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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essay] ‘나는 가수다’에 숨겨진 교훈

[CEO essay] ‘나는 가수다’에 숨겨진 교훈

요즘 주말에 아이들과 즐겨 보는 TV프로그램이 있다. 가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다. 국내 정상급 가수들이 펼치는 노래 경연은 큰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때론 살벌하기도 하다. 두 차례 경연을 펼친 뒤 청중 평가단으로부터 가장 나쁜 점수를 받은 가수가 탈락하는 이 프로그램의 컨셉트는 ‘밀리면 죽는’ 시장의 냉혹함을 닮았다.

기업을 이끌고 있는 나에게는 또 다른 면도 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가수다’의 백미는 협업(Collaboration)의 힘이다.

제아무리 출중한 가창력의 소유자라도 이 프로그램에서는 ‘혼자 힘’으로 경연하지 않는다. 청중의 심금을 울리기 위해 원곡자·편곡자·선배가수 등의 조언을 듣는다. 언제나 무대 뒤편에 서 있는 코러스 멤버, 밴드와 머리를 맞대기도 하고, 음악과 전혀 상관없는 개그맨 매니저의 도움도 얻는다.

청중에게 더 좋은 음악을 선사하기 위한 이런 노력은 청중의 박수갈채와 눈물을 이끌어낸다. 기업으로 따지면 협업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협업은 시대적 흐름이다. 대중이 모여 협업을 통해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위키노믹스(wikinomics)’는 기업경영에 큰 도움을 준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터넷 기술과 스마트 기기의 등장, 그리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확산으로 개개인은 이전과 달리 집단의 지혜를 발산할 수 있게 됐다. 미처 기업이 알지 못했던 부분을 개인이 짚어낼 때도 있다. 국정 운영자든 기업 CEO든 협업의 중요함을 외면할 수 없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돈 탭스코트·앤서니 윌리엄스는 자신의 저서 『매크로위키노믹스』에서 이런 예를 들었다.

“…금융부문의 경우 신뢰를 잃은 금융기관을 대신해 대중 스스로 조직한 플랫폼이 주식상품의 안전성과 자산규모 등을 평가하게 됐다. 대중이 모여 조직한 P2P 방식의 대출이 전통적인 은행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부문에서는 가정과 기업에서 탄소 발생을 줄여나가도록 유도하는 뜻있는 환경운동가들이 모여 만든 조직이 정부의 환경정책보다 더 거대한 대중운동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에는 초일류 독점기업만이 냉혹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정글경제에서 생존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글로벌 시장을 평정한 기업이라도 협업의 진리를 깨우치지 못하면 위기를 맞을 공산이 크다. 빼어난 기술력을 가졌든, 트렌드를 선도하는 혜안을 가진 CEO가 있든 협업하지 않는 기업은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다.

물론 글로벌 리더기업이 되기 위해선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여기엔 한 가지 변하지 말아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홀로서기가 아닌 상생 협력과 미래를 위한 투자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소비자와 소통하고 협업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이제 기업 CEO는 협업으로 나타날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기술력이나 통찰력을 믿고 협업에 소홀했는지 스스로 체크하고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패자는 늘 쓸쓸하다. 협업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이라도 쓸쓸한 최후를 맞이할 수 있다. ‘나는 가수다’에서 꼴찌로 선정돼 탈락한 가수가 쓸쓸히 퇴장하듯 말이다. ‘나는 가수다’가 기업 CEO에게 주는 숨겨진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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