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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환율·금리 향방은 - 북한 리스크보다 유럽 재정위기가 문제다

주가·환율·금리 향방은 - 북한 리스크보다 유럽 재정위기가 문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진 12월 19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12월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와 원화 가치는 급락하고 채권 금리는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은 트리플 악재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하루뿐이었다. 악화된 금융지표는 다음 날 대부분 이전 상태로 돌아왔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김정일 리스크’를 단발적인 악재로 봤다. 대신 이어지는 김정은의 집권과정을 불안하게 보며 ‘김정은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 정치권력이 빠르게 안정화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비교적 장기간 금융시장에 불안요소가 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금융시장에서는 북한 리스크보다 유럽 경제 위기를 더 큰 악재로 보고 있다. 2012년 상반기까지 유럽발 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정은 리스크’가 더해져 금융시장의 불안이 증폭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주식시장, 외환시장, 채권시장의 전문가들의 분석과 반응을 정리했다. 아울러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살펴봤다.



주식시장 악재는

김정일은 단기, 김정은은 장기 리스크


김정일 사망은 단기적으로는 한국 주식시장에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북한의 권력 구도에 따라 불안감이 커질 수도 있다. 국내 주가는 현재 유럽 경제 불안의 영향을 강하고 받고 있다. 북한 리스크가 주가 등락폭을 키우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정일의 사망소식이 알려진 12월 19일 코스피지수 낙폭은 63.03포인트(3.43%)에 달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주식시장 투자자들 사이에서 출처 없는 소문이 증폭되면서 앞다퉈 내다 파는 장세였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김정은의 수권능력이 부족해 북한권력이 분열될 것이라는 소문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시장의 우려에 비해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정일 사망일 코스피 낙폭은 2011년 중 10번째로 컸던 것으로 집계됐다.

8월 19일 유럽발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저성장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하면서 코스피지수가 115.70포인트(6.22%) 폭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이다. 김정일 사망일보다 낙폭이 컸던 다른 날들의 주가 하락 원인도 모두 미국이나 유럽발 선진국 글로벌 경제 위기 등 대외 요소였다.



북한 리스크는 주가 상승 제한하는 수준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김정일 사망 이슈는 하루짜리에 불과했다”면서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체질이 개선돼 대내외 악재에 영향을 받는 기간이 짧은 편”이라고 말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역시 “19일 이후 김정일 이슈는 주식시장에서 이미 종료됐다”며 “대포동 미사일이나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요즘 대북 이슈는 터질 때마다 일회성에 그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루 만에 주가가 대부분 회복된 것을 보면 대북 리스크는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한 리스크는 실제 기업이익과 상관이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주가 하락과 무관하다”면서 “돌발 악재는 주가 하락을 이끌기보다 상승을 제한하는 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는 12월 19일의 주가 하락세가 김정일 사망에 따른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사망 발표 전에 이미 유로존 불안을 이유로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상당 부분 팔았다는 것이다. 실제 주식시장에서 더 크게 우려하는 악재는 북한보다 유럽 동향이다. 2012년 상반기에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 여러 나라의 채권 만기가 연이어 돌아온다.

유럽 경제 불안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국내 주가는 계속 하락 압력에 시달렸다. 황상연 미래에셋 리서치센터장은 “유럽 문제로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일 때 북한의 돌발변수가 터져 나오면 주식시장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김정일 리스크’보다 ‘김정은 리스크’에 주목한다. 김정은의 수권능력이 의심 받아 북한 체제가 흔들릴 수 있고, 이는 지속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을 괴롭히는 불안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김정은 리스크’를 북한의 개혁과 개방 방식에 따라 3가지 시나리오로 나누고 있다. 우선 북한이 중국식 개방정책을 쓸 때다. 김정은에게 당면한 과제는 체제안정이고, 이를 위해 경제를 부흥시키면서 중국의 지지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북한 경제가 연착륙하면 국내 주식시장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둘째 북한이 더욱 폐쇄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김정은이 불안한 권력기반과 민심을 단속하기 위해 전보다 더 움츠러들 수 있다. 셋째 중동식 ‘자스민 혁명’으로 국가 시스템이 불안해 지는 것이다.

이 가운데 북한이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개방으로 나오면서 안정적인 체제를 유지하는 게 국내 주식시장의 호재다. 조용준 센터장은 “북한의 경제 사정을 감안할 때 문을 굳게 닫을 가능성은 작다”며 “중국식 개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스민 혁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북한이 나진·선봉 지역 개발을 중단한 배경에 체제유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외자유치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황상연 센터장은 “김정은 체제가 완전히 안정을 찾을 때까지 2년 정도 불확실성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며 “조문 기간인 1~2달 사이에는 평온할 수 있지만 2012년 1분기에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집권 전까지 업적이 없어 내부를 단속하거나 국제적인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12년 4월 15일은 김일성 탄생 100주년이기 때문에 이를 기점으로 김정은이 모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추론이다.



2년 정도 불확실성 이어질 듯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알파운용본부 상무는 “단기적으로는 북한 정권이 무너질 염려가 없겠지만 중기적으로 보면 망하는 기업과 같다”면서 “벌어들이는 것보다 지출이 많으면 기업이 망하는 것처럼 북한도 심각한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망하는 기업을 누군가 인수해야 하는 것처럼 북한의 경제 불안이 커지면 미국, 중국, 한국 등 이해관계자가 인수비용을 대며 나서야 할 것”이라며 “북한이 불안해질수록 한국이 부담이 커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2012년 상반기까지 사태 추이를 살피면서 신중하게 투자하라고 권한다. 황상연 센터장은 “현재 대북무역 비중이 크지 않아 직접적인 김정은 리스크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기업들도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기적으로 북한보다 유럽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2012년 상반기까지 유럽 상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현철 팀장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김정은 독재든 집단지도 체제든 정권이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70%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양기인 센터장은 “방위산업 관련 주식에는 호재이고 현대그룹 등 경협 관련 주식에는 악재이겠지만, 실제 사망 발표 다음날 일부 투자자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모두 매수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당분간 관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용준 센터장은 “김정은 리스크를 감안하면 주가 상승에 악재가 될 수 있다”면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 자산 가운데 일부를 현금으로 바꿔 위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안정 언제까지


1년은 북한 소식에 출렁댈 듯


국내 외환시장 역시 북한의 권력구도 향방에 따라 출렁댈 가능성이 크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 사망 자체는 외환시장에 단발성 이벤트로 그쳤다. 사망 소식이 나온 12월 19일 정오 이후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가치는 최저 1185원이었다.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최저치였다.

그러나 이튿날 원화 가치는 빠른 회복세를 보여 1162.2원으로 반등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화의 기초 체력이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위기 이후 원화 선호도가 높아져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쇄했다”면서 “한·중·일 통화스와프로 단기 외화 부족 우려를 해소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북한발 이벤트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주 발생해 학습효과가 생겨 외환시장이 비교적 둔감하게 반응했다”면서도 “그렇다고 북한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 외환시장의 큰 손인 외국인 투자자도 김정일 사망 소식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정호석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사망 뉴스 이후 런던과 뉴욕에서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았다”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외국계 투자은행도 김정일 사망과 김일성 사망은 성격이 다르고, 국지적 충돌과도 상황이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외환시장에서도 ‘김정일 사망’보다 ‘김정은 집권’을 더 큰 불안 요인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이른 시간 안에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집권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이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새로운 지배체제가 자리 잡을 때까지 1년 넘게 북한 리스크에 시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 외환팀 부장은 “권력승계라는 게 특정한 시점에 100% 마무리 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권력투쟁이나 정권의 붕괴 조짐 등 우려할 만한 사건이 불거지면 김정일 사망보다 더 큰 불안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예상과 달리 너무 일찍 김정은의 후계 작업이 시작된 게 북한체제 불안의 주요 요인”이라며 “미국의 자동적인 개입을 우려하는 중국이 북한정권 안정화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이는 게 불행 중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2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금융시장 특별점검회의를 열었다.

외환시장의 현재 화두는 북한보다 유럽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세계 경제 침체 우려가 원화 가치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김정일 사망과 관계 없이 유로존 재정위기 탓에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김용준 부장은 “북한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외국인도 김정일 사망 때 일반적인 규모(2000~3000억원)로 원화를 팔았다”면서 “게다가 이게 북한 이슈 때문인지 연말 거래 청산 때문인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유럽 위기가 원화 가치 불안의 배경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북한 이슈가 간헐적으로 변동 폭을 키운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미영 팀장은 “유럽위기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던 시기에 김정일 사망이 겹쳤다”며 “현재 원화 가치는 유럽의 마이너스 성장, 세계 경기 하강으로 떨어질 수 있고, 중국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통화완화책과 미국 경기 상승 등으로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익선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외환시장은 기본적으로 유럽 불안에 따라 원화가치 향방이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호석 팀장은 “최악의 상황은 2012년 상반기에 유럽 불안과 세계 경기 둔화로 외환시장이 불안할 때 북한 리스크가 겹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원화 가치의 오르내림폭보다 오르내리는 속도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달러만 쥐고 있지 말라

앞으로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유럽 위기가 2012년까지 이어져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 리스크는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재료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개선됐다는 점과 미국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은 원화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재료다. 그러나 유럽 문제나 북한 문제 모두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어서 원화 가치 하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용준 부장은 “2012년 상반기에 유럽 관련 국채 만기가 많이 돌아와 시장이 불안해지면 원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며 “김정일 사망으로 원화 가치가 오를 여지가 줄었다”고 말했다. 유익선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달러만 쥐고 있는 것보다 여러 통화를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그는 또 “유로존 국채 만기가 몰린 2월에는 송금이나 원화 교환을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정미영 팀장은 “2012년 하반기에는 원화 가치가 안정될 전망”이라면서 “2012년 상반기에는 1170~1200원 수준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덤덤한 채권시장

2012년 상반기에 기준금리 내릴 듯


2011년 12월 19일 김정일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국채를 팔기 시작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42%로 직전 거래일보다 0.09%포인트 올랐다. 국고채 5년물 금리도 0.09%포인트 상승한 3.59%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유로존 재정위기 확산과 북한발 리스크가 겹쳐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스위스 투자은행인 UBS는 “과거 북한 관련 사건들은 정치적으로 계획된 만큼 충격이 단기에 그쳤지만 이번엔 북한 사회의 권력 구조가 어떻게 재편될지 모르기 때문에 장기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이 무색하게 이튿날부터 빠른 안정세를 되찾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첫 3년 만기 장기대출로 돈줄이 막힌 유럽 은행이 한숨을 돌릴 것이란 기대감에다 스페인이 애초 목표했던 45억 유로를 웃도는 56억4000만유로(73억6000만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서다.



스페인 국채 발행에 한국 국채금리 하락유럽발 호재로 국내 국고채 3년물 금리와 국고채 5년물은 각각 0.04%포인트 하락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출렁임도 적었다. 김 위원장 사망 소식 이튿날 뉴욕 장외시장에서 한국 정부가 발행한 5년 만기 외화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68bp (1bp=0.01%포인트)로 마감했다.

직전 영업일보다 9bp 상승했지만 2010년 천안함(5월 20일)·연평도(11월 23일) 사태 당일엔 각각 22bp, 29bp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양호했다(한국의 CDS프리미엄은 2010년 8월 5일 117bp에서 유럽 위기가 고조된 10월 4일에 229bp로 치솟았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북한 변수는 단기 악재라는 학습효과가 있는데다 지지부진하던 유럽 상황이 스페인 국채 발행으로 숨통을 트면서 상황이 호전됐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주식·외환시장처럼 북한보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더 큰 문제다. 유로전 재정위기가 지속되면 국내 기업들과 금융회사의 해외 중장기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2012년 돌아오는 외화채권 규모는 2011년보다 1.3배 많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12년 한국계 외화채권 만기 도래액이 266억달러로 추정된다. 국제금융연구원의 김윤경 연구원은 “2012년에는 시장 변동성이 커져 조달금리가 올라 채권을 발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위기가 단기에 해소될 가능성은 작다. 세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를 고려하면 한국은행은 2012년 상반기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각국이 잇따라 금리를 내리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2011년 12월 기준금리를 4.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두 달 연속 내렸다. 앞서 브라질 중앙은행도 11월 11.5%에서 11%로 인하했고, 태국 이스라엘 등도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렸다. .

한국은행은 2011년 1월과 3월, 6월에 금리를 올려 기준금리가 연 3.25%가 됐다. 그러나 2012년에는 한은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은은 2012년 경제성장률을 3%대 후반으로 내려 잡았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배경이다. 대외 불확실성에 기업과 민간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SC제일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2012년은 한국은행이 정책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며 “금리를 동결하다가 2분기에 소폭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경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2012년 상반기에는 금리를 동결하다가 경기가 나아지는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와 투자은행이 보는 한국

한국 경제는 튼튼하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당분간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12월 22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A1’ 상태를 유지할 것이며 신용전망도 ‘안정적’을 유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무디스는 이날 발표한 한국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의 건실한 펀더멘털과 재정 안정성을 고려해 이 같은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2월 19일 S&P와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사 역시 “김정일 사망에 따른 시장의 충격은 일회성”이라며 “김 위원장의 사망 자체가 한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G20 국가 중 낮은 편에 속하고, 물가도 비교적 안정돼 있다면서 다른 평가대상국보다 튼튼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유로존 금융위기와 미국 경제의 더딘 회복 등으로 한국 경제의 수출 전망이 밝지 않지만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여력 등을 감안할 때 극복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김 위원장의 사망이라는 북한발 악재에도 한국의 튼튼한 경제 기반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무디스는 “젊고 경험이 없는 김정은에게 권력이 승계되면 북한의 불확실성이 커져 권력투쟁이나 군사도발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현상유지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의 예상 역시 신용평가사들과 다르지 않다. 12월 20일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IB들은 대체로 “권력승계가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김 위원장 사망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이번 악재의 영향력을 가장 낮게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남북한의 교역 규모가 약 10억 달러 선에서 장기간 정체돼왔고, 북한 관련 사건이 코스피 시장에 일주일 이상 영향을 미친 적이 거의 없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미국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권력승계 과정이 최대 위험요인이지만 군사적 긴장상태만 고조되지 않는다면 금융시장의 불안 위험은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으로 ‘테일 리스크(Tail Risk, 일회성 사건이 자산 가치의 위험도를 높이는 것)’는 높아졌지만 다른 요인들을 압도할 만한 사건은 아니라는 의미다.

일본계 노무라 역시 불확실성을 우려하면서도 한국 증시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노무라는 다만 “김정은이 권력승계를 위해 안정적인 체제 변화 혹은 긴장 고조 중 어떤 방법을 취할지 단기간에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주변 국가들의 대응, 북한과 강대국의 경제적 관계를 고려할 때 전쟁의 가능성은 작고 오히려 이런 위기를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프랑스계 BNP파리바는 “권력 기반 강화가 시급한 김정은이 국내 문제 해결에 전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미국계 JP모건은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권력승계는 약 20년 걸렸으나 김정은의 권력승계는 2009년에 시작해 준비기간이 매우 짧았다”면서 “권력승계 과정에서 정치적 불안으로 금융시장이 출렁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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