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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특종] “그가 감옥에 가면 좋겠다”

[뉴스위크 특종] “그가 감옥에 가면 좋겠다”


IMF 전 총재 스트로스칸의 성폭행 피해자에서 매춘부로 전락한 디알로 단독 인터뷰 호텔 객실 청소원이었던 그녀가 육성으로 전하는 ‘공포의 15분’



“손님 계세요? 청소하러 왔습니다.”

여종업원은 스위트룸 출입구 바로 안쪽의 큰 거실에서 더 들어가지 않고 크게 외쳤다. 뉴욕 맨해튼의 소피텔 호텔에서 일하는 서아프리카 기니 출신의 나피사토 디알로(32)는 룸서비스 웨이터에게 2806호실을 청소해도 된다고 들었다. “아무도 안 계신가요? 청소하러 왔는데요.” 다시 외쳤다.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왼쪽의 열린 침실 문으로 침대 일부가 보였다. 거실에 여행가방이 있는지 훑어보았지만 없었다. 다시 한번 큰 소리로 말했다. “계세요? 청소하러 왔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갑자기 벌거벗은 백발의 남자가 불쑥 나타났다.

디알로는 5월 14일 토요일에 발생한 그 엄청난 사건의 시발점을 그렇게 묘사했다. 이 스캔들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을 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이자 그때까지 차기 프랑스 대통령으로 유력시됐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의 인생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이제 ‘DSK 청소원으로 널리 알려진 디알로는 오랜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세 시간이 넘도록 뉴스위크에 심경을 털어 놓았다. 인터뷰는 뉴욕시 5번가에 있는 그녀의 변호를 맡은 법률회사 톰슨 앤 위그더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디알로는 매력 넘치는 섹시한 여자가 결코 아니다. 연갈색의 피부엔 여드름 자국 같은 잡티가 비쳤고, 적살색으로 염색한 머리는 펴져 머리에 달라 붙어 있었다. 하지만 잘 생긴 조각상을 닮은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우러났다. 가끔 생각에 젖을 땐 이해하기 어려운 우울함이 얼굴에 서렸다. 2003년 기니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뒤 뉴욕 브롱크스에서 여자 손님들의 머리를 땋아주고 친구 가게인 식품잡화점에서 일했던 그녀에겐 지난 3년간 근무한 소피텔 호텔이 생계와 안전을 보장하는 최고의 직장이었다.

디알로는 어떤 언어로든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한다. 가까운 친구는 거의 없다고 그녀가 말했다. 같이 시간을 보낸 몇몇 남자는 애인이 아니라 “그냥 친구”라고 했다. 아마도 그들은 그녀를 이용한 듯했다. 그중 한 명은 마약 관련 혐의로 현재 애리조나주 연방 교도소에 복역 중이며 강제추방 대기 중이다. 디알로는 그를 믿었다. 그는 짝퉁 명품 핸드백을 주면서 그녀의 은행계좌를 마음대로 이용했다고 디알로가 말했다. “핸드백을 예닐곱 개 줬는데 전부 별로였다.” 그녀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믿는 친구였다. 아니 믿었던 친구였다.”

인터뷰 도중 디알로의 표정이 가장 밝았던 순간은 소피텔 호텔에서 일을 잘해 자그만 승진과 칭찬 받았을 때를 돌이킬 때였다. 그녀가 속한 노조에 따르면 디알로는 하루 객실 14개를 청소하고 시급 25달러와 팁을 받게 돼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 층 객실 전체의 청소를 맡는 건 대단한 승진이라고 디알로가 말했다. 여러 층에 흩어진 방을 청소하려고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다른 청소부가 지난 4월 출산 휴가를 떠나면서 28층 전체를 맡게 됐다고 디알로가 말했다. “그 층이 내 담당이 됐다. 전에는 배정 받은 층이 없었다.” 객실마다 ‘방해하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문에 걸려 있을 때면 종업원들은 그 귀중한 몇 분 동안 복도 벽장에 가서 재빨리 청소 카트에 비누와 타월 등 필요 물품을 채운다. 일상 업무와 동료들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그녀의 눈이 빛났다. “우린 팀이었다. 정말 좋은 직장이었다. 동료 모두 좋았다. 미국인, 아프리카인, 중국인 등 출신국이 모두 달랐지만 거기선 모두 같았다.”

이야기를 하면서 디알로는 가끔 눈물을 보였다. 때론 억지로 우는 듯했다. 서아프리카 시절의 삶을 묻는 질문엔 거의 전부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기니의 시골에서 코란 학교를 운영한 성직자였던 아버지 이야기는 하려 들지 않았다. 남편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그녀는 말했다. 어린 딸 역시 병으로 죽었다고 했다. 하지만 3개월째였는지 4개월째였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기니의 수도 코나크리에서 그녀는 야간 통금시간을 어겨 군인 두 명에게 체포된 뒤 성폭행 당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다음 날 아침에 풀어주면서 현장을 말끔히 청소하도록 강요했다고 그녀가 말했다. 처음엔 그해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나중에 2001년이라고 말했다. 디알로는 생존한 딸(지금 15세)을 결국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데려왔다. “더 나은 삶을 주고 싶었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떻게 딸을 데려올 수 있었는지 묻자 디알로나 그녀의 변호사는 입을 다물었다. 디알로는 다시 시선을 깔며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디알로가 소피텔 호텔에서 일어난 사건을 주장할 때 그녀의 말은 생생하고 설득력 있었다. 디알로가 뉴스위크에 전한 바에 따르면 그녀는 먼저 2820호실을 청소하려고 손님이 나가기까지 오래 기다렸다. 그 뒤 소피텔의 스위트룸인 2806호실에서 음식 쟁반을 갖고 나오는 룸서비스 웨이터와 마주쳤다. 그 웨이터는 이제 2806호실이 비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디알로는 확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음이 그녀가 직접 이야기한 당시 상황이다.

“손님 계세요? 청소하러 왔습니다.” 디알로는 거실을 둘러봤다. 좁은 현관 홀에서 침실을 마주보고 선 상황에서 갑자기 벌거벗은 백발의 남자가 나타났다. “어머나,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돌아서는 순간 그가 말했다. “전혀 미안해 할 필요 없어.” 하지만 “그는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고 그녀가 돌이켰다. 그가 디알로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그 다음 현관문을 처닫았다.

디알로는 키가 약 178cm로 스트로스칸보다 훨씬 컸고 체격도 좋다. “아주 예쁜데.” 스트로스칸이 그렇게 말하며 디알로를 침실 쪽으로 밀어붙였다. “난 ‘이러지 마세요, 직장을 잃고 싶지 않아요’라고 했다”고 디알로가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는 ‘직장 걱정은 안 해도 돼’라고 했다.” 어떤 손님이든 그들과 추악하게 얽히면 지금까지 애써 이뤄온 모든 걸 잃게 된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너무 무서웠다. 방에 누군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는 침대로 나를 잡아당겼다”고 디알로가 말했다. 그가 자기 성기를 그녀의 입에 넣으려 했다고 그녀는 돌이켰다. 그 말을 하면서 디알로는 입을 꼭 다물고 얼굴을 좌우로 흔들며 자신이 어떻게 저항했는지 보여줬다. “그를 밀치고 일어섰다. 그에게 겁을 주고 싶었다. 나는 ‘바로 저기 내 수퍼바이저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거기엔 아무도 없고 아무도 듣지 못한다고 말했다.

디알로는 계속 그를 밀쳐냈다. “그를 다치게 하고 싶진 않았다”고 그녀가 뉴스위크에 말했다.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가 그녀를 침실에서 화장실 쪽으로 밀어갔다. 그녀의 드레스 유니폼은 앞으로 단추가 촘촘히 채워져 있었지만 스트로스칸은 개의치 않았다고 그녀가 돌이켰다. 그는 그녀의 허벅지 부근까지 유니폼을 끌어 올리고는 팬티 스타킹을 찢었다. 그가 그녀의 사타구니를 너무도 세게 움켜쥐어 사건 몇 시간 후에 병원에 갔을 때도 그 주변 부위가 붉게 멍들어 있었다. 그는 그녀를 벽에 밀어붙여 무릎을 꿇린 뒤 자신의 성기를 그녀의 입에 강제로 넣고 두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움켜잡았다고 그녀가 돌이켰다. “여기를 꽉잡았다”며 그녀는 두 손을 자기 머리에 댔다. “그는 몸을 움직이며 소리를 냈다. ‘어, 어, 어’ 하더니 ‘어서 빨아 내…’라고 했다. 뒷말은 차마 말 못하겠다.” 나중에 디알로가 검진을 받은 병원의 보고서에는 “그녀는 축축하고 시큼한 무언가 입안에 들어와 카펫에 뱉어냈다”고 적혀 있다.

“그 직후 난 일어섰다”고 디알로가 뉴스위크에 말했다. “입안에 남은 물질을 계속 뱉어내면서 달려 나왔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복도로 뛰어갔다. 너무도 불안하고 무서웠다. 일자리를 잃기 싫었다.”

디알로는 서비스 로비 부근의 복도 구석에 숨어 진정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그곳에 서서 계속 침을 뱉었다. 너무도 외로웠고 무서웠다.” 그러다가 그 남자가 2806호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다가 나를 봤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옷을 입고 가방을 챙겨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는 날 이렇게 쳐다봤다.” 디알로는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앞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내게 말은 하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이 15분,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일어났다. 통화 기록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디알로가 2806호에 들어간 지 9분 뒤 스트로스칸은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디알로가 스트로스칸의 스위트룸이 비었는지 확인하러 들어갔을 때 청소 도구는 2820호에 놔둔 상태였다. 그녀는 도구를 가져와 자신이 공격당했다고 말한 그 스위트룸에 다시 들어갔다. 갈피를 잡지 못해 일을 계속하면서 위안을 찾으려 했던 듯하다. “청소를 해야 하는 방이었기 때문에 다시 들어갔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청소를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정말 너무 너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검찰은 나중에 그녀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기자 그녀가 말한 사건 경위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들에 따르면 디알로는 대배심에서는 사건 직후 복도에 숨어 있었다고 말했지만 그 뒤엔 2820호를 청소한 뒤 스트로스칸의 스위트룸을 청소했다고 말을 바꿨다. 디알로 자신은 진술을 번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객실출입 기록도 그녀가 뉴스위크에 한 이야기를 뒷받침한다.

공격당했다는 디알로의 진술 중 여러 사항이 병원의 보고서와 일치한다. 의사들은 사건 발생 5시간 후 검진한 결과 스트로스칸이 움켜잡았다고 주장한 그녀의 성기 주변에 생긴 ‘붉은 멍’을 발견했다. 또 그녀가 “왼쪽 어깨의 통증을 호소했다”고 적혀 있다. 몇 주 뒤 의사들이 그녀의 어깨를 재검진한 결과 부분적인 인대 손상을 발견했다고 디알로가 말했다.

병원 보고서 내용 중 그녀를 공격한 사람이 옷을 입고 방을 나갔고 “사건 도중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부분은 피고 측 변호사들이 주목할 만한 한 가지 불일치 사항이다. 경찰 조서와 이번에 디알로가 뉴스위크에 말한 내용에 따르면 그녀는 스트로스칸이 성적인 공격을 하는 동안 여러 차례 말을 했다고 돌이켰다.

기소가 진행되면 피고 측 변호인들은 그녀가 입은 부상의 성격, 진술한 사건 경위의 내용, 개인 삶의 진실성, 그리고 다른 남성과 한 행동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호텔을 순회하며 점검하던 여종업원 수퍼바이저는 디알로를 복도에서 발견했다. 디알로가 겁에 질려 당황한 모습을 보고선 왜 그러냐고 물었다. “이 일을 하는 동안 누가 당신을 성폭행하려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고 디알로가 되물었다. 그 수퍼바이저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듣고는 격분했다고 디알로가 돌이켰다. “그녀는 ‘그 손님이 VIP지만 신분은 개의치 않겠다’고 말했다.” 다른 수퍼바이저와 경비원 두 명도 그 자리에 합류했다. 그중 한 명이 디알로에게 “나 같으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말했다. 첫 수퍼바이저가 성적 공격의 이야기를 들은 지 한 시간이 지난 오후 1시30분쯤 호텔 측이 경찰에 신고했다.

그 순간에도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IMF 총재로서 유럽, 아니 전 세계 경제가 불황의 나락에 떨어지지 않게 막는 일에 핵심적 인물이었다. 아울러 그는 1년 뒤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에 출마를 선언하기 직전이었다. 만약 선거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현재 지지도가 형편없다)을 이긴다면 DSK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세계 3위의 핵무기 보유국을 통치하게 된다.

검찰은 DSK가 그 전날 밤 자신에게 원치 않는 성적 접근을 시도했다고 주장한 호텔 프런트 데스크 안내원을 찾아냈다. 아울러 새벽 1시26분 스트로스칸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다고 목격된 금발의 미국인 여자 사업가의 신원도 확인했다(상호합의에 의한 관계로 보인다). 프랑스 잡지 르푸앙은 얼마 전 믿기 어려운 기사를 실었다. 스토로스칸이 그의 아내(거액의 유산 상속녀이자 유명 TV 진행자 출신인 안 싱클레어)에게 “프랑스 대선에 나서기 전 마지막 유희”로 그주 금요일과 토요일 여자 세 명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털어놓았다는 주장이었다.

그보다 더 확실한 사항은 5월 14일 12시 28분 스트로스칸이 호텔에서 체크아웃한 뒤 컬럼비아대에 다니는 막내딸 카미유와 점심을 같이 했다는 사실이다. 거기서 그는 파리행 에어 프랑스 23편을 타려고 JFK 공항으로 향했다. 그는 다음 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늘 갖고 다니던 IMF 휴대전화를 찾았지만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다른 휴대전화로 소피텔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묵었던 방에서 휴대전화를 수거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뉴욕 경찰은 호텔 직원에게 찾았다고 말하도록 지시했다(사실은 없었다). 그러면서 어디로 갖다 주면 될지 물었다. 스트로스칸은 JFK 공항 에어 프랑스 터미널 게이트4라고 말하며 이륙 전에 받도록 서둘러 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 대신 공항 경찰이 연락을 받고 막 이륙하려던 비행기에 탑승한 스트로스칸을 연행했다. “시내 호텔에서 일어난 사건과 관련해 뉴욕 경찰과 이야기를 하셔야 합니다”라고 공항 경찰이 그에게 말했다.

스트로스칸이 할렘의 맨해튼 특수피해자전담반에서 ‘박스’(심문실)에 갇혀 있는 동안 디알로는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뒤 경찰과 함께 다시 호텔로 가서 현장검증을 했다. 그녀는 경찰에게 자신이 어디에 서 있었는지, 어디에 넘어졌는지, 어디에 침을 뱉었는지 재연했다. 저녁이 되자 그녀는 집에 혼자 있는 딸이 괜찮은지 더욱 안절부절못했다. 새벽 3시가 돼서야 경찰은 그녀를 브롱크스의 아파트에 데려다 주었다. 그녀도 딸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딸아이는 너무도 무서워했다”고 디알로가 돌이켰다.

그러나 디알로는 그날 아침 뉴스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채널7을 봤는데 그 남자가(이름은 잘 모르겠다)가 프랑스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고 했다. 그들이 나를 죽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들이 그녀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집에 전화를 걸어대기 시작했다. 일부는 직접 그녀를 찾아갔다. 그녀는 딸을 깨워 짐을 싸 친척집에서 지낼 준비를 하라고 했다. DSK가 아무래도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 분명하다고 딸에게 말했다. “이제 모두가 내게 온갖 나쁜 이야기를 늘어 놓을 거야.” 딸은 엄마를 안심시키려 했다. “딸아이는 ‘엄마 제발 스스로 상처를 주지 마세요.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무척 행복했다.”

그날 오후 디알로는 특수피해자전담반에 다시 가서 늘어선 남자 다섯 명 중에서 혐의자를 확인해야 했다.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고 그녀는 가슴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DSK를 곧바로 알아봤다. 디알로는 혐의자가 “3번 남자”라고 말하고는 재빨리 자리를 떴다. 나중에 그녀는 딸과 한 호텔에서 몇 주 동안 지냈다. 외부와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검사가 보호 프로그램에 넣은 뒤 그들에겐 휴대전화 소지가 허용되지 않았다. 거의 두 달 뒤에야 아파트로 가서 소지품을 가져올 수 있었다. “내가 왜 이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가 그렇게 힘이 세기 때문인가?”

지금까지도 우리는 스위트룸 2806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DSK의 직접적인 진술은 듣지 못했다. 스트로스칸은 체포된 이래 자신의 진술을 공개 기록에 올리지 못하게 한 수완이 뛰어난 변호사들과 수사관들 덕분에 보호 받았다. 그의 변호사 윌리엄 테일러는 뉴스위크에 “누구나 다 보는 가두 연극으로 검사들에게 압력을 가하려는 꼴이 역겹다”고 말했다. “완전히 부당한 일이다.”

스트로스칸은 성적 공격, 강간 미수, 그와 관련된 범죄 혐의에 무죄를 주장했다. 한편 그의 지지자들은 호텔 여종업원 디알로의 진술과 평판, 출신 배경, 그녀의 남자 친구들을 공격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스트로스칸이 연루됐던 이전 사건들도 속속 드러났다.

2008년 DSK는 IMF에서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인정했다. 그는 당시 수사관들에게 “개인적 실수이고 업무상 실수”라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젊은 프랑스 언론인 겸 소설가 트리스탄 바농이 파리에서 스트로스칸을 고소했다. 그녀는 2003년 인터뷰 하러 센강 좌안에 있는 그의 아파트에 찾아갔을 때 그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2007년 TV에 출연했을 때 동료 게스트들에게 스트로스칸이 “마치 발정난 침팬지”처럼 자신에게 들이댔다고 말했다. 그녀의 언급은 DSK가 성적 욕구가 고조됐을 땐 완전히 이성을 잃은 듯한 남자라는 디알로의 말과 비슷하다.

바농의 어머니 안 망수레는 나름대로 야심 있는 정치인으로 종종 프랑스 사회당에서 스트로스칸의 라이벌로 알려졌다. 최근 그녀는 자신도 2000년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지만 ‘폭력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파리에서 워싱턴, 그리고 뉴욕까지 DSK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저녁 파티의 대화는 성추행을 아슬아슬하게 면했다거나 격렬한 몸싸움의 만남 이야기로 가득하다. 프랑스의 한 잡지는 그를 ‘스트로스 박사와 칸 씨’로 불렀다(이중 인격자에 관한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 빗댄 표현이다). 아울러 DSK에겐 오래전부터 아주 매력적이고 유혹적인 남자라는 평판이 따라다녔다.

소피텔 2806호실의 DNA 증거를 보면 DSK와 디알로 사이에 성적 접촉이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디알로가 뱉았다는 물질에는 그녀의 타액과 스트로스칸의 정액이 섞여 있었다. 초기에 스트로스칸의 변호인들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그럴만한 정황에 관해 다른 사람들이 추측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디알로가 돈을 바랐는데 받지 못했다거나 어쩌다 보니 성관계가 수용할 만한 수준보다 더 난폭해졌다는 추측이다. 뉴욕포스트지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디알로가 풀타임은 아니더라도 파트타임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기사를 실었다. 디알로의 변호를 맡은 케네스 톰슨과 더글러스 위그더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뉴욕포스트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중이다. 뉴욕포스트는 기사의 신뢰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디알로는 뉴스위크와 가진 독점 인터뷰에서 스트로스칸을 향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그 남자 때문에 내가 매춘부로 불린다”고 디알로가 말했다. “그가 감옥에 가면 좋겠다. 이 세상엔 권력을 휘두를 수 없고 돈을 뿌릴 수도 없는 곳도 있다는 사실을 그가 깨닫기 바란다.” 디알로는 DSK가 천벌을 받기 원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가난하지만 착하다. 나는 돈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의 말이 사실일지 모른다. 그러나 디알로의 진술에 따르면 사건 당일 그녀는 전화를 두 통 걸었다. 하나는 딸에게, 다른 하나는 블레이크 디알로에게 한 전화였다. 블레이크는 세네갈 출신으로 같은 부족이지만 친척 관계는 아니다. 그는 할렘에서 카페 2115라는 식당을 운영한다. 서아프리카 출신들이 모여 먹고 이야기하고 정치하고 때로는 생음악을 즐기는 곳이다. 디알로는 블레이크를 ‘친구’라고 표현했다. 사건 후 그는 그녀에게 인터넷을 통해 인신상해 소송 전문 변호사를 구해주었다.

더 문제가 된 사안은 디알로가 아마라 타라월리에게서 받은 여러 통의 전화였다. 타라월리의 삼촌은 디알로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일한 식품잡화점 주인이었다. 시에라리온 출신인 타라월리는 뉴욕과 애리조나주에서 반반씩 지내며 애리조나주에선 티셔츠와 짝퉁 명품 핸드백을 팔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애리조나주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려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그는 위장 형사에게서 마리화나 45㎏ 이상을 현금 약 4만 달러에 구입하다가 잡혔다.

7월 1일 뉴욕타임스지는 디알로와 타라월리 사이의 통화 녹음 테이프가 있다고 보도했다. 그 기사는 소피텔 사건 다음 날 두 사람이 통화했다며 “믿을 만한 법집행 관리”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그녀는 ‘걱정 마, 이 남자는 아주 부자야.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 맡겨줘’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통화의 완벽한 녹취록을 확보하지 못했다. 디알로의 모국어인 풀라니어로 통화했기 때문이다. 그 인용문은 녹음 테이프를 들은 번역자가 요약해준 내용을 쉽게 풀어 표현을 바꾼 말이며 실제 말은 약간 다르다고 소식통들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얼마 전 뉴스위크는 애리조나주에서 타라월리를 인터뷰했다. 그는 그 인용문이 한참 나중의 통화를 말하는 게 분명하며 어쨌거나 전후 맥락을 무시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디알로는 타라월리와 이제 더는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그녀의 은행계좌를 이용해 수만 달러를 미국 전역으로 송금했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그에게서 용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말했듯이 그는 내 친구였다. 과거엔 그를 믿었다.”

그러나 검찰이 디알로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된 이유는 타라월리가 시작도 끝도 아니다. 사이러스 밴스 맨해튼 지방검사는 6월 30일 DSK 변호인단에 보낸 공문에서 디알로가 과거에 여러 차례 거짓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자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의 세금공제를 받았다. 또 주택 임대비를 낮추려고 소득을 실제보다 적게 신고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망명신청서에 거짓말을 했다.

과부인 디알로는 2003년 당시 일곱 살 난 딸을 기니에 사는 오빠에게 맡기고 미국에 왔다. 미심쩍은 상황에서 취업 비자도 없이 미국에 입국한 그녀는 한동안 친척집에 살며 미용실에서 손님들의 머리를 땋아주는 일을 했고, 그 다음엔 브롱크스의 식품잡화점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2003년 말 디알로는 망명을 신청했다. 어릴 때 실제로 ‘여성 할례(성기 절제)’를 받았고, 의사들이 의료 보고서에 그런 사실을 확인해줬기 때문에 현행법과 관례에 따라 그녀는 망명 자격에 해당됐을지 모른다. 또 그녀는 야간 통행금지 시간 후 군인 두 명에게 잡혀 강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니에선 이런 일이 종종 있다.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2009년 코나크리 스타디움에서 군인들은 160명을 집단 강간하고 살해했다. 그러나 디알로의 모국 현실이 끔찍하긴 했지만 그녀는 망명 신청서에 쓴 진술이 심하게 꾸며졌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처럼 지어낸 이야기로 그녀는 영주권을 받고 딸을 미국으로 데려왔다. 그러나 이제 그녀의 과거 허위진술이 밝혀졌기 때문에 그녀의 증언에 근거한 DSK 형사 재판에서 승소하기는 불가능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앞으로 수주 뒤에나 DSK 기소 진행을 결정할지 모른다. 그들은 법의학 증거가 성적 접촉을 말해준다고 확신하며 디알로가 사건 직후 첫 24시간 동안 여종업원 수퍼바이저 두 명, 호텔 경비원 두 명, 병원 직원, 그리고 수사관들에게 한 이야기가 일치한다는 점을 중시한다. 기소팀은 “아직은 어떻게 할지 모른다”고 사건에 정통한 한 인사가 말했다. “수사관들은 이 사건을 비슷한 문제에 봉착한 다른 사건과 똑같이 다룬다. 모든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사관들은 디알로의 신뢰성 문제를 고려해 DSK의 ‘용의자 프로필’을 만들었다.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거나 합의에 의한 관계를 가졌다는 다른 여성들을 면담해 행동의 패턴을 만들어 그 내용을 디알로의 진술과 비교할 생각이다. 7월 중순 그들은 트리스탄 바농의 변호인과 상의했다. 반드시 필요하진 않지만 뉴욕 검찰은 DSK 사건으로 미디어가 들끓는 프랑스에서 바농에게 어느 정도의 정치적 방패를 제공하면서 바농이 미국 관리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프랑스 당국에 요청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검찰은 디알로의 과거와 관련한 문제가 공개되기 훨씬 전부터 그녀의 금융기록을 파헤치고 친구들을 면담하면서 과거 갈취나 범죄행위의 증거를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수상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의심스러운 거래가 발견되긴 했지만 스트로스칸을 겨냥한 사전 모의의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물론 디알로가 지난 몇 년 간 브롱크스의 준불법 이민사회 변방에 살면서 시시한 사기꾼과 미국에 발판을 마련하려는 미심쩍은 사람들과 어울렸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권력을 가진 폭력적인 남자의 피해자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역으로 그녀가 이 상황을 이용해 돈을 챙기려는 의도를 갖지 않는다는 법도 없다.

디알로의 과거를 둘러싸고 불거진 의심 때문에 최근 세 차례(6월 8일, 20일, 28일)에 걸친 그녀와 당국의 만남은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검사들은 그녀를 피고인처럼 다그쳤다. 밴스 지방검사와 디알로의 변호인들 사이의 불신은 7월 1일 마침내 끓어올랐다. 톰슨 변호사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밴스가 디알로를 포기한다고 비난했다.

그 이래 양측 모두 문제를 수습하려 애썼다. 톰슨은 검찰이 디알로에게 문제가 된 교도소 통화 녹취록을 열람하도록 허용한다면 디알로를 다시 심문해도 좋다는 의사를 전했고 검찰도 얼마든지 그럴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디알로가 수주 동안 보호 프로그램에 있다가 뉴스위크에 이 기사가 나가서 그녀가 공개적으로 심경을 털어놓기로 한 결정을 검찰이 알고 나면 불신과 긴장이 재발할 소지가 크다. 디알로는 언론에 자신이 잘못 알려진 면을 바로잡으려고 뉴스위크에 독점 인터뷰를 허락했다고 말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신은 진술을 한번도 번복한 적이 없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들에게 이 남자가 내게 한 행위를 그대로 이야기했다. 늘 똑같이 말했다. 이 남자가 내게 어떤 짓을 했는지 내가 잘 알기 때문이다.”

디알로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겠느냐는 질문에 호텔에서 다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소보다는 세탁 업무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방문을 노크하며 큰 소리로 “손님 계세요? 청소하러 왔는데요”라고는 외치기는 두 번 다시 원치 않는다.



번역 이원기・정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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