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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훈의 금융 세테크② - 엔화 스와프는 비과세, 골드뱅킹 수익은 과세한다

원종훈의 금융 세테크② - 엔화 스와프는 비과세, 골드뱅킹 수익은 과세한다


[연재 순서] 1. 비과세와 비과세 효과

2. 엔화 스와프 정기예금과 골드뱅킹 과세 논란 3. 연금상품은 절세가 가능할까? 4. ‘CEO플랜’으로 가입한 보험상품의 허와 실 5.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를 위한 상식 6.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를 활용한 절세법 필자는 KB국민은행 세무사로 2006년부터 포브스코리아에 글을 싣고 있다.

해외여행 중 호텔 카지노 슬롯머신에서 잭팟을 터트려 거액의 배당금을 받았다면 소득세를 내야 할까? 정답부터 말하면 내야 한다. 그렇다면 카지노에서 블랙잭이나 포커 또는 바카라 같은 카드게임으로 돈을 땄다면 이 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내야 할까?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세금이 없다.

똑같이 카지노에서 벌어들인 소득이고 같은 사행성 게임으로 얻은 소득인데 왜 다를까. 카드게임으로 딴 돈에는 현실적으로 소득세를 매기기 어렵다.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비과세 대상이 아님에도 카드게임으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한국의 소득세 과세구조 때문이다. 지난 글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한국의 소득세는 법에서 열거한 것만 과세한다. 다르게 설명하면 법에서 열거하지 않은 내용은 과세할 수 없다. 현재 한국 소득세법은 슬롯머신으로 벌어들인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열거한다. 하지만 카드게임 등으로 벌어들인 소득은 소득세법에서 열거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과세 대상이 아님에도 과세할 수 없는 것이다.

금융소득 역시 위에서 얘기한 기타소득처럼 열거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금융소득은 열거주의를 보완해 과세 범위를 넓혔다. 유형별 포괄주의라는 명목으로 구체적으로 열거하지 않더라도 소득세를 매길 수 있다. <박스> 에서 과세되는 이자소득의 종류를 보면 1번에서 11번까지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열거한 것을 알 수 있다. 12번은 기존에 열거된 내용(1번에서 11번)과 비슷한 소득도 과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정확하게 열거하지는 않았지만 기존에 열거한 것과 비슷한 소득도 이자소득으로 과세하겠다고 명시한 것이다.



열거된 소득과 닮았으면 과세 대상금융소득 가운데 환전하며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알아보자. 원화를 달러나 엔화 등으로 환전하면서 환율 차이로 환전이익이 발생했다면 소득세를 내야 할까? 외화를 환전하면서 발생한 소득 역시 카드게임으로 번 소득처럼 소득세를 매기지 않는다. 소득세법에서 과세 대상으로 열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형별 포괄주의 논리(12번째 항목) 때문에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외화환산 이익에 대해 과세한 사례가 있다. 2003~2005년에 엔화 스와프 정기예금 상품이 부유층에 많이 팔렸다. 엔화 스와프 정기예금은 고객이 엔화로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선물환약정을 맺어 만기일에 일정한 선물환율로 엔화를 팔아 원금과 이익을 원화로 돌려받는 상품이다. 상품에 가입하기 전 원화를 엔화로 환전하고, 만기에 다시 엔화를 원화로 환전한다. 이 상품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는 최고의 금융상품으로 알려져 부유층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가입 고객들은 엔화 스와프 정기예금을 비과세 상품으로 알았다. 상품의 과세논리를 알지 못했던 금융회사 직원들 역시 비과세 상품이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2005년 초 유형별 포괄주의를 근거로 이 상품에 대해 과세한다고 결정했다. 구체적 열거는 없지만 이미 열거된 다른 소득과 비슷한 종류의 소득이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 결정 때문에 고객의 세금을 은행이 부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다행히 올해 5월 대법원은 엔화 스와프 정기예금으로 얻은 선물환 차익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엔화 스와프 정기예금 사태로 은행들은 큰 혼란을 겪었고 고객에게 신뢰를 잃었다.

올 상반기 엔화 스와프 정기예금 같은 과세 논란이 은행권에서 또 발생했다. 일명 골드뱅킹에 대한 과세 논란이다. 이 역시 유형별 포괄주의에서 시작된 논란이다. 결과를 말하자면 현재 엔화 스와프 정기예금은 비과세, 골드뱅킹은 과세 대상이다. 일부 골드뱅킹 가입 고객은 국세청이 엔화 스와프 정기예금처럼 골드뱅킹에 따른 이익 역시 과세하지 않기를 기대했지만 두 논란에는 차이가 있다.

우선 골드뱅킹은 이자소득이 아니라 배당소득으로 과세한다는 점이 다르다. 더 큰 차이점이 있다. 골드뱅킹에 대한 과세 근거는 소득세법 시행령에 나와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골드뱅킹은 금 적립계좌로 볼 수 있다. 이 상품은 고객이 원화를 입금하면 국제 금 시세와 환율에 따라 금으로 적립해 주는 상품이다. 골드뱅킹은 DLS(파생결합증권)로 구분된다. DLS는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ELS(주가연계증권)와 비슷하다. 다만 ELS는 기초자산이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주가에 한정되지만 DLS는 이자율, 통화, 환율, 신용위험지표, 금을 포함한 실물자산 등으로 기초자산이 다양하다. ELS에 따른 배당소득은 이미 과세 대상이었다. DLS는 ELS와 구조가 비슷하지만 국세청의 결론이 명확하지 않아 과거에는 과세하지 않았다. 이 부분이 2009년 2월 세법 개정 때 구체화되면서 골드뱅킹에 따른 이익 역시 과세 대상이 됐다.

매일 수많은 금융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금융상품의 세금 문제는 복잡하고 어렵다. 특히 이자, 배당과 관련한 소득세 부분이 더 그렇다. 그에 반해 금융세무 전문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금융회사 직원은 물론 세무사나 회계사에게 물어봐도 속 시원히 답을 듣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일시에 거액의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는 가입 전 꼭 자산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세무사나 회계사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세금 문제에서 금융상품은 딱 세 가지로 나뉜다. 확실하게 비과세되는 것과 확실하게 과세되는 것, 그리고 과세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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