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Golf] “우즈는 정신적 충격에서 못벗어났다”

[Golf] “우즈는 정신적 충격에서 못벗어났다”

최경주(왼쪽)와 타이거 우즈

“2012년이 기대되고 내 골프도 잘 풀렸으면 한다.” 타이거 우즈(36)의 현재 심정이다. 우즈는 현재 호주 멜버른에 있다. 그는 11월 17일 개막한 미국과 세계 연합팀 간의 골프 대항전인 제9회 프레지던츠컵의 미국팀 대표로 출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우즈는 내년 1월 26~29일로 예정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유러피언투어 HSBC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것으로 시즌을 시작한다.

2년 넘은 부진 탈출할까

우즈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데 관심이 많다”며 “아부다비 챔피언십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썼다. 그는 “나는 항상 HSBC 경기를 즐겨왔기 때문에 아부다비 챔피언십에도 오랫동안 관심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은 올해 4만명의 갤러리가 찾았을 정도로 중동에서 인기를 끄는 대회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내년 대회에는 우즈의 첫 경기를 보기 위해 더 많은 갤러리가 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회에는 우즈 비롯해 세계랭킹 1위 루크 도널드, 마르틴 카이머, 로리 매킬로이, 최경주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모두 출전한다.

우즈가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HSBC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것은 하나의 큰 변화란 평가다. 우즈는 그동안 시즌 초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 골프코스에서 열리는 경기에 주로 출전해 좋은 성적을 냈다. 2005년부터 이곳에서 열린 다섯 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것을 포함해 통산 일곱 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2006년부터는 토리파인스에서 개최되는 대회를 아예 시즌 오픈 대회로 삼았다. 우즈는 그렇게 자신의 카리스마를 스스로 구축했다. 그곳은 그의 텃밭이었다.

그러나 2009~2010년에는 부상으로 건너뛰었고 올해 초에는 3년 만에 이곳에서 마련된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대회에 출전했다가 공동 44위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우즈는 지금 깊은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벌써 2년째다. 그는 2009년 11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 마스터스 우승 이후 섹스 스캔들(같은 달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인근 자택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를 낸 뒤 각종 사생활 문제가 불거졌고 불륜 행각이 드러남)이 터지면서 추락했다. 그 추락은 끝이 없었다. ‘골프 황제’란 명예도 세계 랭킹 1위의 명성도, 그리고 아내와 이혼하면서 가정도 풍비박산 났다. 그는 지금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어떤 변화를 꿈꾸고 있다. 조급하지는 않지만 절실하다.

“볼을 마주하면 나쁜 느낌이 전혀 없다. 다만 기회를 만들지 못해 어떤 동력(any momentum)을 손에 넣지 못했을 뿐이다.” 우즈는 11월 13일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과의 인터뷰에서 ‘변화의 어떤 동력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그가 내년 시즌 오픈을 미국 본토의 텃밭인 토리파인스 골프코스를 택하지 않고 중동으로 날아가는 이유다. 하지만 우즈가 최근에 내놓은 결과물은 그렇게 신통해 보이질 않는다.

우즈는 11월 8일 호주 시드니로 날아갔다. 한 달 전인 10월 9일 끝난 PGA 투어 프라이스닷컴 오픈에서 공동 30위에 그쳤던 우즈는 한 달 여간의 휴식을 깨고 호주에서의 명예회복을 별렀다. 10일부터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호주 오픈에서 멋지게 우승한 뒤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 미국팀 대표로 화려하게 입성하는 것을 꿈꿨다. 그곳은 바로 2년 전 자신의 성추문의 예비 신호탄이 터져 나온 곳으로 명예회복의 장소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러나 우즈는 끝내 ‘변화의 동력’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아쉽게도 13일 끝난 대회에서 우승자 그레그 찰머스(호주·13언더파)에 2타 뒤진 11언더파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2년 넘도록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우즈는 3라운드까지 선두에 6타 뒤진 공동 8위에 머물다가 이날 뒷심을 발휘하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물론 부활 가능성을 예고했다는 평가도 있다. 호주 오픈 4라운드 14번 홀(파5)에서 칩인 이글을 잡아내며 선두에 1타 차로 바짝 따라붙었고 17번 홀(파5)에서는 버디에 그쳤지만 3.7m 거리의 이글 기회를 만들어냈다. 우즈의 예전 폭발성이 살아났다. 그러나 그의 우승을 가로막은 것은 3라운드에서 난조를 보인 퍼트였다. 퍼트수가 무려 34개나 됐다. 우즈는 “퍼트만 잘 들어갔더라면 우승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ESPN은 ‘34퍼트는 타이거 우즈 몰락의 징조?’란 칼럼으로 우즈가 처한 상황을 짚었다. 칼럼의 리드는 이렇게 시작된다. “호주 오픈에서 두 번의 좋은 라운드(1~2라운드·68-67타)가 슬럼프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한 번의 나쁜 라운드(3라운드·75타) 또한 그가 다시 정상의 기량을 되찾기 불가능하다는 뜻도 아니다. 우즈의 골프 기량이 좋으냐 나쁘냐는 성급한 판단은 그가 다시 우승을 할 때까지 여전히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호주 오픈의 중반까지 선두를 지킨 우즈의 성적은 그의 체력과 게임 기량이 회복되었다는 긍정적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3라운드 75타는 우승의 길목에서 치명적인 스코어란 평가도 함께 따라붙는다. ESPN 골프칼럼니스트 봅 해릭은 “컷을 통과한 65명의 선수 가운데 우즈보다 더 성적이 나쁜 선수는 8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일은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너무 작은 예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는 여름 내내 대회 참가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무릎 부상으로부터 복귀한 이래 우즈가 참가한 단 네 번째 대회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퍼트수 34개는 끔찍했다는 지적이다. 과거 어려운 상황에서 만회를 하고 중요한 퍼트를 성공시키며 전세를 역전시키던 우즈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해릭은 “그런 점에서 우즈의 골프 게임에서 한 부분이 회복되고 있지 않음이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타이거 우즈 “새 동작에 불만 없어”스윙을 살펴보면 우즈는 스윙 코치 숀 폴리와 손잡은 이래로 새롭게 고쳐온 새 동작에 대해 어떤 불만도 제기하지 않고 있다. 스윙에서는 안정적인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즈의 오랜 친구이자 플로리다 아일워스(우즈의 집과 연습장이 있는 곳)의 라운드 파트너인 존 쿡(미국)은 타이거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쿡은 “우즈의 게임은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이상의 우승을 하지 못할 것이란 주변의 우려는 단지 우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TV에 출연하는 사람들이 마치 우즈 자신보다 그를 더 잘 아는 것처럼 말하거나 스윙 방법이 단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은 그런 말을 하면서 우즈를 포기하고 있다. 물론 그가 2000년이나 2002년의 타이거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우즈와 막역한 사이인 최경주는 그의 예전 기량 회복에 무게를 두면서도 “(타이거는) 아직도 정신적인 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평온을 되찾은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정신적인 마인드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캔들이 연이어 폭로되면서 우즈는 그 스스로 브레인에 큰 데미지를 입었다. 스캔들 당시 우즈는 쉽게 표현하면 ‘뇌출혈 상태’였다. 몸의 여러 근육을 머리가 지배하는데 그 같은 피폐한 정신으로는 자신을 통제하기란 어렵다. 우즈가 과거의 골프 리듬과 스윙을 빨리 되찾지 못하는 데는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경주는 우즈의 빠른 기량 회복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그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느냐는 우즈의 몫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불닭, ‘매운 강도 심했나’…덴마크 리콜에 검색량 폭주

2테슬라 방전에 40도 폭염 속 20개월 아기 갇혀…“외부서 열리지 않았다”

3서울 아파트 1채, 지방 아파트 3채보다 더 비싸

4“의사 선생님, 삶이 너무 덧없습니다”…나는 이렇게 답했다

5‘대박 행진’ 게임 ‘나혼렙’으로 본 IP 확장성

6하이브의 큰 그림…아티스트 대신 ‘스토리 IP’에 집중

7IP 확장의 힘…‘美 상장’ 마지막 퍼즐 맞춘 네이버웹툰

81125회 로또 1등 ‘6·14·25·33·40·44’

9범의료계 특위 첫 회의…의정협의 참여 가능성 대두

실시간 뉴스

1불닭, ‘매운 강도 심했나’…덴마크 리콜에 검색량 폭주

2테슬라 방전에 40도 폭염 속 20개월 아기 갇혀…“외부서 열리지 않았다”

3서울 아파트 1채, 지방 아파트 3채보다 더 비싸

4“의사 선생님, 삶이 너무 덧없습니다”…나는 이렇게 답했다

5‘대박 행진’ 게임 ‘나혼렙’으로 본 IP 확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