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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ANTHROPY] 농협 사회공헌 활동

[PHILANTHROPY] 농협 사회공헌 활동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일회성 기부나 단순 봉사활동을 넘어 기업과 수혜자 모두 도움되는 지속가능 한 모델을 추구한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농협중앙회는 농민 곁에서 지역 발전과 복지 증진을 위해 힘써왔다. 농민 행복, 농촌 발전, 농협과 임직원의 성장까지 삼박자를 갖춘 농협의 사회공헌 활동을 소개한다.
서울 우이동에 있는 농협장학관. 수용 인원은 499명으로 올해 2월 개관했다.

서울대 역사교육과에 다니는 이정이(21·여)씨의 집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 16-4번지다. 학교가 있는 신림동에서 자취하다 올해 초 이사했다. 한 달에 식비 포함 15만원을 내고 2인실에서 지내는 이곳은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농협장학관이다.

“자취할 때보다 훨~씬 좋죠. 그때는 한 달 방 값만 40만원에 식비다 뭐다 한 달 생활비가 70만원을 넘었거든요. 여기서는 교통비만 들어요. 경제적인 것은 물론이고 밥도 맛있게 나오고요. 아, 정말 식단을 직접 보셔야 되는데….”

이씨는 혼자 살 때 잘 챙겨 먹지 못했던 유제품이나 과일이 자주 나온다며 “좋다”를 연발했다. “올해 새로 지어서 건물이 깨끗하고 독서실, 체력단련실 같은 부대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요. 사감 선생님도 따뜻하고요. 공부하기 편하게 배려해 주는거죠.”

부모님과 동생이 살고 있는 그녀의 ‘진짜 집’은 경남 합천군 대양면에 있다. 고등학교까지 이곳에서 다녔다.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 전부터 쌀 농사를 지었다. 1남 4녀 중 넷째인 그녀는 “부모님이 ‘돈 걱정하지 말고 원하는 대학에 가라’고 했지만 조금이라도 등록금이 싼 국립대에 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읍내 작은 학교였지만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던 그는 농협문화복지재단 장학생으로 선정돼 등록금 부담을 덜었다. 이씨가 내는 등록금은 학기당 10만원 정도이고 나머지는 재단에서 지원한다.

“고등학교 졸업 때 선생님이 농협의 장학제도에 대해 알려주셨어요. 장학관에 들어오면서 주거 문제도 해결해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세요.” 장학생 모임에서 알게 된 친구들과는 종종 만나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 그녀는 “내가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며 “요즘 부쩍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씨가 자랑하는 농협장학관은 올해 2월 28일 개관했다. 411억원을 들여 4년여 만에 결실을 맺은 농협의 ‘야심작’이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전체 면적이 1만5537㎡(4700평)에 달하는 이곳은 이씨 같은 농촌 출신 대학생들의 소중한 보금자리다. 수용 인원은 500여 명. 생활실은 1인실 3실, 2인실 248실로 구성된다. 현재 이곳에서 지내는 농업인 자녀는 487명(2011년 8월 기준)이다.



한달 기숙사비 15만원인 농협장학관농협장학관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경비다. 2인실에서 지내는 학생의 한 달 기숙사비는 15만원이다. 한 학기로 따지면 60만원, 그것도 식비를 포함해서다. 서울 주요 사립대의 한 학기 기숙사비는 120만~150만원이다. 농협장학관은 기숙사비는 싸면서 시설은 어느 곳 못지않다. 층마다 휴게실과 세탁실이 있고 방마다 화장실과 샤워 시설을 갖췄다. 또 하나 이곳의 자랑거리는 국내산 재료만 사용해 짜는 식단이다. 농협이 운영하는 기숙사답게 우리 농산물만 식재료로 쓴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맨 왼쪽)이 경북 예천에서 농가 페인트칠 봉사를 하고 있다(왼쪽). 사랑의 헌혈 캠페인에서 농협 직원이 헌혈을 하고 있다.

입사생 오리엔테이션, 전통문화체험, 층 미팅, 체육대회, 종강파티 같은 친목 행사가 열려 가족과 떨어져 사는 학생들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취업을 앞둔 학생은 취업 아카데미에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명사 초청 특강도 열린다. 정동화 농협장학관장은 “장학관의 설립 목적은 우수한 농업인 자녀를 지원하고 농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재능을 키우며 마음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농협장학관 운영 외에도 다양한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대학 등록금 지원이다. 대학 등록금은 대학생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는 문제다. 특히 농민들에게 자녀의 대학 등록금 부담은 더 크게 느껴진다. 농사를 지어 자녀를 대도시나 수도권에 있는 대학으로 ‘유학’ 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농민들을 돕기 위해 농협이 나섰다. 장학금 지원사업은 농민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농촌 출신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2010년 농협 등록금 지원사업으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5만422명에 달한다. 농협중앙회에서 3494명, 농협문화복지재단에서 1200명, 농·축협에서 4만5728명을 지원했다. 지원액은 373억400만원이다. 농협이 예상한 올해 장학금 지원액은 408억1600만원으로 작년보다 35억원 정도 늘었다.

농협의 장학사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발 더 나간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적극적인 인재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체험학습을 실시한다. 올해 6~7월에는 농촌 출신 대학생 120명이 해외 역사체험에 참가했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고구려 역사 알기’였다. 중국에 있는 고구려 역사 유적지를 탐방하고 백두산을 등반하는 일정으로 농촌 출신 대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농협은 초등학생, 청소년 지원사업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전국 유치원과 초등학교 8395곳에 어린이 잡지와 추천 도서를 1만4000권 기증했다. 올해는 1만1000곳에 1만7000권을 기증할 예정이다. ‘도서 보내기 운동’은 2008년부터 실시한 것으로 어린이들의 지식과 정서 함양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저소득층 자녀가 이용하는 공부방에는 교육용 기자재나 학용품, 도서 등을 지원한다. 지난해 3013곳의 전국지역아동센터에 농협의 손길이 미쳤다. 농협 교육캠프는 대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4박 5일 동안 농촌 지역 학생들에게 공부를 지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열린 9회 교육캠프에 대학생 297명, 농촌 지역 학생 625명이 참여했다. 지난 8월 1일~5일엔 연세대 학생 150명이 강원 철원 용정초등학교 등 전국 11개 농촌지역을 돌며 초등학생 450명과 영어 게임, 이야기 만들기, 과학 실험 등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농협이 장학사업 못지 않게 열성적으로 해온 게 농촌복지 증진사업이다. 이 사업은 농민들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농촌의 현실에 맞게 사업을 진행한다. 다자녀 출산 장려사업은 대표적 농촌복지 증진사업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농촌 주민의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2010년 21.2%였고, 2030년이 되면 37.1%로 높아진다. 농협은 다자녀 출산 장려사업 일환으로 지난해 셋째 아이 출산부터 산모에게 축하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지난해 축하금을 받은 가정은 242가구다. 농협의 출산 장려사업은 유소년층을 늘려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셋째 출산하면 축하금 100만원노인이 많은 농촌에서 꼭 필요한 것이 의료 서비스다. 농협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과 함께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9년부터 매년 2만5000명에 달하는 농민이 의료 지원을 받았다.

지난 10월 28일 농협은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제주 애월체육관에서 애월 지역 농민 1000명을 대상으로 의료지원 활동을 펼쳤다. 무료 수술사업도 2008년부터 꾸준히 진행해 왔다. 난치성·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농민 자녀를 무료로 수술해주는 사업이다. 이제까지 왜소증 어린이, 성장판·귀 종양 어린이, 화상 어린이, 속언청이 어린이 등이 수술을 받고 웃음을 되찾았다. 올해는 얼굴 기형을 앓고 있는 농민이 성형 수술을 받았다.

무료법률구조 사업도 농민들에게 인기다. 이 사업은 1995년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함께 법률구조기금 159억원을 출연해 시작했다. 법률 지식이 부족한 농민들은 법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해를 보기 십상이다. 무료법률구조 사업으로 고민을 해결한 농민이 올해만 민사사건 4800명, 형사사건 450명에 달한다.

농촌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 효도사진을 촬영해 액자와 함께 전달하는 효도사진 촬영사업, 방범 시스템을 설치해주는 무인경비시스템 지원 사업도 한다.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소비자 교육과 상담을 해주는 소비자 보호 사업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1200여 명의 농민이 이동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았다.

농협의 사회공헌활동은 쌍방향을 추구한다. 농협문화복지재단에서 장학금을 받은 장학생들은 농가 일손 돕기, 독거노인 주거환경 돌보기 등 농촌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이들은 받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며 나눔을 배우고 더 값진 의미를 찾는다. 또 다른 농촌복지 증진사업인 주거환경개선사업은 독거노인, 장애우, 소년소녀 가장의 집을 고쳐주거나 집 주변의 환경을 돌보는 일이다.

지난 11월 3일 농협 농가희망봉사단은 인천 강화군 불은면 고능리 일대 농가에서 사랑의 집 고치기 활동을 벌였다. 60여 명의 단원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주택 3가구의 지붕과 벽을 수리하고 전기시설을 교체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이 봉사단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54회에 걸친 사랑의 집 고치기로 전국 300여 가구의 노후 주택을 수리했다.

 



벽화 그리기로 마을 특산품 알려도시와 농촌을 이어주는 농촌사랑운동도 활발하다. 이 운동은 농협이 2004년부터 실시해 온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으로 농협이 도시와 농촌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농민과 도시민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도시민들은 농촌의료봉사, 나무심기 사업 등을 하며 삭막한 도시를 떠나 삶의 보람을 느낀다. 농촌사랑운동에 참여하는 회원은 57만 명에 이른다.

한 회사와 특정 마을이 결연을 맺어 교류하는 1사 1촌 자매결연사업으로 8500쌍이 탄생했다. 지난 11월엔 제일감정평가법인이 경기도 양평 석장2리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우리파이낸셜은 11월 초 2009년 8월에 자매결연을 한 경북 영주시 풍기읍 두산2리에서 사과 수확을 도왔다. 우리파이낸셜 임직원은 해마다 두 차례 일손 돕기에 나선다.

농협은 농촌문화를 활성화하는데도 열심이다. 농민들이 소홀할 수 있는 음악, 미술, 글쓰기 같은 문화예술 활동을 챙긴다. 농업인을 위한 음악회는 올해 열다섯 번 열려 5000여 명이 농사일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랬다. 음악회에서는 친근한 가요나 국악은 물론이고 오페라, 실내악 같은 클래식도 다뤄 도시와 농촌 간 문화생활의 격차를 줄여준다. 특히 농촌마을 옹벽 그리기는 농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마을 특산품을 홍보할 수 있어 인기다. 2009년에 경기 연천 나룻배 마을에 100명이 벽화를 그렸고, 2010년에는 충남 공주 돌담풍경마을, 2011년엔 서산시 시립도서관 입구에 벽화를 그렸다.

지난 10월 28일 고려대 사회봉사단은 충북 충주시 앙성면 본평리를 찾았다. 농촌사랑 벽화를 그리기 위해서다. 봉사단 높이 2미터, 길이 450미터의 옹벽에 복숭아, 한우, 찰벼, 온천 등을 그려 마을을 알렸다.

다문화 사업은 농협이 장학사업과 함께 역점을 두는 사업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19세 미만 농가 인구 중 다문화자녀 비중이 2010년 15%에서 2020년 49%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10년 후 농촌 가정의 절반이 다문화 가정이 된다. 농협이 누구보다 다문화 가정 지원사업에 열심인 이유다.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사업 중 하나가 모국 방문 지원사업이다. 농협은 농촌 다문화 가족이 ‘엄마의 나라’를 방문할 수 있게 왕복항공권과 경비 50만원을 제공한다. 지원 대상은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지 3년 이상 됐고 자녀가 있는 가정이다. 방문 시기는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올해 208명의 결혼 이민 여성이 모국을 방문했다. 함께 간 식구까지 더하면 수혜자 수는 829명에 달한다. 이제까지 845가정(3309명)이 농협의 지원을 받았다. 농협은 또 2009년부터 결혼 이민 여성들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게 교육하는 다문화여성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글 교육, 한국 전통음식 만들기, 생활법률 등을 가르친다. 매년 수료 인원은 400명 정도다. 결혼 이민 여성이 한글 개명을 원할 때 이와 관련한 비용도 농협이 전액 지원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 금융상품 출시 활발‘농민의 은행’ 농협의 사회공헌 활동은 금융 부문으로 이어진다. 농협은 농민과 서민층을 위한 실질적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민금융상품, 공익금융상품을 출시해 금융에서 소외된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을 지원한다. 2011년 6월 기준 농협의 중소기업 대출액은 48조1251억원이다. 저소득·저신용 서민을 위한 희망홀씨 대출 규모는 1조2274억원이다.

공익 금융상품 개발도 활발히 지원한다. 농협기금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상품으로는 공익예금인 사촌통장, 행복한대한민국, 고향사랑두배로 등이 있다. 공익카드로는 농촌사랑카드, 독도지킴이카드가 출시됐다. 2010년에는 지역사회, 학술·교육, 환경, 문화·예술·스포츠, 글로벌 등 분야별 사회공헌과 관련한 신상품을 출시했다. 법사랑통장, NH희망채움통장, NH채움 러브트리카드 등이다.

농협은 이 외에도 임직원 헌혈 캠페인, 독거노인 말벗 서비스, 일자리 창출 등의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다. 2010년 은행연합회 기준 농협의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946억원, 봉사활동 인원은 7만8000명이다. 1961년 창립한 농업은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올해 초 ‘50주년을 넘어 다 함께 미래로’라는 슬로건을 선포하며 근본을 잃지 않고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자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지혜로 농업인, 고객이 함께 발전하는 농협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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