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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개발 김재호 대표 - 여수 지역경제 지킴이 되겠다

홍해개발 김재호 대표 - 여수 지역경제 지킴이 되겠다

홍해 개발 김재호 대표는 여수 앞바다가 보이는 봉소당에 앉아 있다.

11월 7일 오후 2시 전남 여수시 신월지구에 위치한 히든베이(가칭) 호텔 건설현장. 2만5000여㎡ 부지에서 30여대의 중장비가 우렁찬 기계음을 내고 100여명의 직원들은 땀을 흘리고 있다. 내년 3월 완공 예정인 히든베이는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로 134개의 객실과 컨벤션센터, 휘트니스 클럽 등 부대시설이 들어선다. 철골조 공사를 마친 이곳은 외벽공사가 한창이다. 공정률은 현재 75%이다. 홍해개발 김재호(70) 대표는 “청정해역이 한눈에 펼쳐지고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여수에서도 신월지구는 가장 멋진 곳”이라며 “내년 열리는 여수 엑스포에 방문한 국내외 관광객에게 최고의 전망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여수엑스포는 내년 5월 12일부터 93일간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열린다. 여수신항 일대에 174만㎡ 규모의 전시관 10개를 설치하고 바다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줄 계획이다. 100여개 국가가 참가하는 이번 엑스포에는 국내외 관광객 800만명이 관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호 대표는 여수에서 유명 인사다. 대학교와 군대생활을 제외하고 60여 년을 여수에서만 살았다. 그는 이곳에서 ‘땅부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사는 한옥의 규모만 해도 1만6528㎡(약 5000평), 사랑채·행랑채·본채 등 6채로 이뤄져 있다. 이중 하나가 여수의 명소로 꼽히는 ‘봉소당(鳳巢堂)’이다. 구한말에 지어진 봉소당은 100년 넘게 자손들에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영화 ‘가문의 영광1’(2002)에 등장했던 바로 그 한옥이다.



70년 여수 토박이 4개기업 일궈다른 사람이 보기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호화스런 생활을 했을 것 같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집안 재산이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실제로 여수에서 4개 사업체를 운영하는 건실한 향토 기업인으로 평가 받는다. 드럼통 제조업체인 화양산업, LPG가스 공급소인 구봉 충전소, 냉동창고 사업체 삼양냉장, 홍해개발이다. 1983년 창업한 구봉 충전소는 여수 지역 가스의 70%를 공급한다. 여수 시장점유율 1위다. 연 매출은 250억원에 이른다. 6년 전 설립한 화양산업의 연 매출도 300억원이다. 여수에 있는 3개 드럼통 회사 가운데 가장 늦게 창업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1위다. 김 대표는 이번 호텔도 여수지역을 위해 지을 생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수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여수 앞바다에는 오동도·돌산도 등 317개 섬들이 떠있다. 해안선 길이만 905.87㎞에 달해 저녁이면 아름다운 석양이 펼쳐진다. 여수에는 볼거리가 이처럼 많지만 즐길거리는 상대적으로 적다. 쇼핑공간이 부족해 관광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관광객이 머물 숙박시설도 부족하다. 김 대표가 호텔을 짓겠다고 나선 첫 번째 이유다. 그는 “여수 엑스포에서 관광객을 제대로 수용하려면 3만여개 객실이 필요하지만 여수 인근의 숙박업체를 모두 포함해도 1만여개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이유도 있다. 여수박람회 조직위원회와 여수시는 2008년 민자유치 방식으로 관광호텔 건립을 추진해왔다. 다행히 엑스포가 열리는 여수신항 주변에는 대명 콘도가 건설되고 있지만 신월지구는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투자자의 외면을 받았다. 여수시조차 호텔건립을 포기했다.

이 소식을 들은 김 대표는 안타까웠다고 했다. 한편으론 오기가 발동했다. 전망이 가장 머신 여수 신월지구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김 대표가 호텔건설에 나선 두 번째 이유다. 김 대표는 “여수에 방문한 관광객이 잠을 잘 곳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여수를 관광지역으로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여수에 방문한 국내외 관광객에게 최고의 관광지로 기억될 수 있는 호텔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홍해 개발 김재호 대표는 여수 앞바다가 보이는 봉소당에 앉아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김 대표는 웬만한 시련에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위기에 직면하면 오기가 발동해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스타일이다. 주변 사람들이 그를 ‘오뚝이 경영자’‘승부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김 대표는 “부친께 사업을 물려받았을 때 큰 실패를 경험했다”며 “그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고난을 이겨내는 힘과 의지를 키웠다”고 말했다. 그럴 법도 하다. 그는 젊은 CEO 시절 큰 실패를 겪은 적 있다.



“실패 두려워하지 않는다”김 대표는 대학졸업 직후인 1967년 부친이 운영하던 청량음료 음료업체 ‘금실사이다’를 물려받았다. 처음엔 사세를 잘 유지했지만 코카콜라가 국내에 상륙한 1968년부터 위기에 빠졌다. 군소 음료업체였던 금실사이다는 코카콜라에 맞설 힘도, 자금도, 네트워크도 없었다. 결국 1973년 이 회사는 부도났다. 그의 인생에서 첫 실패였다. 순식간에 빈털터리가 된 그는 별별 일을 다했다. 2년 동안 트럭운전을 하기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몸을 혹사한 건 아니다. 그는 단 한 순간도 재기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기회는 찾아왔다. 금실사이다가 망한 지 4년 후인 1977년의 일이다.

당시 교육감이었던 아버지 친구가 진성여자중·고등학교 인수를 제안했다. 학교 빚은 1억원이었다. 많은 빚이 있음에도 인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자존심을 굽히는 법을 배웠다. 아버지의 땅 5000평을 팔아 빚을 청산할 수 있었다. 인수 후 혼신을 다해 경영정상화를 이끌었다. 5년 뒤 한영고등학교를 지었고 10년 후에는 한영대학을 설립했다.

김 대표가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여수 호텔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에서도 그의 승부사 기질을 엿볼 수 있다. 김 대표는 2010년 1월 여수시와 홍해개발은 신월지구 관광호텔 건립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80억원으로 부지 매입 후 500억원을 투자했다. 그 해 6월부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3월 호텔 완공 후 10월부터는 콘도를 지을 계획이다.

여수 호텔은 그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그가 몇 년 전 일본 한 호텔에 묵었을 때다. 주말이 되자 자녀의 손을 잡고 가족단위로 놀러 왔다고 한다. 이들은 콘도에만 머물지 않고 별로도 마련된 공연과 미술 등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보고 한국에 가서 여행·호텔·공연 등 문화호텔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여수 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마음으로 짓고 있지만 엑스포 후에는 국내외 관광객이 자녀의 손을 잡고 함께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희 이코노미스트 기자 bob28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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