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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중소기업 3중고에 울상

中 중소기업 3중고에 울상

중국 저장성 하이닝시 인력시장에서 기업 인사담당자가 ‘재봉공과 소파공, 설거지할 사람,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을 구한다’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올 상반기 중국경제 성적표가 나왔다. 경제성장률은 애초 예상을 웃도는 9.6%였다. 산업생산과 투자, 소비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 26%, 17% 증가하는 호조를 보였다. 흑자 규모가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수출이 24% 증가한 데 힘입어 449억 달러의 무역흑자도 기록했다.

거시경제 지표의 선방에도 실물경제 분위기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특히 기업의 체감경기는 최악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최근 공상련(중화전국공상업연합회)이 전국 17개 성시(省市) 소재 기업의 경영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중국 기업의 경영난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올 1~2월 중국 내 1000만 개에 이르는 중소기업 가운데 적자를 보인 기업이 전체의 15.8%에 이르렀다. 적자 기업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3% 증가했다.



적자기업 160만 개 이르러한국 투자기업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쑤저우 수예완구유한공사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도산했다. 특히 이 회사는 임금체불 및 현지 공급상에 대한 채무불이행으로 근로자들이 시위를 하는 등 현지 언론도 크게 보도했다. 쑤저우에서 기계, 금형 제품을 만드는 또 다른 투자기업 두 곳도 조만간 보따리를 쌀 예정이다.

요즘 중국 내 기업이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데는 여러 이유가 얽혀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강력한 긴축정책에 따른 자금난이다. 중국 중소기업협회 저우더원 부회장은 정부의 통화긴축 정책이 지속되면 올 하반기 중소기업 중 40%가 공장 가동을 줄이거나 가동 중단, 도산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한 중국 정부의 돈줄 죄기가 지속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상황은 선진국 시장 수요가 완전히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권이 제한대출과 자금회수 모드로 선회했기 때문에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는 이유가 시중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의 흐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소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전문 금융기관이 절대 부족하다는 점도 애로사항이다. 중국 금융기관은 실물경제 발전을 뒷받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금융기관 수가 적다 보니 지원 대상도 자연히 국유기업, 대기업 위주가 되고 있다. 게다가 지급준비율까지 치솟다 보니 민영기업이 은행에서 대출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공상련에 따르면 조사 기업 중 90% 이상이 은행 대출이 여의치 않다고 답했다. 기존에는 친한 기업끼리 서로 보증을 서거나 담보를 대고 대출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빚 보증을 잘못 섰다 망하기 십상이라며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돈 기근에 몰린 중소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자율이 높은 제2금융권이나 사채시장을 찾아 헤매고 있다. 과중한 이자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심지어 월 6~10%대 고리 대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상하이의 한 은행 지점장은 최근 들어 부쩍 중국 중소기업들이 대출 건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현지의 얼어붙은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급등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도 경영난 악화의 요인이다. 중국 중소기업협회에 따르면 전체의 88%에 해당하는 기업이 원자재 및 에너지 구매비용이 전년보다 올랐다고 아우성이다. 원저우(溫州)시 주요 산업 중 하나인 피혁공업은 2010년 이후 원자재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우피 가격도 20%가량 올랐다. 신발 생산 주원료인 폴리우레탄 가격도 t당 2만1000위안에서 2만5000위안으로 20%가량 인상됐다. 면화 가격은 지난해 t당 1만 위안에서 현재 3만 위안 이상으로 급등했다.

최근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도 넘기 힘든 큰 산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 내 인력난이 만연하고 최저임금이 잇따라 오르면서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각종 배관 재료를 생산하는 닝보보얼(寧波波爾)유한공사의 장핑 경리는 “올 4월 지급한 급여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6만 위안이나 늘었다”며 “지난해 5월 닝보시가 최저임금을 올린 후 벌써 두 번이나 직원 급여를 인상했다”고 밝혔다. 총 인상률은 28%에 이른다. 직원 규모가 3000명인 후베이밍런(胡北名仁)방직유한회사는 올해 신규 직원을 400여 명 모집하면서 소개비만 수만 위안을 지불했다. 이 회사는 신규 직원의 연령, 기술 수준에 따라 중개업자에게 1인당 200~500위안의 소개비를 지불하는 등 인력모집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단순 근로자뿐만 아니라 중간 관리자 이상 직급의 급여 역시 크게 뛰고 있다. 신입 직원의 경우 한국과 중국 간의 급여 차이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고위직으로 올라가면서 급여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관리자 급여가 한국인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기업 고위직의 이직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비상이 걸리고 있다.



부동산 규제도 발목 잡아7년 만에 최악이라는 전력난에 따른 제한 송전 역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경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제한 송전 조치는 여름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지역과 대상 업종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인(燐)화학공업, 수산화나트륨, 실리콘 산업 등의 경우 전력요금이 전체 비용의 40~6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커 특히 타격이 크다. 일부 지방정부는 전력 배분에서 대기업과 국유기업을 우선 배려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전력사용 여건은 더욱 안 좋은 상황이다. 장쑤성 쿤산에 투자한 기업은 대정부 로비를 통해 그나마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 받고 있으나 언제 전력공급이 제한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자가 발전기를 사용하는 기업들마저 올 들어 급등한 유가 때문에 비용부담이 급증했다고 울상이다.

정부의 부동산 억제정책 강화로 부동산 관련 기업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제조업체의 채산성은 갈수록 떨어지는 반면 부동산 기업이 재미를 보자 많은 제조업체가 부동산 개발 분야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원저우시에 따르면 2010년 원저우 100대 기업 중 50여 개 사가 부동산 개발 투자에 새로 진출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의 부동산시장 억제정책이 강화되면서 많은 기업이 자금난에 봉착하고 있다.

이 밖에 위안화 평가절상과 오염물질 배출 감소 압력이 높아지는 것도 기업 경영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저장성 공상업연합회 연구실 주임은 “산업 구조조정보다 더욱 시급한 것은 중소기업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라면서 “중소기업은 정부가 원하는 산업혁신과 업그레이드의 능력을 갖추지도 못했고 그럴 준비도 안 돼 있다”고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기업 경영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함을 감지한 중앙정부는 부랴부랴 중소기업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7월 21일 공업정보화부 주훙런 대변인은 “중소기업 경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정부가 심각히 인식하고 있으며, 앞으로 중소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부양책을 연구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왕치산 부총리 역시 최근 중소기업 금융서비스 좌담회에서 금융시스템 개혁 및 조직혁신을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런 그의 발언은 하반기 중 긴축정책을 완화할 것임을 암시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04년 긴축정책과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기업이 생사의 파고를 간신히 넘은 적이 있다. 현재 추진 중인 고강도 긴축정책이 과연 하반기에 어느 정도 완화될지 중국 내 모든 기업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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