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nagement 김환영의 아포리즘 경영학① 리더십

아포리즘(aphorism)은 ‘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이다. 아포리즘에는 격언, 금언, 잠언, 경구같은 게 있다. 진리를 논한다는 점에서 아포리즘은 학문과 동등하다. 어떤 경우에는 아포리즘이 학문보다 낫다. 아포리즘에는 힘이 있다. 아포리즘은 어떤 복잡한 이론보다 현실을 더 압축적으로 표현하며 미래를 설계할 영감을 준다. 잘 익혀 활용한다면 아포리즘은 인생의 교과서가 될 수도 있다. 시나 유행가 가사에도 인생을 밝혀줄 내용이 있지만 아포리즘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속담이다.
속담과 아포리즘은 무엇이 다를까. 속담은 익명이다.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온 백성, 국민, 시민이 함께 만드는 게 속담이다. 속담과 달리 아포리즘은 인류나 어떤 나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람들이 저자로 알려졌다. 위인, 셀레브리티(celebrity)들이다. 저자를 알 수 없는 아포리즘도 있다. 그런 경우 저자는 무명씨, ‘익명(anonymous)’이라고 표기한다.
리더십은 민주주의와 산업발전의 부산물사랑이라든가 우정과 같은 삶의 영역에 대해서는 속담도 있고 아포리즘도 있다. 흥미롭게도 지도자, 리더, 리더십이 등장하는 속담은 없다. 옥스퍼드영어사전(OED)에 따르면 리더십(leadership)이라는 단어가 영어에 등장한 건 19세기다. 리더십이라는 개념이 민주주의와 산업사회 발전의 부산물이라는 걸 시사한다.
근대적 의미의 리더십은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지 않은 평등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리더십에 대해 다룬 초기 이론은 ‘리더십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문대가 집안에서 태어났든 아니면 미천한 집안에서 태어났든 상관 없지만 리더십은 교육이나 환경보다 유전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타고나길 지도자로 태어났든 각고의 노력으로 리더십을 갖췄든 지도자란 무엇인가. 지도자는 ‘무엇’을 하는 ‘누구’인가. 지도자는 국민의 희망, 회사와 같은 조직원의 희망이 아닐까. 나폴레옹에 따르면 지도자는 희망을 파는 사람이다(A leader is a dealer in hope).
리더와 짝을 이루는 리더십도 생각하기에 따라 그리 어려운게 아니다. 캐나다 총리를 지낸 장 크레티앙이 말했다. 리더십이란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이다(Leadership means making people feel good).
얄궂게도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야 하는 지도자 자신은 ‘욕 먹는 사람’이다. 정계, 재계 지도자들만큼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있을까. 지도자가 되려면 웬만한 비난에도 눈깜짝하지 않는 맷집을 갖춰야 한다. 세네카는 말한다. “군주가 갖춰야할 첫째 기예(art)는 미움을 이겨내는 힘이다(The first art of a monarch is the power to endure hatred).”
어쨌든 희망을 팔고, 희망을 사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려면 지도자는 자신이 맡은 나라(대통령, 총리, 위원장)나 회사(CEO)나 가정(여성이든 남성이든 ‘가장’)을 위해 자신과 구성원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알아야 한다. 린든 B. 존슨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에게 가장 힘든 업무는 올바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올바른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A president’s hardest task is not to do what is right, but to know what is right)”고 말했다.
지도자에게 앎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클래런스 랜들만큼 잘 표현한 사람도 없다. 랜들은 아이젠하워 행정부 시절 미 대외 경제 정책을 입안한 인물이다.
그는 “지도자는 알아야 하며, 자신이 안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안다는 것을 충분히 명료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The leader must know, must know that he knows, and must be able to make it abundantly clear to those about him that he knows)”고 말했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좋은 전략(strategy)이, 전투에서 이기려면 좋은 전술(tactic)이 필요하다. 전쟁과 전투, 전략과 전술만큼이나 다르기때문에 구별해야 하는 게 경영(management)과 리더십이다. 피터 드러커는 다음과 같이 그 차이를 표현했다.
“경영은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요 리더십은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다(Management is doing things right; leadership is doing the right things).”
자신의 소명에 대해 알고 조직 안팎의 환경을 아는 지도자는 또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선택을 해야 한다. 나폴레옹은 “선택 능력 만큼 어려운 것은 없기 때문에 선택 능력보다 가치 있는 것은 없다(Nothing is more difficult, and therefore more precious, than to be able to decide)”고 강조했다.
선택 못지 않게 어려운 건 다스리는 것이다. 다스리는 건 일을 시키는 기능을 포함한다. 그래서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은 어렵지만 위대한 일을 시키는 것은 더 어렵다(To do great things is difficult; but to command great things is more difficult).”
태어나면서부터 남에게 일을 잘 시키는 사람은 없다. 치고 받는 과정에서 싸움을 잘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다스려보고 다스림의 대상이 돼봐야 리더십을 키울 수 있다. 남이 시킨 일을 잘하는 사람이 남을 잘 부린다. 거의 모든 학문의 아버지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이렇게 말했다.
“좋은 통치자가 되려는 사람은 우선 통치를 받아야 한다.(He who is to be a good ruler must have first been ruled).”
다스림의 대상이 돼봐야 리더십 키울 수 있어좋은 교육을 받고 실력을 갖추어도 취업이 쉽지 않고 경영도 쉽지않은 시대에 리더십 운운하는 건 한가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시대일수록 리더십이 필요한 게 아닐까. 교육학자인 다이앤 래비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떻게’를 아는 사람에겐 항상 일자리가 있다. ‘왜’를 아는 사람은 항상 일하는 사람의 우두머리가 될 것이다(The person who knows “how” will always have a job. The person who knows “why” will always be his boss).”
‘무엇’을 ‘어떻게’, ‘왜’에 대해 고민하는 지도자가 참 지도자다. 그 어느것 하나 모르는 지도자는 사기꾼에 불과하다.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위대함의 댓가는 책임이다(The price of greatness is responsibility). 그런데 지도자의 첫번째 책임은 현실을 정의하는 것이다(The first responsibility of a leader is to define reality). 미국 작가 맥스 드프리가 한 말이다. 우리 지도자들이 현실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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