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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신중하되 긴장감을 즐겨라

[Golf] 신중하되 긴장감을 즐겨라

최나연이 8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스의 펌프킨 리지 골프장에서 열린 LPGA 세이프웨이 클래식 수잔 페테르센과의 연장전 18번 홀에서 공을 워터 헤저드에 빠뜨려 안타까워하고 있다.

역시 멘털에서 승부가 갈렸다. 최나연은 8월 21일(현지시간) 끝난 세이프웨이클래식 연장전에서 아깝게 우승을 놓쳤다. PGA챔피언십 연장전에서 키건 브래들리는 마지막까지 과감하게 공략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무슨 차이일까?

최나연은 세이프웨이클래식 연장전 첫 홀에서 우승을 놓쳤다. 마지막 날 2위에 3타 앞선 단독 선두로 시작했으나 전날과 같은 좋은 감각은 아니었다. 18번 홀에서 파 퍼트를 놓치면서 수잔 페테르센과 연장전에 들어갔다. 다시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 첫 홀에서 페테르센의 두 번째 볼은 그린 뒤 러프에 빠졌다. 최나연이 두 번째 친 볼은 그린 앞 워터해저드에 빠지면서 결국 우승컵을 내줬다. 최나연은 “이기더라도 버디로 이기고 싶었다. 욕심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9번 아이언이었는데 템포가 빨랐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긴장했었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8월 15일 끝난 메이저 대회 PGA챔피언십에서도 마지막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선두 제이슨 더프너를 2타 차이로 추격하던 키건 브래들리는 15번 파3 홀에서 칩샷을 실수하면서 순식간에 3타를 잃고 말았다. 승부는 끝난 듯했다. 하지만 브래들리는 16번 홀에서 2m 버디를 잡아내더니 17번 홀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14m 거리의 버디를 잡아냈다. 누가 봐도 승부가 갈린 상황이었지만 그는 과격한 어퍼컷 동작을 하며 그런 상황을 즐겼다.

반면 선두 더프너는 17번 홀 티샷이 핀으로부터 10m 거리에 원 온 했지만, 나중에 이렇게 털어놓았다. “티샷을 하고 난 뒤 캐디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버디 퍼트는 홀을 3m나 지나쳤고, 다시 파를 놓치더니 보기를 하며 결국 공동 선두를 허용하고 만다. 연장전에서는 상황이 반전됐다. 더프너는 1.2m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계속 허둥댔고 브래들리는 타수가 앞서 있으면서도 그린을 향해 적극적으로 공략해 결국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과욕 부려도 너무 소심해도 곤란우승이란 잡으려 하면 달아나고 무심하게 대하면 다가오는 법이다. 지키려 하면 뺏기고 즐기려 하면 나도 모르게 따라오게 마련이다. 최나연처럼 버디를 잡아 멋지게 끝내겠다고 덤비면 욕심이 되고, 더프너처럼 워터해저드를 넘겨 온그린하는 데만 매몰되면 소심해진다. 전자는 과욕이 문제였고, 후자는 소심함이 문제였다.

골프에서 승부는 흔히 멘털에서 갈린다. 최근의 두 경기 외에도 멘털이 경기의 승부를 좌우한 재미난 사례는 더 있다. 지난해 국내 최대 메이저대회인 한국오픈에서 노승열의 마지막 라운드가 그랬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건 노승열은 3라운드까지 펄펄 날았다. 마지막 날 2위와 5타 차 선두로 시작했다. 그는 대회 전 인터뷰에서 “한국아마추어선수권, 한국주니어선수권 등 ‘한국’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대회는 다 우승했는데 이 대회에서도 우승하고 싶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해외 큰 대회에서 이미 2승을 거둔 19세 수퍼루키 노승열에게 우승은 쉬워 보였다.

마지막 날 그는 1번 홀 티샷부터 볼이 ‘좌탄우탄’을 오가더니 5, 12번 홀에서 연달아 아웃오브바운드(OB)를 냈다. 이전까지 3일 동안 하루에 4언더파를 치면서 보기는 고작 5개에 불과했지만 이날 하루에만 보기 6개에 더블보기 2개를 내며 8오버파를 치고 무너졌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당뇨를 극복하고 프로 15년 만에 솔모로오픈에서 첫 승을 올렸던 박부원은 1990년대 후반 태영CC에서 열린 SBS최강전 마지막 라운드 첫 홀에서 재앙을 맞는다. 티샷이 해저드에 들어간 데 이어 OB 두 방, 다시 해저드에 두 번 들어가고 3퍼트를 하고 홀아웃하니 13타였다. 다음부터 펼쳐지는 홀은 연습 라운드와 같았다. 그리고 나머지 17홀에서 72타를 쳤다. “오히려 마음이 덤덤하고 편했습니다. 그날 제가 85타 쳤는데 꼴등은 아니었습니다. 꼴등 바로 앞이었죠.” 포기하고 싶었을 나머지 17개 홀을 그는 반대로 아주 편하게 즐겼다고 한다.

‘메이저 우승 없는 최고의 선수’라는 비아냥을 듣던 필 미켈슨은 2004년 마스터스를 우승하던 마지막 날 무아경(無我境)에 빠졌다고 회고했다. “나는 상황을 그냥 즐기고 있었다. 또한 내 플레이에 몰입됐다. 그러한 태도가 생애 최고의 게임을 선사했다.” 미켈슨은 어렵기로 소문난 오거스타내셔널 마지막 아홉 개 홀에서 18번 홀의 6m 버디를 포함해 모두 5개의 버디를 잡아 메이저 사상 둘째 최소타인 31타를 쳤다.

골프 선수가 홀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서는 ‘골프 게임의 제왕’ 잭 니클라우스가 남긴 정의가 가장 정답에 가까울 것 같다. ‘게임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신중한 골퍼, 공격적인 골퍼, 그리고 현명한 골퍼다. 신중한 골퍼는 기회를 잡을 줄 모른다. 공격적인 골퍼는 보이는 기회마다 잡으려 한다. 현명한 골퍼는 자신에게 맞는 기회를 가려낸다.’



현명한 골퍼 돼야그의 말을 빌리면 신중하되 공격적인 것을 조절하는 게 현명한 골퍼일 듯하다. 그리고 골프라는 게임이 주는 긴장감을 오히려 즐겨야 한다.

잭 니클라우스는 메이저 18승이란 대기록을 세운 원동력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메이저 대회가 정규 대회보다 우승하기 더 쉬웠다. 대부분의 경쟁자가 나와 다르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심한 러프나 빠른 그린에 걱정부터 한다. 그들은 제풀에 겁먹고 예선에서 나가떨어진다. 끝에 가서는 진정한 경쟁 상대는 남지 않는다. 나는 압박감을 즐겼을 뿐이다. 우승을 겨룬다 해도 상대방은 나를 이길 것을 걱정하지만 나는 내 경기만 집중하면 되었다.”

지금은 몰락한 듯한 타이거 우즈도 전성기 때 골프 경기가 주는 긴장감을 즐겼다. 8월 한창 더울 때 열리는 어느 PGA챔피언십에서의 일화다. 마지막 라운드에 승부는 거의 한두 타 차이였고 자칫하면 승부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의 입안도 바짝바짝 마르던 어느 어프로치 샷을 앞두고였다. 우즈는 두 개의 클럽을 한참 고민하더니 스윙에 들어가려다가 풀었다. 다른 클럽으로 미세하게 거리 조절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윌리엄스가 클럽을 가져다줄 때 우즈가 활짝 웃고 이렇게 말했다. “이 맛에 골프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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