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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히잡이 뭐길래

[Sports] 히잡이 뭐길래


이란 여자축구팀이 올림픽 예선에서 자격 박탈 당하면서 논란 불거져
이란 여자축구 대표팀은 요르단에서 히잡 착용으로 경기도 못하고 몰수패를 당했다.

이란 여자축구 대표팀은 8개월의 강훈련을 마치고 요르단 암만의 경기장에 입장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을 노리던 그들에게 6월 3일의 그 예선전은 너무도 중요했다. 선수들은 이슬람 전통에 따른 유니폼을 착용했다. 긴 소매 셔츠, 긴 바지, 히잡(머리덮개). 이란과 요르단의 국가가 울려 퍼졌다. 뒤이어 뜻밖에도 심판이 이란팀의 몰수패를 선언했다. 이란팀의 유니폼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이란 선수 여럿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듯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그 몰수패로 그들의 올림픽 꿈이 사라졌다. “하늘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고 이란팀 주장 닐루파르 아르달란(25)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분노와 실망을 가릴 길이 없었다.”

지난 몇 달 간 FIFA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FIFA 회장 선거와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선정 과정의 뇌물수수 같은 지저분한 이야기가 선정적인 언론의 단골 기삿거리가 됐다. 그러나 이슬람 유니폼을 두고 벌어진 논란의 반향은 축구계를 훨씬 넘어섰다. 비판자들은 FIFA 임원들을 인종차별주의자와 성차별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이슬람 유니폼 착용금지 조치로 이란팀만 피해를 입은 게 아니다. 중동 안팎에서 히잡을 착용하는 이슬람 선수 수십 명이 출장 자격을 잃을지 모른다. 반면 FIFA 임원들은 히잡이 질식사고를 부를 위험이 있다며 그 결정을 옹호했다.

이란팀은 올림픽으로 가는 길목에서 이미 여러 장애물을 맞닥뜨렸다. 이란 여성은 법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머리와 목, 팔, 다리를 가려야 한다. 그 공공장소에는 경기장도 포함된다. 이란의 이슬람 보수파는 오래전부터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스포츠를 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남자 축구경기의 관람조차 반대했다. 이런 제한은 호평 받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2006년 영화 ‘오프사이드’의 주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자선수들의 수년에 걸친 로비 끝에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이 2005년에 창단됐다(하지만 남자는 그들의 경기를 관람하지 못한다). 보수적인 비판자들은 아직도 걸핏하면 여자선수들을 비난한다. 지난해 고위 성직자 아야툴라 알리 사피 골파예가니는 여자선수들이 경기에서 메달 따는 일은 ‘수치’라고 선언했다.

그런 장애물에도 이란 여자축구팀은 꿋꿋이 버텼다. 이란 최고의 여자선수로 평가받는 아르달란은 축구에 둘러싸여 자랐다. 아버지는 남자 국가대표팀의 골키퍼였고 지금은 그 팀의 코치다. 아르달란은 열네 살 때부터 실내 축구인 풋살을 했다. 그녀는 “우리 집안엔 축구의 피가 흐른다”고 말했다. “다른 일을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한다.”

곧 중동 지역의 축구 관계자들이 아르달란의 타고난 재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2009년 아부다비의 한 팀이 아르달란에게 두둑한 연봉의 계약을 제시했다(15만 달러로 알려졌다). 그 지역의 여자선수 연봉으로는 거액이며 이란의 클럽 선수로 받는 연봉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놀랍게도 아르달란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주된 쟁점은 지금의 FIFA 논란처럼 히잡이었다. 아부다비 팀은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를 하도록 요구했다. 히잡 없이 경기를 하면 이란 국가대표팀 자격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의 또 다른 뛰어난 여자 축구선수는 페레슈테 카리미(22)다. 그녀는 아르달란과 완전히 다른 배경에서 성장했다. “우리 집안은 스포츠보다는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다”고 그녀가 말했다. “난 돌연변이다.” 카리미도 십대 시절 풋살로 축구를 시작했다가 이란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미드필더로 합류했다. 그녀의 기록 역시 인상적이다. 2009년 파키스탄에서 열린 토너먼트의 네 경기에서 해트 트릭(한 경기에 세 골)을 기록했다.

아르달란과 카리미 두 사람 모두 최근 FIFA의 히잡 착용금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란에서 많은 응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FIFA와 이란 축구의 갈등은 지난달 요르단 경기가 처음이 아니었다. 2010년 싱가포르 청소년 올림픽에서도 이란 여자팀은 유니폼을 수정한 뒤에야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이전에 우리가 양보했으니 이젠 FIFA가 양보할 차례”라고 카리미가 말했다. “우리나라는 종교 국가다. 우리가 수정한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는 모습을 국민이 받아들이기는 아주 어려운 일인데도 수용했다.” FIFA는 올해 초 올림픽 예선 첫 라운드에서는 이란팀이 수정한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도록 허용했다. 그 때문에 지난달의 몰수패는 더 큰 충격이었다. “FIFA는 축구가 모두를 위한 스포츠라고 주장한다”고 아르달란이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과연 축구가 이슬람 여자에게 개방됐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란 축구 관계자들은 다른 요인도 작용한다고 본다. 알리 카파시안 이란 축구협회 회장은 바레인 출신인 FIFA 임원이 정치적인 이유로 이란팀을 음해했다고 말했다. 정치적 이유란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를 이란이 사주한다는 주장을 가리킨다. 이란의 언론과 블로그는 바레인의 음모를 비난했지만 선수들은 바레인 출신 FIFA 임원이 이란팀을 진심으로 동정하고 도와주려 했다고 말했다.

여러 관측통은 여성 유니폼을 둘러싼 논란이 위에서부터 시작됐다며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을 가리켰다. 블라터는 여자선수들이 “더 여성스럽고, 꽉 조이는 반바지”를 입어야 한다고 외설스럽게 말한 적이 있다. 그 발언은 오래 전부터 FIFA를 따라다니던 성차별 혐의를 사실로 확인해주는 듯했다.

FIFA 임원들은 대단치 않다며 이 논란을 애써 평가절하하지만 그들의 심기가 불편한 건 분명하다. “아주 민감한 문제”라고 한 FIFA 대변인이 익명을 전제로 말했다. 얄궂게도 이 논란은 여자 월드컵(6월 26일~7월 17일) 직전에 불거졌다. 이란팀의 미드필더 카리미는 매 경기마다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독일과 브라질 팀(두 팀 모두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을 좋아하지만 그보단 자신이 직접 뛰기를 원했다. “이슬람 복장을 입고 뛰어서 이 유니폼이 아무 문제 없다고 입증하고 싶다.”

현재로선 확실한 해결책이 없다. 이란 축구협회는 히잡 착용 의무화를 철회할 생각이 없고 FIFA 역시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르달란도 동료들만큼이나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잃었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이 문제로 이란에서 여자축구의 위상이 높아졌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다. “적어도 이제는 이란 남자들이 여자도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번역 신혜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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