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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150억 적자회사 3개월 만에 흑자

[Company] 150억 적자회사 3개월 만에 흑자

강성희 오텍캐리어 대표이사.

에어컨 기업 캐리어가 1분기에 매출 700억원, 영업이익 3억원을 기록했다. 4년 연속 적자를 보던 기업이, 그것도 비수기에 올린 흑자여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캐리어는 매출 2395억원에 15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캐리어 에어컨은 지난해 12월 특장차 전문 업체인 오텍에 경영권을 넘겼다. 특장차는 기존의 완성차를 수요자 요구에 맞게 개조한 것으로 앰뷸런스, 냉동탑차 등이 이에 속한다. 오텍의 강성희 회장은 회사 이름도 오텍캐리어로 변경했다.

미국 기업인 캐리어가 처음 한국에 진출한 것은 1985년. 대우와 합작해 출발했다. 한때 캐리어 한국지사는 높은 기술 수준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최고 생산기지로 입지를 다졌으나 최근 몇 년간 국내시장에서 대기업의 시장 점유 경쟁에 밀리면서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경영난을 이유로 미국 본사는 2009년 한국 캐리어를 매물로 내놓았다.



영업력 강화에 주력이때도 오텍은 입찰에 참여했으나 최종 주인은 파이프 전문업체인 시노코파이프로 결정되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노코파이프가 재정난에 빠지며 대금을 치르지 못하자 오텍이 다시 나섰다. 올 12월 캐리어 지분 80.1%를 총 227억원을 들여 가져간 것이다. 오텍은 유상증자 200억원을 포함한 227억원에 캐리어를 인수했지만 본사로부터 지고 있던 500억원 규모의 채무는 면제 받았다. 비교적 싼 가격에 자기 매출(620억원)의 4배에 달하는 회사를 인수한 것이다.

캐리어는 일반 가정용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낮아 주목 받지 못했지만 수익성이 높은 산업용 에어컨 부문에서 20%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고속철도 냉방기 공급을 독점하고 있으며 인천공항 등에도 공급할 정도로 시스템에어컨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확고하다.

인수 직후 오텍의 강 회장은 캐리어 정상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오텍캐리어의 민인식 부사장은 “지원 부서 인력을 새로 연 지방 지사에 영업인력으로 배치하는 등 조직을 효율적으로 재구성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단행한 구조조정을 2010년에 마무리해 안정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오텍은 자재 구매 비용을 줄이는 등 기업 전체의 낭비 요소들을 점검했다.

그동안 부족했던 영업력을 확충해 내수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려는 노력도 더해졌다. 4곳의 영업소 외에 인천과 원주, 전주에 지방 영업소를 추가 개설했다. 전문점과 할인점을 통한 직판영업과 방문판매영업을 동시에 강화했다. 국내 특장차 업체 1위인 오텍의 영업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솔로몬투자증권의 전용범 연구원은 “조달시장에서 오텍이 쌓아온 노하우가 캐리어와 만나 앞으로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대기업 수요를 일부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새로운 에어컨 모델을 개발해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한편, 과거 미국의 윤리규정에 묶여 일부 분야의 영업활동이 불가능했던 것에서 벗어나 관급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도 펼치려 한다. 캐리어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해 광고 등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비를 투자하고 개발 인력을 보강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전략을 밝혔다.

올해 오텍이 세운 캐리어의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700억원 이상 높게 잡은 3123억원. 일부 증권사의 리포트도 31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 본사 아래에 있었을 당시 수출보다 내수에 치중했던 캐리어는 오텍에 인수된 이후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지난해 5%에 그쳤던 수출 비중을 3년 내에 50%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인수 직후 오텍은 바로 해외시장 진출을 행동으로 옮겼다. 기존에 오텍이 특장차 수출 협약을 맺었던 국가들부터 시작했다. 지난 4월 6일 오텍캐리어는 인도의 대표 글로벌 기업인 암텍그룹과 냉난방기 시스템 공급에 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암텍그룹과 함께 현지에 냉난방기기를 생산할 수 있는 법인과 공장을 설립한다는 내용이다. 이 회사는 오텍에서 기술이전을 받아 특장차 제조 사업에도 진출한 바 있다.

그 이전인 3월에는 캐리어가 터키 IHLAS그룹과 에어컨 수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IHLAS는 건설, 생활가전, 의료, 미디어 등 사업 분야에 45개 계열사를 보유한 터키의 대기업이다. 오텍캐리어 관계자는 “에어컨 수출뿐만 아니라 특장차 사업 부문에서 협력할 방안도 함께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오텍캐리어의 최근의 활발한 행보를 두고 전 연구원은 “오텍이 특장차 수출 계약을 맺은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의 신규 시장에 캐리어도 같이 진출하며 윈-윈 효과를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리어 관계자는 “미국 본사에 속해 있던 때에는 세계 180여 개국에 캐리어 공장과 지사가 있어 에어컨 수출이 불가능했던 반면, 지금은 캐리어가 아닌 세컨드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하는 방법으로 해외판로를 뚫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관련 호재는 또 있다. 브라질 고속철 사업에서 차량 공급업체 입찰에 뛰어든 현대로템에 캐리어가 냉방시설을 독점 공급하기로 되어 있다. 로템이 입찰권을 따내면 차 1량당 7000만원가량의 에어컨을 캐리어가 설치하게 된다.

오텍의 기존 사업분야도 전망이 밝다. 오텍은 탑차, 의료, 복지, 자동차부품 등 4개 분야 사업부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오텍이 제조하는 특장차는 건설기계 특장차에 비해 경기변동을 타지 않는 데다 최근 노령인구 비율이 커져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늘리며 오텍의 의료와 복지사업 부문도 덩달아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냉동탑차는 연평균 10%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부가가치가 높은 앰뷸런스도 베트남과 인도 등 해외 판로를 뚫고, 국내 교체 수요까지 증가해 지속적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용 에어컨의 강자 캐리어가 특장차 산업의 뚝심 있는 기업 오텍을 만나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 내수와 수출을 각각 확대해 대기업의 아성을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박미소 기자 smile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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