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를 시끄럽게 만든 무성영화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영화 자체보다 아카데미상 소문이 더 시끄럽다. 흑백 무성에다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옛날 옛적의 할리우드로 안내하는 저예산 영화 ‘더 아티스트(The Artist, 11월 25일 미국 개봉)’. 그런 영화가 과연 아카데미상을 받을 가망이 있을까? 그럼에도 경쾌하게 기발한 발상, 어두운 음모, 오케스트라 음악만 사용한 미셸 아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이 대담한 복고 영화가 칸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장안의 화제다.
For once the Oscar buzz is louder than the movie. A silent film in black and white, a slim-budget promenade through period Hollywood on the arm of unheralded French leads, The Artist screams long shot. And yet from Cannes to Los Angeles, Michel Hazanavicius’s bold throwback—its light whimsy, darker intrigue, and full orchestral score—is the talk of the town.
주연을 맡은 프랑스 배우 장 뒤자르댕(39)은 발성 영화의 등장으로 곤경에 처하는 무성 영화의 우상 역할(as a silent-film icon troubled by the new talking pictures)을 실감나게 그려내 찬사를 받았다. 뒤자르댕은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 로버트 드 니로 앞에 연미복 차림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dropping to one tuxedoed knee before Robert De Niro) 최우수 남우상(best-actor honors)을 받았다.
때는 1920년대 후반. 남자 주인공 조지 밸런틴(뒤자르댕)은 여자들이 반할 미소(lady-killer smile)에다 클라크 게이블 같은 콧수염을 자랑하며 눈길을 끄는 애완견이 단짝(scene-stealing screen-dog sidekick)인 인기 배우다. 여주인공 페피 밀러(베레니스 베조)는 열정 넘치는 순진녀(eager ingénue). 영화는 1927년 흰 나비타이에 연미복을 입은 관람객들이 가득한 영화 시사회(a white-tie movie premiere)로 시작한다. 그 설정은 1952년 클래식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더 아티스트’는 그 쾌활한 황홀감(cheery highs)을 음울함(gloomy lows)으로 균형을 맞춘다(offset). 조지와 페피의 삶이 엉키며 진한 사랑이 싹튼다(George’s and Peppy’s lives intertwine and love takes hold). 그러나 발성 영화 시대가 시작되면서 페피는 뜨는 별, 조지는 지는 별로 운명이 갈린다(But when the studios add sound to their films, she shines as he falters).
영화 제작사 사장(studio boss)으로 나오는 존 굿먼과 헌신적인 운전 기사(devoted chauffeur) 역할을 맡은 제임스 크롬웰의 탄탄한 연기(strong performance)가 프랑스인 주인공들을 떠받친다(back up). 아자나비시우스의 촬영 기교는 마술에 가깝다(Hazanavicius’s technical trickery works magic). 초당 24 프레임 대신 22 프레임으로 미묘하게 빠른 액션이 고풍스러운 맛(period flavor)을 낸다. 1940년대식 조명 기법도 화려함을 더한다.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매력남(matinee-idol) 뒤자르댕은 할리우드에서는 이방인(stranger)에 불과하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But he is beloved in his native France). 전설적인 여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일생을 그린 2007년 영화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탄 마리옹 코티야르 다음으로 가장 개런티를 많이 받는 프랑스 배우다(the second-highest-paid Gallic star after 2007 Oscar winner Marion Cotillard). 르몽드지는 뒤자르댕의 남성미 넘치는 체풍과 멋을 두고 “프랑스 배우 중 가장 미국적(perhaps the most American of French actors)”이라고 평했다.
뒤자르댕은 ‘더 아티스트’를 찍으려고 영어 대사는 아니지만 탭댄스와 무성 영화 특유의 동작을 익혔다. 그는 무성 영화의 거장인 독일 감독 F W 무르나우(‘밤으로의 여행’), 미국 감독 프랭크 보재지(‘제7의 천국’)의 작품, 더글라스 패어뱅크스(‘조로’ ‘삼총사’), 진 켈리(‘사랑은 비를 타고’), 비토리오 가스만(‘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같은 무성 영화 배우들을 연구한 뒤 할리우드에서 35일 동안 촬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무성 영화의 생소함에도 불구하고 촬영장에 가면 긴장이 사라졌다(But for all its novelty the pressure falls away on a “silent” set). 영화를 찍는 데 조용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주 편안하다(It’s pretty comfortable)”고 뒤자르댕이 샹젤리제 부근의 고색창연한 스튜디오에서 녹화 하면서 뉴스위크 기자에게 말했다. “보통은 ‘카메라! 액션!’이라는 말을 들을 때 흐르는 침묵이 상당히 부담스럽다(Usually the silence on set can be pretty heavy—when you hear ‘Camera! Action!’). 감정을 억누르기 쉽다(It can be inhibiting). 그러나 무성으로 촬영하면 엑스트라나 도시 자체의 소음이 계속된다는 사실 때문에 영화를 찍는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But here the fact the sound continues, the sound of the extras, the city, it’s almost less like cinema). 그래서 쉽게 연기에 몰두하게 된다(You can quickly get caught up in it). 아주 생생하고 자연스럽다(It’s very alive).”
‘더 아티스트’는 아자나비시우스가 대본을 쓰고 감독한 영화 중 뒤자르댕이 주연을 맡은 세 번째 작품이다. 희한하게도 첫 두 작품 ‘OSS 117 : 카이로, 네스트 오브 스파이스’와 ‘OSS 117 리오 대작전’은 1950년대와 60년대를 배경으로 기상천외하게 웃기는 프랑스 스파이 패러디(relentlessly funny French spy spoofs)로 멋진 대사가 가득했다(troves for great lines). 그 작품들에서 뒤자르댕은 정중하고(suave), 맹목적인 애국자(chauvinist)이며, 자신의 매력으로 그럭저럭 위기를 모면하는 수수께끼 남자(oblivious man of mystery who gets by on his charm)로 나왔다. 돈 드레이퍼(미국 드라마 ‘매드멘’ 주인공)와 오스틴 파워스를 혼합한 데다 프랑스 식민지풍을 가미한 인물이라고 할까(Don Draper meets Austin Powers with a French colonial twist)? ‘더 아티스트’의 여주인공 베조는 아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실제 파트너이며 첫 영화에서 뒤자르댕의 이집트 안내인으로 나왔다.
뒤자르댕의 인생 궤적(trajectory)은 참으로 놀랍다(remarkable). 파리 교외에서 금속공(metalworker)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를 나온 뒤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가 입대했다(당시엔 병역이 의무였다). 음산한 프랑스 북부 지역의 보병 부대에 근무한 경험이 화려한 코미디언 경력의 밑거름이 됐다(He parlayed his stint in an infantry unit in grim northern France into a glittering comedy career). “10개월 근무였다”고 뒤자르댕이 돌이켰다. “전쟁에 나가진 않았다.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인물 스케치를 했다(So I wrote up characters). 군은 사회 각계각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Military service is surely the only place where you see all of society).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람들(folks you’ll never see again)을 만나게 된다.” 그는 “아주 추웠다”며 이마에 쓴 램프를 조절하고 무릎에 글 쓰는 시늉을 했다(adjusting an imagined lamp on his forehead, writing on his knee). “침대에서 이렇게 머리 램프를 밝히고 오후에 만난 사람들의 특성을 적었다.”
제대 후 뒤자르댕은 파리의 술집을 돌며 열한 가지 인물 묘사로 일인 코미디 시범을 보였다(After the Army, Dujardin pitched to Paris bars a stand-up bit with 11 personas). “그런 처량한 이야기는 늘 뻔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른다(It always sounds a bit like ‘get out the violins’ to say it).” 뒤자르댕이 미소를 지으며 바이올린 켜는 시늉을 했다(fiddling in thin air). “하지만 일인 코미디 의상을 담은 자루를 들고 술집에 가서 맨 밑바닥부터 시작했다(But I really started from the very bottom with my sack of one-man-show clothes in a bar). ‘지하실 있어요? 거기서 공연 시범을 보일까요?’ 처음엔 일곱 명 앞에서 공연했다. 하지만 좋았다. 고역이 아니라(it’s not even a slog) 진짜 즐거웠다.”
뒤자르댕은 한 카바레에서 스케치 코미디단에 합류했다(He fell in with a sketch troupe at a cabaret). 그들은 TV에 출연해 뮤직 비디오에서 보이 밴드 흉내를 냈다. 그러다가 1999년 뒤자르댕은 도약의 계기가 된 역할을 따냈다(scored his breakout role in 1999). 저녁 뉴스 직전에 방영되는 6분짜리 인기 소품(vignettes) ‘한 남자와 한 여자(Un Gars, Une Fille)’에서 마음에 드는 알렉산드라 라미의 상대역을 맡았다. 4년 동안 500편을 찍었다. 팬들은 뒤자르댕과 라미가 2009년 실제로 결혼하자 거의 까무러쳤다(Fans swooned when Dujardin and Lamy married in real life in 2009). 그러나 뒤자르댕에게 영화계의 문을 열어준(opened movie doors) 작품은 2005년 서핑족의 컬트 영화 ‘니스의 브리스’였다.
‘아티스트’는 뒤자르댕의 스물다섯번 째 영화다. 이제 할리우드가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다(Hollywood is knocking). 그러나 뒤자르댕은 “별로 당기지 않는다(I’m not especially tempted)”고 말했다. “그런 꿈은 없다.” 물론 제대로 된 역할이라면 거절하진 않을 생각이다(For the right job, sure). 하지만 프랑스 남자라면 상투적인 프랑스 연인이나 악한 이외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착각을 가져선 안 된다(But a Frenchman “shouldn’t delude himself” into expecting roles beyond cliché French lover or villain). 여자는 다르다. “프랑스 여성은 특별함을 대변한다(The French woman represents something)”고 뒤자르댕이 말했다. “프랑스 여성에게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뭔가가 있다(There’s something people like). 샤넬이나 디오르 등 프랑스 특유의 장점이 있다. 마리옹 코티야르는 그런 면에서 뛰어나다.” 아카데미상을 탄 프랑스 남자배우는 아직 없다. 하지만 시몬 시뇨레, 줄리엣 비노슈, 마리옹 코티야르 같은 프랑스 여배우들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침묵은 금이라는 말처럼 무성 영화 ‘더 아티스트’가 내년 2월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휩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The Artist’s silence could be golden next February). 하지만 뒤자르댕은 샤워하면서 수상 소감을 연습하진 않는다고 굳이 주장한다(Dujardin insists he isn’t practicing thanking the Academy in the shower).
“촬영장, 영화관은 천진난만한 즐거움(childlike pleasure)이며 아이들의 꿈이기 때문에 그 꿈을 간직하고 경이로워 해야(marvel at it) 한다”고 병사 출신으로 코미디언을 거쳐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한(the corporal turned comic turned dramatic lead) 뒤자르댕이 말했다. “작은 개 한마리와 함께 있고, 춤을 출 수 있고, 더 할 나위 없이 행복한 극장에 있는 것, 바로 그게 꿈이다(To be with a little dog, to be able to dance, to be in incredible theaters, that’s where the imagination is).” ‘더 아티스트’의 조지 밸런틴도 그보다 더 멋지게 말하진 못할 듯하다(George Valentin couldn’t have said it better himself).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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