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First Responders] 비극 아닌 숭고한 희생
[9/11 First Responders] 비극 아닌 숭고한 희생
짐 스미스는 은퇴한 뉴욕 경찰이다. 9·11 테러가 있었던 날 아침, 경찰학교의 법학 강사로 근무 중이었다. 그의 아내 모이라는 경찰학교 바로 옆 골목 21번가의 13구역에서 순찰 임무를 맡았다. 9월 11일, 모이라는 세계무역센터로 파견돼 남쪽 건물에서 시민 1명을 안전하게 구조한 뒤 다른 시민을 도우려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건물이 무너져 사망했다. 9·11과 모이라의 죽음을 떠올릴 때 나는 분노를 느끼지 않는다. 많은 일에 분노했지만 이번만은 내 감정을 앞세울 일이 아니다. 자신을 비극의 희생자로 여기며 자기 연민에 빠질 상황이 아니다. 모이라의 죽음을 애통하게 여기지 말고 아내의 용기만 가슴 깊이 간직하기로 했다. 아내가 어떻게 죽었는지 떠올리며 슬픔에 젖기보다 아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일을 해냈는지 기억하고 싶다. 아내는 새벽 4시에 퇴근하다가 음주 운전자의 차에 치여 숨진 게 아니다. 그랬다면 정말 비극이었겠지만, 모이라는 사람들을 구하려고 붕괴 직전인 건물로 돌진해 들어가 최후를 맞았다. 이건 비극이 아니다. 진정한 영웅의 자격을 갖춘 숭고함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기로 했다.
잭 플레처는 뉴욕시 소방관이다. 그의 쌍둥이 형제 안드레 역시 소방관이었다. 이들은 브루클린 테크니컬 과학고 미식축구 선수였으며, 뉴욕시 소방서의 미식축구와 야구팀에서도 활약했다. 롱 아일랜드에서 자원 소방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9·11 당시 안드레는 구조 5팀에 배정돼 북쪽 건물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다 순직했다. 벨뷰 병원에는 사건 현장에서 찾은 신체 부위들이 아직 보관돼 있다. 그 신원을 밝힐 DNA 기술은 없다. 소방관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안드레가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나는 이 사실을 받아들였고, 덕분에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 내가 겪은 일과 내가 했던 모든 노력은 나 한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 우리 둘을 위한 일이다. 나는 이제 두 사람의 인생을 산다. 형제, 자매와 쌍둥이는 다르다. 쌍둥이는 텔레파시처럼 같은 감정을 느낄 때가 많다. 북쪽 건물이 붕괴했을 때 안드레가 내게서 떨어져 나가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도 작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브렌던 아이엘피는 브루클린 소방차 157에 배정된 뉴욕시 소방관이다. 당시 3개월 수습 근무를 하던 그는 9·11 테러 당시 다른 소방관들과 세계무역센터로 출동해 두 번째 빌딩이 무너진 직후 현장에 도착했다. 구조 2팀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하다가 은퇴한 그의 아버지 리 아이엘피 또한 현장에 출동한 상태였다. 브렌던의 형 조너선과 그가 배속됐던 288 구조대는 남쪽 건물 붕괴로 전원 사망했다. 너무 어리고 순진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당시 나는 25세였고 세상을 안다고 자신만만했다. 우리 세대는 전쟁도 전투도 없는 호사스러운 환경에서 성장했다. 만사가 평화로운 시절이었다. 9·11때 난생 처음으로 아비규환을 목격했다. 이전에 결코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랬을 거다. 그래도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 받은 임무는 모두 해냈다. 건물이 붕괴하고 현장에 도착한 그날, 나는 잔해 더미를 일일이 손으로 뒤지며 단 한 명의 생존자라도 찾으려 노력했다.
[Reprinted by arrangement with Viking Penguin, a member of Penguin Group (USA) Inc.,
from A Decade of Hope by Dennis Smith. Copyright © 2011 by Dennis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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