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뽀로로 파문’의 막전막후

이름하여 ‘뽀로로 파문’. 미국이 우리의 대표 애니메이션 ‘뽀로로’(정확한 작품명은 ‘뽀롱뽀롱 뽀로로’이며 주인공 캐릭터가 ‘뽀로로’인데 통상 ‘뽀로로’로 칭함)가 북한과 공동 제작됐다는 이유로 자국 내 반입 때 수입심사와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것이 좀 선정적으로 ‘뽀로로 대미 수출길 막히다’ ‘미국의 수입금지 품목에 뽀로로 오르다’ 등으로 포장돼 보도되면서 좀 시끄러워졌다. 심지어 ‘미국, 또 촛불시위를 맞을래!’ 운운 등 일부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목소리까지 흘러나오기도 했다.
느닷없이 터져나온 뽀로로 파문의 진상은 무엇일까?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하나는 미국의 새로운 대북제재 시행령이고 다른 하나는 뽀로로의 북한 연관성이다.
미 재무부는 4월 18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새로운 대북제재와 관련, 6월 20일자 관보에 시행령 13570호를 게재했다. 모두 31개항으로 구성된 이번 북한 제재규정은 재무부의 사전승인 없는 모든 북한산 제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고, 북한에서 생산된 완제품뿐만 아니라 북한의 부품이나 인력·기술로 만든 제품도 그 대상에 포함, 심사와 수입허가를 거치도록 했다. 예를 들면 북한의 광물로 만든 중국산 철강제품이나 북한 인력이 참여한 한국 영화의 경우 이번 시행령을 따라야 한다. 물론 시행령에 뽀로로가 구체적으로 적시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하필 뽀로로만 불거져 나온 것일까?
남북협력 향한 옛 하나로통신의 열정새 시행령이 관보에 게재된 직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미 재무부에 질의서를 하나 던졌다. “북한의 삼천리총회사가 제작에 참여한 한국의 만화 영상물 뽀로로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게 그 요지인데 그 답변에서 뽀로로가 걸려들고 만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 마티 애덤스 대변인은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북한의 물건이나 서비스·기술을 수입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전제로 “뽀로로가 북한 기술이나 인력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면 수입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회답했다.
뽀로로는 2003년 11월 27일 EBS에서 처음으로 방송된 3D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국내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하고 오콘,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이 공동 제작 방영했는데 5%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주인공 캐릭터 뽀로로가 출판 및 완구, DVD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또 2003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영화제 ‘카툰스 온 더 베이(Cartoons on The Bay)’에 공식 경쟁 후보작으로 초청되기도 했다.
뽀로로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는 현재까지 전 세계 110여 개국에 수출됐다. 2010년까지 누적 수출액은 400만 달러(약 41억원). 첫 방영 다음해인 2004년 뽀로로 제작사는 로열티로 대략 1억3000만원을 거둬들였으며, 2005년부터 수익이 급증해 올 1분기까지 로열티로만 총 470억원가량을 벌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올린 뽀로로 캐릭터의 총 수익은 8300억원에 이른다. 연 매출액도 지속적으로 증가, 올해 9000억원, 내년 1조원에 이를 것이란 게 회사 측의 계산이다.
또 다른 포인트는 뽀로로의 북한 연관성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잠시 SK브로드밴드의 전신인 하나로통신 얘기가 좀 필요한 듯하다. 이 회사는 1990년대 말 대북한 임가공사업을 펼쳤다. 인터넷 단말기와 ADSL(비대칭형 디지털 가입자망) 단말기를 북한에 위탁, 현지 가공해 남한에 반입하는 사업을 전개했던 것이다. 그러다 유럽 등 서방세계가 북한의 애니메이션 협력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에 주목, 삼천리총회사와 이 분야 사업협의에 들어갔다. 일의 진행은 순조로웠다. 2000년 하나로통신은 평양에 연면적 1000평 규모의 ‘삼천리-하나로센터’를 설립, 서울의 애니메이터와 감독이 평양으로 오가며 사전에 작품 테스트 및 공정 교육 등을 끝내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2001년 최초의 남북한 합작 애니메이션 ‘게으른 고양이 딩가’가 만들어졌다. 그 다음 작품이 바로 2003년부터 방영된 ‘뽀롱뽀롱 뽀로로’였는데, 반응은 처음 작품과 완전히 달랐다. 문제는 남북한 애니메이션 사업 협력이 회를 거듭하며 방영되는 장편에 위험요소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남북한과 미국이 엉킨 국제정치 및 군사적 외풍에 의해 협의 및 업무 채널이 불안정해지거나 중단되는 사태가 생겨났다. 실제로 미국이 클린턴 행정부에서 부시 행정부로 넘어간 직후 9개월 정도 작업에 차질을 초래, 결국 협력 관계는 2005년에 끝나고 말았다.
‘뽀로로’ 남북 공동 제작 2005년 중단그 결과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가 북한과 합작으로 제작한 것은 뽀로로 전체 156편 가운데 2001~05년에 제작된 18편뿐. 정확히는 시즌1 12편과 2005년 종료된 시즌2 6편이 전부로 현재는 100% 국내에서 제작하고 있다. 게다가 뽀로로는 현재 북한과 애니메니션이나 캐릭터 수출에 따른 로열티 지급, 수익금 배분 등 걸린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
뽀로로의 대미 수출액은 아직 미미하다. 그렇다고 이번 새 시행령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안 된다. 미국의 디즈니가 뽀로로에 관심을 보이고 있을 정도로 잠재 시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뽀로로가 실제 대미 수출규제를 받느냐 아니냐는 관건은 심사과정의 소명 여하에 달린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초기 협력과 지금의 단절 상황을 잘 설명하면 장벽을 넘어서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뽀로로 전체 편수 중 북한과 공동 제작한 것은 12%도 안 되는 데다 시즌4로 편수가 늘어나면 그 비중은 더 줄어든다”면서 “핵문제 등으로 북한을 압박할 수밖에 없는 미국의 입장을 헤아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대신 충분한 소명자료 제공 등을 통해 마찰을 극복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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