 지난주 석유회사에 주는 ‘근거 없는’ 세금감면 혜택을 폐지하라고 의회에 촉구했다. 그리고 법무부 특별대책반을 구성해 석유 시장의 바가지요금과 사기를 조사하도록 했다. 이 무슨 터무니없는 짓인가? 유가급등은 3년 동안 본원통화를 세 배 확대한 FRB 정책 탓이다. 그리고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이 아직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중동 위기의 결과다.

그리고 CPI가 신뢰성을 잃는 이유는 경제학자 존 윌리엄스가 줄기차게 지적하듯 사이비 지수이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인플레이션 산정방식은 1978년 이후 24차례나 ‘개선’됐다. 옛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면 CPI는 10%가 된다. 그렇다.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 시대가 돌아왔다. 머지않아 근원 CPI의 소수점을 오른쪽으로 한 자리 옮기기만 하면 진짜 인플레이션율이 얼마인지 알게 될 듯하다.

조삼모사는 BLS만의 장기가 아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지난주 미국외교협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달러 강세가 나라에 유익하다는 관점을 유지해 왔으며 그런 정책은 앞으로도 변함없다.” 하지만 달러는 2009년 이후 다른 통화 대비 17% 절하됐다. 유럽으로 휴가를 떠나는 비용은 1년 전보다 20%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나는 1970년대에 성장기를 보냈다. 10세 때 학생신발 값의 급등을 개탄하는 독자편지를 글래스고 헤럴드 신문에 보냈다(정말로 내 발이 너무 빨리 큰다고 생각했다). 처음 언론에 실린 글이었다. 박사논문 주제도 독일의 초인플레이션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 내가 그 문제에 너무 과민한지도 모르겠다. 오는 6월 FRB가 양적완화(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현금을 푸는 정책)를 중단하면 인플레이션이 물러갈지도 모른다. 어쩌면 골드먼삭스의 예측대로 고유가로 경제가 둔화되면서 디플레이션의 망령이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또는 어쩌면 골드먼삭스 출신의 더들리 은행장(현대의 마리 앙트아네트)이 “그들에게 (식빵 대신) 아이패드를 공급하라”고 말하는 듯이 보일 때 인플레 기대심리가 부풀어오르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필자는 하버드대 역사학자로 뉴스위크의 고정 칼럼니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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