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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es] 명품이 잘 팔릴 때 부자는 펀드에 가입한다

[Riches] 명품이 잘 팔릴 때 부자는 펀드에 가입한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쇼핑도 하고 장도 본다. A씨는 오랜만에 평일 한낮에 명동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롯데백화점 본점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요즘 서울에 외국인이 많이 온다고 들었지만 중국말과 일본말이 더 많이 들릴 정도로 외국인의 비중이 컸다. 특히 루이뷔통이나 샤넬 등 명품 매장에서는 더욱 그랬다. A씨는 특히 여러 중국인 가족이 명품 쇼핑백을 한 사람당 몇 개씩 들고 다니며 싹쓸이하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서울 청담동에서 사업을 하는 B씨는 2008년 크리스마스 때 홍콩 출장을 다녀온 후 2년 반 만에 다시 출장을 가게 됐다. 2008년에는 금융위기 여파로 캔톤로드와 센트럴에 모여 있는 명품숍에 손님이 없어 휑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홍콩의 명품거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게다가 명품숍들은 매장을 리모델링하고, 면적을 확대하는 등 활기찬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금융위기 벗어나 명품업계 호황평소 알고 지내던 A씨와 B씨는 프라이빗뱅커와 점심식사를 하며 이런 얘기를 주고받다 ‘럭셔리펀드’에 가입했다. 럭셔리펀드란 말 그대로 명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들의 주식에 주로 투자해 수익을 거두려는 해외 주식형 펀드다. 이미 몇 년 전 나온 펀드지만 A씨와 B씨가 피부로 느낀 것처럼 최근 명품업계가 침체에서 벗어나 활황을 이어가고 있어 주가도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분석에 다시 눈여겨본 것이다.

럭셔리펀드에서 주로 투자하는 세계 패션 명품그룹은 크게 세 곳이다. 가방의 명품 루이뷔통, 샴페인의 명품 모에앤샹동, 코냑의 명품 헤네시가 합쳐져 만들어진 프랑스의 LVMH(루이뷔통모에헤네시)이 가장 대표적인 명품그룹이다. 이 회사는 이외에도 로에베, 셀린느, 펜디, 겐조, 도나카란, 지방시, 마크제이콥스, 불가리, 쇼메, 태그호이어, 크리스챤디올, 겔랑, DFS면세점 등 60여 개의 명품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특히 LVMH의 아르노 회장은 세계 명품시장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며, 세계 4대 부자로 꼽힐 정도로 부호이기도 하다.

스위스의 명품그룹답게 까르띠에, 반클리프앤아펠, 피아제, 바쉐론콘스탄틴, 예거르꿀뜨르, 보메메르시에, IWC 등 시계, 보석 분야의 브랜드들을 주축으로 몽블랑, 끌로에, 던힐, 상하이탕, 란셀 등의 명품 브랜드를 거느린 리치몬트 그룹이 LVMH의 뒤를 따르고 있다. 구찌, 입생로랑, 발렌시아가, 보테가베네타, 부쉐론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의 PPR그룹도 선전하고 있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가 브랜드별로 각자 경쟁하고 각자 생존하는 구도가 아니라 공룡과 같은 명품그룹으로 합쳐지면서 철옹성 같은 장벽이 허물어지지 않게 갈수록 독과점을 심화하고 있다. 2011년 3월 LVMH가 이탈리아의 불가리를 52억 달러에 인수한 게 최근의 대표적 사례다.

강남 부자들이 럭셔리펀드에 빠진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한국뿐 아니라 특히 중국과 인도 등에서 신흥 부자의 숫자가 급증하면서 자연스럽게 명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침체돼 있는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 비해 아시아 시장의 명품소비 성장세는 무섭게 커지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홍콩, 마카오, 서울 등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투자자가 많다. 특히 중국시장 다음으로 인도 명품시장이 커지고 있다. LVMH그룹은 4월에 7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인도에 투자하기로 했다.

둘째, 명품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명품이라고 하면 샤넬, 에르메스 같은 패션 명품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런 패션 아이템 외에도 자동차, IT(정보기술) 기기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포르쉐, BMW, 할리데이비슨 같은 기업의 주식은 물론 애플 등 명품 IT기업의 주식에도 투자하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패션명품 회사의 수익률이 더 좋은 게 사실이지만 업종에 대한 분산투자 차원에서 투자자들이 좀 더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

럭셔리펀드가 잘나간다지만 꼼꼼히 살펴봐야 할 점도 많다. 명품시장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 때 일반적인 펀드보다 하락폭이 더 컸다. 아직도 일본 명품시장은 회복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볼 때 보유자금의 일부만 가입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명품그룹은 주로 미국과 유럽에 상장돼 있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증시 상황과도 상관관계가 높은 편이다. 럭셔리펀드도 해외 펀드라 국내 주식형 펀드와 달리 주식매매차익 비과세 혜택이 없다.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하는 투자자는 세금관리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해외 펀드라 비과세 혜택은 없어럭셔리펀드에 따라 투자 비중이 제각각인 것을 살펴보고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한국투자럭셔리펀드’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펀드’는 애플, 구글 등 미국의 IT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우리글로벌럭셔리펀드’는 노던트러스트(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운용사), VISA(카드사) 등 금융회사에도 투자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투자럭셔리펀드’는 자동차 주식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으며,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펀드’는 나이키, 스와치 등 소비재 관련 주식도 일부 보유하고 있다.

최근 ‘샤테크’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한국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인 ‘샤넬’과 ‘재테크’의 합성어인데, 샤넬백의 가격 인상 때문에 나온 유행어다. 샤넬은 2008년부터 꾸준히 가격을 올렸다. 2011년 5월 네 번째로 가격을 올렸다. 2007년 200만원대였던 한 인기 모델은 현재 500만원대로 뛰었다. 가격이 인상되기 전 샤넬백을 구입해 사용하다가 가격 인상 후 중고로 팔아도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극단적 상황을 표현한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이 같은 세태풍자적 뉴스를 보며 여러 반응이 나올 것이다. 혀를 차며 ‘된장녀’의 사치스러움를 욕하는 사람, 샤테크에 뛰어들겠다며 다음날 아침 백화점 매장으로 달려가는 사람, 그리고 럭셔리펀드에 가입하는 강남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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