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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벙이들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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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지만 재치있는 신세대 ‘액션 2인조’ 제시 아이젠버그와 아지즈 안사리



MARLOW STERN 기자‘버디 무비(buddy movies)’는 전형적인 미국 영화의 하부 장르로 1980년대에 생겨났다. 요즘과 달리 카우보이가 외계인과 조우하는 상황(2011년 작품 ‘카우보이 & 에이리언’)도 없고, 수퍼맨도 미국 시민(?)이던 시절이었다. 두 남자, 주로 성격이 극과 극인 형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폭력과 정감 어린 농담을 매끄럽게 짜집기한 영화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리썰 웨폰’이다. 혼란스럽고 줄곧 자살 충동을 느끼는 형사(멜 깁슨)와 한물 간 경관(대니 글로버)이 주인공으로 나와 치명적인 무력을 동원해 마약밀수단을 일망타진하는 영화였다. 레이건 시절의 번영기를 대표하는 두 용감한 ‘기사’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런 배짱 두둑하고 염치 좋은 시절은 이제 끝났다. 그 마초들을 꺼벙한 남자 주인공 두 명으로 갈아치우면 요즘 같은 불경기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액션 2인조’가 된다. 지난해 개봉한 ‘디 아더 가이즈’가 그 맛보기였다. 내근직을 좋아하는 과학수사반 사무원(윌 페렐)과 발레를 추는 다혈질 형사(마크 월버그)가 콤비를 이뤘다. 한편 멜 깁슨은 아직도 자살 충동을 느끼는 주인공을 연기하지만 머리가 벗어져가는 우울한 중년으로 가장 최근 영화 ‘비버’에서 그의 단짝은 말하는 인형이었다.

최근 개봉한 ‘30 미니츠 오어 레스’는 버디 무비 장르를 좀 더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켰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범생이로 페이스북을 설립해 떼돈을 번 마크 저커버그를 연기했던 제시 아이젠버그(27)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피자 배달부인 그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범죄자(대니 맥브라이드, 닉 스워드슨)들에게 납치된다. 그들은 그에게 폭탄 조끼를 입힌 뒤 은행을 털게 한다. 그는 단짝친구인 교사(아지즈 안사리・28)의 도움을 받아 무모한 모험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페인트를 내뿜는 장난감 총을 휘두르고, 차를 훔치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스트리퍼를 잔꾀로 굴복시킨다. 헤비급 터프 가이들을 민망스럽게 만드는 손바닥 밀치기 싸움도 나온다.

안사리는 “우린 근육질 액션 스타가 아니다”며 자신과 단짝인 아이젠버그를 훑어봤다. “우린 아지즈 안사리와 제시 아이젠버그일 뿐이다.”

아이젠버그는 2002년 영화 ‘로저 다저’에서 여자를 유혹하는 기술을 터득하려는 젊은이를 연기한 뒤로 샌님 역할을 도맡는 배우가 됐다(‘오징어와 고래’ ‘어드벤처랜드’를 보라). 그는 ‘소셜 네트워크’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면서 인기가 10배는 더 올랐지만 사교적이지 못한 그에겐 인기가 그리 달갑지 만은 않다. “길을 가다 어떤 사람이 다가와 내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따라오면 하루 종일 무서운 생각이 든다”고 아이젠버그가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 오면 신경이 곤두선다.”

영화에서 그의 단짝을 맡은 아지즈 안사리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이다. MTV의 스케치 코미디 쇼 ‘휴먼 자이언트’에 출연하고 NBC의 시트콤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에서 건방진 멍청이 톰 헤이버퍼드 역을 맡으면서 스크린에 진출했다. 그는 최근 얻은 인기로 이야깃거리가 많이 생겼다. 최근 타블로이드 신문은 그가 스칼렛 요한슨의 이혼 파티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스칼렛의 이혼 파티 참석 여부를 아직 알려 주지 않았어요. 서두르세요. 벌서 36명이나 답했다구요!’ 같은 메일이 내게 온 게 아니다”라고 그가 말했다. “그들은 마치 내가 파티에서 샴페인을 사방에 뿌리며 ‘스칼렛이 이혼했어요! 야호!’라고 외친 듯이 보도했다. 우린 그냥 어느 술집에 갔다가 그들을 만났고 또 다른 술집에 갔다. 그런데 타블로이드 신문들은 그걸 ‘이혼 파티’라고 불렀다.” 아이젠버그가 빙긋이 웃으며 “난 초대되지 않아서 섭섭한데”라며 초를 쳤다.

이 두 사람은 재치 있고 웃기고 바보 같은 연기가 주무기다. “우린 저명인사가 될 생각이 없다”고 안사리가 말했다. “하지만 이젠 사람들은 우리가 늘 스트립 클럽에 가고 술을 마신다는 걸 알 거다.” 그는 코미디 영화의 대가 저드 애퍼토 감독에게 영화 프로젝트 세 편을 팔았다. 아이젠버그의 다음 출연작은 우디 앨런의 ‘밥 데카메론’이다. 앨런과 아이젠버그는 꺼벙이 명콤비로 제격이다. 왜 그러냐고? 우디 앨런도 첫 주연을 맡은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에서 은행을 털려고 했다. 진짜 멍청하게도 그는 총 대신 갈겨쓴 메모를 내밀어 금고를 열라고 했다!



번역 신혜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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