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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전문의약품 1위 이동수 한국화이자 대표 - 기획·관리 두루 거친 의사 경영자

[CEO] 전문의약품 1위 이동수 한국화이자 대표 - 기획·관리 두루 거친 의사 경영자

이동수(50) 대표는 국내 전문의약품 판매 1위 제약사인 한국화이자의 대표를 2009년 5월에 맡았다. 그는 한국화이자의 첫 한국인 대표다. 이력과 경력도 남다르다. 가정의학 전문의 출신인 그는 1998년 한국화이자의 의학부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마케팅 부서에서 몇 년간 전략기획과 운영관리를 맡아 미래 경영인으로서 실력을 쌓았다. 의사 출신의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들과 달리 연구개발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비아그라로 유명한 세계 1위의 제약회사인 화이자가 한국에 법인을 낸 지 올해로 42년째다. 이 대표가 취임한 2009년은 한국화이자가 안팎으로 많은 변화에 직면한 시기였다. 백신과 생물학적 제제 부문의 강자인 와이어스와 통합을 발표했고, 전 세계에 있는 화이자 법인이 일제히 사업부 단위의 매트릭스 형태 조직으로 내부 개편을 단행했다. 조직을 재정비·통합하는 한편 외부의 역풍에도 맞서야 했다. 보건복지부의 약가 인하정책에 따라 제약업계가 위축된 데다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기 위해 제공자는 물론 금품을 제공받은 의·약사를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가 도입됐다.

이런 녹록지 않은 여건에도 이 대표는 해마다 사업목표를 달성하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한국화이자는 지난해 매출 4227억원을 올려 재계 620위를 기록했다. 2년 반 사이 이룬 가장 큰 성과를 묻자 그는 임직원을 화두로 꺼냈다. 지난 3년간 직원 대상의 업무 몰입도 조사를 벌인 결과 업무 집중도가 꾸준히 향상됐다. 특히 한국 기업 중에서도 우수한 축에 속했다. 회사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았다. 이 대표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 회사이기 때문에 즐겁게 일해야 한다”며 “매출액이나 금전적 인센티브보다 이런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특별한 우대 정책을 펴지 않는데도 여성 임직원 비율이 50%에 이르는 점이 눈에 띈다. 굳이 여성을 위한 정책을 들자면 기혼여성 직원을 위한 건강복지 프로그램 정도다. 이것보다는 성별 간 차별 없는 일터를 만드는 데 주력한 게 주효했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올해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에 뽑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제약업은 어떤 면에서 성장이 더딘 분야다.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 데 대개 10~15년이 걸리고, 5억~10억 달러의 거금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화이자는 이런 점을 감안해 알츠하이머·항암 등 전략적 질환 분야를 선정하고 치료제 개발이 급한 약품에 연구개발 활동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픈 이노베이션’, 즉 다른 기업이나 연구기관과 협업해 R&D(연구개발) 효율을 높이는 작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제약 분야 R&D의 제1 목표는 신약 개발이고 임상시험은 신약을 승인 받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이동수 대표는 “한때 우리나라는 규제에 가로막혀 임상시험 자체가 이뤄지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우수 인력과 의학 인프라를 기반으로 화이자에서도 핵심 연구지역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서울대·연세대·서울아산·삼성서울 병원이 화이자의 핵심 임상연구 기관에 선정돼 최근 수행한 나라별 임상시험 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진행한 연구개발의 구체적인 성과물도 속속 나오고 있다. 8월 크리조티닙을 성분으로 한 잴코리 캡슐이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로 미국 FDA의 신속 승인을 받았고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폐암 치료제인 크리조티닙은 1상 임상 결과만으로도 FDA 승인을 받아 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화이자의 신약이다. 이 임상을 초기부터 주도한 방영주 서울대 교수가 미국 임상종양학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관련 연구를 뉴잉글랜드저널에 게재해 한국 의료진의 우수함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동수 대표는 “잴코리 개발은 개인 맞춤형 치료의 개발 사례인 동시에 학계와 기업, 정부기관이 협력해 성공을 이끌어낸 결과”라고 자랑했다. 신흥국에서 선진국형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은 제약업체의 시각으로 보면 과도기에 접어든 지역이다. 이 대표는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헬스케어 산업이 성장하고 있어 제약업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전 제약업계는 화학과 분자생물학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이 이뤄진 반면 최근엔 생물학적 제제와 백신 분야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대표는 “그동안 제약사는 다수의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만드는 데 주력했지만 최근에는 특정 소수집단을 겨냥한 제품 개발이 활발하다”며 “빠르게 변하는 제약업계 패러다임 속에서 화이자 역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차별 없는 일터로 대통령 표창 받아리베이트 쌍벌제에서도 알 수 있듯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제약업은 다른 산업보다 높은 윤리기준을 필요로 한다. 의사로 일하며 환자들을 진료한 경험이 있는 이 대표는 “법적 기준이 강화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환자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자율적인 방법이 아닌 강제적인 형태로 제도가 운영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화이자는 사회공헌활동에도 앞장선다. 대표적인 게 미국 병원예술재단 봉사자, 한국화이자 직원들이 전국 병원을 순회하며 환자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화이자 사랑의 병원 그림축제’와 미래 한국사회를 이끌어 갈 인재 양성 및 지원을 위해 일반 대학생과 의대생들에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장학금을 전달하는 ‘화이자 사랑의 장학금’이다. 2009년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새롭게 시작한 ‘조손가정 행복만들기’ 캠페인은 직원들로 구성된 ‘화이자 꿈꾸는 봉사단’이 조부모가 손자녀를 양육하는 조손가정 아동들의 1대1 멘토가 되어 부모 역할을 대신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이 대표는 어떤 경영자로 기억되고 싶을까.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고르던 그가 난감한 듯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새로운 일을 통해 배워나가는 과정이 좋다”던 이 대표는 한참 고민한 후 말했다. “변화의 시기에 슬기로운 도전을 했던 리더로 기억되면 좋겠네요.”



박미소 이코노미스트 기자 smile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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