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사악하냐고? “내 어린 시절을 원망하라”
레이프 파인즈

볼드모트경은 얼마나 ‘사악’할까? 그는 악령이며 사악한 기운이다. 볼드모트는 고아로 자라면서 부모의 사랑은커녕 아무런 애정도 받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외톨이였다.
하지만 난 인간의 성선설을 믿는다. 그는 심하게 학대 받으면서 선함이 짓밟히고 억눌려지고 왜곡됐을지 모른다.
처음엔 볼드모트 역에 확신이 들지 않았다. ‘해리 포터’ 책도 잘 몰랐다(아직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읽지 않았다). 배역을 맡은 뒤 작가 조앤 K 롤링이 그를 묘사한 부분들을 찾아 탐독했다. 때로는 현실 인물을 바탕으로 등장인물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대개는 자신을 바탕으로 그 인물을 만들어낸다.
따져보니 내가 그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엔 실감나지 않았지만 그의 길고 펄럭이는 가운을 두르면 늘 무슨 일이 생겼다. 그때는 진짜 볼더모트가 된 기분이었다.
아침 6시쯤 촬영장에 도착하면 준비하는 데만 약 2시간이 걸렸다. 분장팀이 내 머리를 깨끗이 면도하고 손과 눈썹 주위를 파충류 피부와 특수분장으로 덮었다.
책에서 롤링은 볼드모트의 ‘빛나는 붉은 눈’을 묘사했지만 영화에선 그 부분이 생략돼 그나마 다행이었다. 기다란 인공손톱을 부러뜨릴까 걱정돼 주먹을 쥐지도 못했다. 디자이너는 마술 지팡이 끝을 새 부리처럼 굽혀 만들었는데, 난 그걸 손가락에 매달곤 했다. 지금 그 지팡이를 갖고 있지 않지만, 실감나는 볼드모트의 틀니는 병에 담아 서재에 보관한다.
볼드모트의 외로움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는 사랑해 본 적이 없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사랑을 모른다. 사랑이란 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언어다. 그의 삶은 사랑 따위는 제쳐두고, 권력과 지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모든 규칙을 무시해도 되니 배우로서는 신나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서 마이크 뉴웰 감독은 잭나이프의 버튼을 누르면 칼날이 튀어나오듯 앙심과 격노를 뿜어내라고 요구했다. 냉정하면서도 격정을 폭발시킬 능력을 가진 사람은 섬뜩함을 준다.

어렸을 적에 본 ‘치티치티 뱅뱅’이라는 뮤지컬 영화에 ‘차일드 캐처’라는 인물이 나왔다. 그를 보면 너무도 겁이 났다. 그처럼 요즘 아이들도 볼드모트를 무서워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아이들이 세트장에 구경하러 왔다. 그들은 나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곁눈질했다. 한번은 대본 감독의 아들 곁을 지나갔는데 그 아이가 나를 보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흐뭇했다
솔직히 볼드모트가 그립진 않다. 끝냈다는 기분이 든다. 모두가 ‘해리 포터’ 완결편이 나오길 고대했다.
어떤 배우는 소위 ‘악역’의 악한 성격만 부각하려 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모두가 인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누구나 볼드모트처럼 스스로의 선함을 잃어버릴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
[뉴스위크의 라민 세투데 기자가 파인즈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파인즈의 다음 작품 ‘코리올라누스’는 12월 개봉한다.
번역 신혜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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