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t Issue] 카드대란과 현재 상황 비교해 보니

제 2의 카드대란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올해 신용카드 사용액이 2003년 카드대란(622조원) 이후 최고인 5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연체율이 늘면서 정부가 카드시장 동향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카드업계는 기우라는 입장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카드 연체율은 1.74%로 2003년 카드대란 당시 28.3%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카드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여신금융 협회의 해명에는 맹점이 있다. 비교 시점이 잘못됐다. 카드사태 재발 가능성을 진단하려면 2003년이 아닌 2002년과 비교해야 한다. 2001~2002년의 카드 소비 광풍이 이듬해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를 대거 양산한 대란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002년 신용카드 발급 수는 1억480만 장. 경제활동인구 1인당 4.6장이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2000년 225조원, 2001년 434조원, 2002년 623조원으로 급증했다. 무분별한 카드사용은 단기간에 연체율 폭등으로 이어졌다. 2002년 12월 신용카드 연체율은 8.8%. 하지만 2003년 1월에는 11.2%로 뛰었다. 신용카드 관련 신용불량자(현 금융채무불이행자)는 2002년 149만 명에서 카드대란 정점에는 240만 명으로 늘었다. 2002년 한해에만 카드모집 비용으로 4777억원을 쓴 카드회사의 출혈 경쟁이 낳은 결과였다.
문제는 최근 신용카드 시장 움직임이 2002년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카드사들의 카드모집 비용은 3866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00억원 정도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6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사상 최대다.
신용카드 모집인은 올 8월 말 기준 5만784명으로 2009년에 비해 45% 증가했다. 신용카드 발급 수는 2002년 보다 많은 4.7장으로 늘었다. 민간소비 지출 대비 신용카드 사용 비중은 처음으로 60%대를 돌파했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포함한 신용카드 대출 잔액 역시 증가 추세다. 6월 기준 카드론 잔액은 18조6600억원, 현금서비스는 10조5000억원 정도다. 연체율도 심상치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국내 전업카드사 연체율은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처음으로 상승 반전했다.
특히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불안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용카드 대출과 함께 다른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자는 약 180만 명. 카드론 사용자의 절반이 다중채무자다. 만약 한 곳의 카드사가 부실이 날 경우 동반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2003년 카드대란 직전에도 그랬다. 2000년 말 신용카드 대출 이용자 대비 40%였던 다중채무자 비중은 2002년 57%로 급등했고, 결국 연체가 속출하며 카드대란이 터졌다. 이에 대해 여신금융협회 함정식 조사연구센터장은 “국내 카드사의 단순 자기자본 비율이 20%가 넘는다”며 “유동성 위기가 재발해도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2002년 보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해 소득이 2000만원 미만인 저소득계층의 가계대출 잔액은 2009년 말 57조원에서 올 6월 85조원으로 49% 늘었다. 주택담보대출도 큰 부담이다. 이자만 내다가 원리금을 함께 내야 되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늘고 있다. 특히 소득보다 대출잔액이 4배 이상 많은 취약대출의 경우 35% 정도가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연체액 중 절반 가량은 원금 상환이 시작된 뒤 열 달 이내에 연체가 발생한다. 신용카드 시장 자체는 아직 위험 단계에 접어들진 않았지만 채무 부담이 일시에 몰리면서 신용위기로 번질 수 있는 가능성까지 배제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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