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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빚테크 - 마이너스통장은 무조건 버려라

Finance 빚테크 - 마이너스통장은 무조건 버려라

올 한해 가계 대출이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이 892조 5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대출을 억제하고 있는데도 부채가 꾸준히 늘었다.

대출 금리도 오름세를 유지했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올해 3월 연 5.41%에서 9월 5.66%로 올랐다. 이 와중에 고금리 대출 비율도 늘었다. 9월 기준으로 전체 가계대출 중에서 금리가 10%가 넘는 비율이 3.8%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후 최대 비중이다. 올 한해 동안 가계가 낸 이자 부담액이 50조원에 이른다. 반면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어 서민들이 ‘부채의 덫’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흔히 “빚도 자산”이라는 말을 한다. 자산을 불려나가는 과정에서 빚이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매달 이자 내기에 급급하고 빚 갚는데 쓰기에도 빠듯하다면 이자를 줄일 방도를 찾거나 원금 상환 계획을 세우는 등 ‘빚테크’에 나설 필요가 있다.

세계경제 침체로 국내 증시가 직격탄을 맞은 데다 부동산시장도 부진에 빠져 있다. 재테크 성적표가 좋은 않은 상황에서 빚까지 떠안고 가는 건 위험한 일이다. 오히려 지금이 대출 상환의 적기다. 자신의 소득과 비교해 대출 규모가 적당한지 알아보는 게 빚테크의 출발이다. 신한은행 분당PB센터의 조윤식 팀장은 “전체 소득에서 이자 등의 금융비용이 30%가 넘는다면 대출 규모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금리가 높은 상품부터 갚는 게 상식이지만 그보다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는지, 이자 상환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상품인지 등을 따져보고 상환 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신용대출은 담보대출로 전환빚테크의 1순위 목적은 이자를 가급적 적게 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한번 대출을 받으면 금리를 더 내리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찾아보면 방법이 있다. 시중은행들은 금리인하 요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으로 이직하거나, 승진으로 연 소득이 오르는 등 대출을 받은 시점보다 지금의 신용도가 더 높아졌다면 금리인하 요구권을 사용할 수 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지점장의 재량권으로 0.5~2.0%포인트 가량 금리를 낮춰준다. 신용도를 높이기 위해 평소 월급 이체 계좌를 비롯한 모든 금융거래를 주거래 은행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대출 상품이 있다면 갈아타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우리은행 잠실 투 체어스센터 김인응 지점장은 “신용대출을 담보대출로 전환해 금리를 낮추는 방법도 있다”며 “예전에는 근저당권 설정비 등 부대 비용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은행이 이를 부담하거나 축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가입한 예금이 있는 경우에는 예금담보대출로 전환할 수 있다.

같은 신용대출이라도 상품에 따라 더 낮은 금리로 우대받는 경우도 있다. 1000만원짜리 신용대출의 만기를 앞두고 은행을 찾은 김병훈(31)씨는 이 은행 계좌로 오랜 기간 월급 이체를 하고 있는 고객들을 위한 ‘직장인 대출’ 상품이 있다는 창구 직원의 말에 대출 갈아타기를 시도했다. 처음에는 8%대의 금리로 대출 받았던 것이 매년 0.5~1%씩 이자가 올라 부담을 느끼던 차였다. 1000만원 신용대출에 대한 금리가 10%에서 8.5%로 낮아지면서 매달 내던 이자가 1만 5000원가량 줄었다. 국민은행 방배 PB센터 박승호 팀장은 “번거롭더라도 은행 창구에서 대출 상담을 받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 대출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금리가 더 낮은 대출로 갈아타려다가 중도상환수수료를 낸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 된다. 일부 은행 대출 상품은 정해진 기간 내에 상환할 경우 원금의 1% 정도를 수수료로 내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대출을 받을 때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중 어느 것을 선택할 지도 고민이다. 변동금리 대출은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나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따라 금리가 연동하고, 고정금리 대출은 만기까지 원금에 붙는 이자가 정해져 있다. 고정금리형 상품은 시장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리하지만 평균적으로 변동금리형 상품에 비해 1%포인트 가량 금리가 높다. 문제는 내년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금까지 5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조윤식 팀장은 “외국인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우리나라 국채를 선호해 금리가 낮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응 지점장은 “시중금리가 시장을 선반영해 이미 오를 만큼 올랐기 때문에 내년에는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에는 변동금리가 유리하다.

그러나 단순히 이자가 낮다는 이유로 대출을 갈아타는 경우라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간에 실제 이자 차이는 크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3%포인트 이상 급등하지 않는다면 대출상품을 바꿀 필요가 없다”며 “괜히 불필요한 비용만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금리 1~2%포인트 낮은 것을 따지기 보다 금액, 만기, 상환기간 등의 모든 조건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으며, 지금 갖춰놓은 금리 할인 요건이 나중에는 없어지는 경우도 감안해야 한다.



소득공제 대출 활용해야아파트 분양을 받거나 전세자금 마련 등 주택을 마련하기 위한 저금리 대출의 경우 다른 대출을 갚기 전까지 상환을 미루는 게 낫다. 원리금 상환액이나 이자에 대해 소득공제가 가능한 상품은 금리 1~2%포인트 인하보다 소득공제 효과가 더 큰 경우가 있으니 갈아타기를 자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빚테크를 위해서는 평소 무심코 고금리 상품을 사용하는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대표적인 게 마이너스 통장이다. 조윤식 팀장은 “이자를 줄이고 싶다면 신용대출에 비해 금리가 0.5~1%포인트 높은 마이너스 통장을 무조건 없애야 한다”며 “차라리 필요한 만큼 건별 일반대출을 받고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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