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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외식업계 ‘미다스 손’ 신희호 아모제 사장 - “편의점에서도 아모제 만나세요”

CEO 외식업계 ‘미다스 손’ 신희호 아모제 사장 - “편의점에서도 아모제 만나세요”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마르쉐에서 음식을 고르는 신희호 사장.

종합외식기업 아모제의 신희호(54) 사장은 외식업계의 트렌드 변화를 이끌어왔다. 규모에선 CJ를 비롯한 대기업에 뒤지지만 국내 외식업계의 ‘최초’ 기록을 여럿 세우며 외식업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린다. 그의 첫 작품은 유럽 마켓형 패밀리 레스토랑인 ‘마르쉐’. 프랑스어로 ‘시장’이란 뜻이다. 1996년 서울 역삼동에 1호점을 냈다. 국내 외식업계에서 앞다퉈 TGIF·베니건스·토니로마스를 비롯한 해외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을 들여오던 때다.

캐나다에서 우연히 마르쉐를 접한 그는 독특한 운영 방식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여느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고객이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시키는 대신 직접 다양한 음식 코너를 돌며 주문하고 즉석에서 요리를 받아가도록 했다. 코너별로 스위스·이탈리아·동남아시아 등의 특징을 살려 세계 각국의 식당가를 구경하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 먹는 재미에 볼거리도 더한 것이다.



국내 외식업계의 ‘최초’ 기록 여럿 세워2000년에는 마르쉐 음식을 포장판매하는 ‘카페 아모제’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선보였다. 미리 조리한 음식을 포장판매하는 국내 첫 테이크아웃점이었다. 이른바 홈밀리플에이스먼트(HMR) 사업이다. 조리가 까다롭고 가정에서 접하기 힘든 고급 음식을 비교적 싸게 먹을 수 있다는 걸 장점으로 내세웠다. 1~2인 가구나 독신자가 늘어나는 흐름에 딱 맞았다. 특히 패스트푸드와 달리 유기농 식재료를 써서 환경과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 변화에도 재빨리 적응했다. 국내 유명 백화점에 모두 들어선 카페 아모제의 매장 수는 현재 50개다.

2004년에는 국내 첫 오므라이스 전문점인 ‘오므토 토마토’를 열었다. 오므라이스와 토마토라는 뜻이다. 기존 오므라이스와 달리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을 오가며 메뉴를 연구해 40여 가지의 퓨전 오므라이스를 개발했다. 국내 인기에 힘입어 내년에 태국에 오므토 토마토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오므토 토마토는 개점 과정이 남달랐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인기가 시들면서 2002년을 정점으로 매출이 떨어졌다. 특히 2002년 서울 청담동에 오픈한 퓨전 중식당 ‘엉클웡스’는 개점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원인 파악에 나선 신 사장은 고객의 다양한 욕구에 발맞춰 메뉴와 분위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는 무작정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보다 서울 삼성동에 ‘안테나 숍’으로 중형 레스토랑을 열었다. 여기서 고객의 입맛을 파악했다. 그랬더니 인기 메뉴 1순위가 오므라이스였다. 그는 안테나 숍을 오므라이스 전문점인 오므토 토마토로 바꿨다.

신 사장은 현재 이들을 비롯한 6개 브랜드의 80개 매장과 공항·철도·리조트 등에서 식음시설을 운영하는 ‘컨세션 사업’ 매장 80개를 거느리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오션월드 등에서 벌이는 컨세션 사업도 국내 외식업계 첫 프리미엄 푸드코트인 ‘푸드 캐피털’로 차별화했다. 공간을 고급스럽게 꾸미고 웰빙 트렌드를 적극 반영했다. 여기서 얻은 좋은 평판 덕에 여수 엑스포 식음시설 운영권도 따냈다. 외식, 음식 포장판매, 컨세션 사업을 벌이는 아모제의 올 매출 목표는 1000억원 정도다. 지난해 매출은 770억원이었다. 아모제 계열사로 식재료 제조·유통과 부동산 임대업이 주력인 아모제산업의 올 매출 목표 역시 약 1000억원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780억원이었다. 특히 아모제산업의 매출은 아모제의 음식 포장판매와 컨세션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크게 늘었다.

신 사장은 점포 수를 늘리기보다 시장 조사와 고객의 수요를 분석해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만드는 데 무게중심을 둔다. 전략은 대략 4년 후 시장 변화를 예측·반영해 내놓는다. 그래서 아모제에서는 이를 ‘올림픽 전략’이라고 부른다.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이 열리던 1996년 마르쉐 1호점을 열며 외식사업을 시작한 후 4년 주기로 성과를 평가하고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상해서다. 예컨대 2012년 런던올림픽에 맞춰 2009년 4월 내놓은 ‘런던 전략’에서는 2012년에 매출 2000억원, 이익 120억원을 올린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신 사장은 현재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전략을 세우고 있다. 창조, 로직화, 글로벌 등을 키워드로 잡고 있다.

아모제의 전신은 1995년 출범한 덕우산업이다. 2001년 회사 이름을 아모제로 바꿨다. 아모는 ‘아무’의 옛말이고, 제는 ‘때’를 뜻하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언제나 고객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덕우산업은 신 사장이 친형인 신철호(62)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회장 밑에서 호텔 아미가(현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부사장으로 지낼 때 세웠다. 1981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딴 그는 귀국 후 첫 직장인 삼성전자에서 2년 가까이 일했다. 삼성전자에서 흑백TV 수출 업무를 담당하던 그는 신철호 회장의 요청으로 1988년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 들어가 10여 년 동안 일하다 자연스레 호텔 외식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애초 외식사업에 뛰어들 생각은 없었지만 시작하면서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여겨 평생의 업으로 삼았다.



4년 후 내다보는 ‘올림픽 전략’신 사장은 서울 강남에서 부동산 임대사업을 해온 일진실업 집안의 3남5녀 중 막내다. 서울 강남의 경복아파트 일대 등의 땅부자 집안이다. 1962년 부동산 임대회사로 출발한 일진실업은 1999년에 일진실업, 태승이십일, 아모제산업으로 분할됐다. 신희호 사장은 아모제산업을 바탕으로 아모제를 세웠다.

신희호 사장의 맏형인 신장호(64) 대표는 레저사업과 부동산 임대 등이 주축인 일진실업을 맡고 있다. 지난해 매출 135억원이었다. 특히 신장호 대표가 1998년에 만든 서울 강남의 스포월드는 회원제 피트니스 클럽으로 CEO나 부자 고객이 많이 찾는다.

둘째 형인 신철호 회장은 호텔사업(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이 주력인 태승이십일을 맡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580억원이었다. 신철호 회장의 딸인 신혜성씨는 축구선수 차두리와 결혼해 화제를 모았다.

3형제는 스포월드에서 곧잘 만난다. 이곳에서 운동하면서 건강과 형제간 우애를 다진다. 사업 이야기도 여기서 자주 나눈다. 예컨대 올가을 강원도 홍천에 오픈한 골프장 ‘힐드로사이’는 3형제 합작품이다. 신장호 대표가 이끄는 일진실업이 만들었지만 신철호 회장과 신희호 사장도 관련 회사로 이름을 올리고 회원 분양 등에도 도움을 줬다. 3형제 모두 사업에서 일가를 이뤘지만 매출 규모로 따지면 가장 늦게 시작한 신희호 사장의 회사가 가장 크다. 신 사장은 “독립한다고 했을 때 둘째 형이 어딜 가느냐며 야단도 쳤지만 지금은 격려를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신희호 사장의 회사 규모가 커진 건 컨세션 사업의 확대 덕이 크다. 외식사업, 특히 패밀리 레스토랑 사업은 인기가 예전만 못한 데다 경쟁은 치열하다. 성장세가 주춤한 레드오션이다. 이 대목을 고민하던 신 사장은 2007년 컨세션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해 7월 인천국제공항의 식음료 사업자 입찰이 있었다. 풀무원과 컨소시엄을 이뤄 응찰한 아모제는 국내외 10여 개 회사와 경합했다. 당시 CJ푸드시스템, 두산 계열의 SRS코리아, 식품전문기업 SPC그룹을 비롯해 세계 최대 영국계 컨세션 기업인 SSP 등이 경쟁자였다. 신 사장은 입찰 준비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3개월 동안 직원들과 사업 제안서를 준비했다. 사업 제안서 발표도 직접 할 정도로 애착이 강했다. 이런 노력 덕에 아모제 컨소시엄은 SRS코리아, SPC그룹과 더불어 운영권을 따는 데 성공했다. 인천국제공항 식음료 사업에 진출하자 다른 업체에서도 제안이 들어왔다. 컨세션 사업에서는 초기 거점 확보와 평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8년 6월엔 오션월드의 일부 식음시설 운영권을 따냈다. 롯데·현대·신세계를 비롯한 유명 백화점에도 속속 진출했다.

아모제에서는 국내 컨세션 시장 규모를 2조5000억~3조원 정도로 추산한다. 휴게소를 포함한 식음료 부문만 따졌다. 현재 이 시장에서는 CJ엔시티, 풀무원의 풀무원 ECMD, 한화, SPC그룹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풀무원 ECMD가 선두권이다. 아모제의 김영배 전무는 “급식 대기업이 주축을 이루던 시장이어서 아모제의 컨세션 사업 진출에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지만 급식 전문기업과 다른 외식 전문기업의 전문성을 강조한 덕에 인천공항을 비롯해 백화점, 리조트, 골프장 클럽하우스, 대형 병원, 야구장 등의 굵직한 계약을 따내 업계를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2008년 초 계열사 아모제산업에 식자재 유통사업부를 새로 만든 덕에 식재료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해도 견딜 수 있었다. 특히 250억원을 들여 충북 음성에 식재료 가공공장을 지어 원가를 줄이고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다. 2009년 준공한 이 공장에서 2000여 가지의 식재료를 가공해 관계사인 아모제의 외식사업 부문에 공급하고 있다. 신 사장은 가공공장에 공급할 음식 재료를 엄격하게 따진다. 그는 “음식 맛은 좋은 재료를 사용할수록 좋아진다”고 말한다. 예컨대 야채는 산지에서 직접 가져온다. 특히 여주 호박고구마, 제주도 감귤 등 제철에 가장 좋은 곳에서 수확한 야채나 과일을 사용하고, 치즈는 임실치즈농협에서 생산되는 100% 천연치즈만 쓴다.

3형제 모두 경영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신희호 사장(둘째 줄 가운데)의 가족 모임.

신 사장은 식자재 유통을 비롯한 사업 다각화와 컨세션 사업 강화 등 사업 영역 확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만 기댄 외식기업이 2004년부터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졌지만 아모제와 아모제산업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20%에 이르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물론 신 사장이라고 언제나 잘나갔던 건 아니다. 1997년 10월 경기도 분당 삼성플라자에 마르쉐 2호점을 내자마자 외환위기가 터졌다. 당시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부사장을 겸임하고 있던 그는 자신의 월급을 50% 깎았다. 직원 월급도 30~40%씩 깎았다. 그때 신 사장은 자신도 매우 불안한데 직원들은 오죽하겠는가 싶었다. 그래서 열린 경영을 시작했다.



옛 아미가 호텔에서 경영수업직원들에게 경영자와 똑같이 정보를 제공하고 생산업무와 관련한 권한을 부여해 경영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했다. 매달 한 차례 임직원을 모아놓고 생산·매출·수익을 포함해 회사의 경영 상황과 경영환경 변화 등을 설명하고 경영의 기본 지식을 공부하게 했다. 그러면서 “다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고 위기를 극복해 이익이 나면 나누자”고 설득했다. 그런 덕에 아모제는 외환위기 혹한 속에서도 이익을 냈고, 그걸 나눠 가졌다.

신 사장은 아모제의 새로운 컨세션 사업 대상으로 고속도로 휴게소와 편의점을 노리고 있다. 특히 새로운 전장으로 떠오른 고속도로 휴게소의 식음료 사업은 대개 20년 계약을 한다. 장기계약이다 보니 수익률은 다소 떨어지지만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다. 아모제의 김영배 전무는 “예전에는 임차료를 많이 주는 곳에 운영권을 내줬지만 요즘은 맛과 서비스가 중요해 아모제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진출했듯 편의점도 주목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독신 가정도 급증하고 있어 고급스러운 간편식이 각광 받을 수 있다고 본다. 편의점에서 자체 브랜드 먹을거리를 많이 내놓고 있지만 좀 더 맛있고 품질 좋은 제품이라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편의점 체인과 구체적인 사업 내용도 논의하고 있다.

그는 마르쉐, 오므토 토마토 등 유명 브랜드가 있지만 전국적인 간판 브랜드로는 힘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는 “아모제 자체를 브랜드로 내세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외식 관련 인프라, 소모품, 교육 등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전략”이라며 “아모제와 아모제산업의 사업 조정 후 합병 등으로 회사를 정리해 3~4년 후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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