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4대 브랜드 매출 1등 매장
[LUXURY] 4대 브랜드 매출 1등 매장
수백 만원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으로 가득한 매장은 특별하다. 럭셔리 매장들은 본사의 정교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디스플레이, 판매, 홍보 등을 한다.
본사에서 보내온 도구로 매장을 장식하고, 그들이 보내준 음악만 튼다. 한국 법인 직원들이 매출액, 베스트셀러 등의 질문에 민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본사의 허락 없이는 어떤 것도 알려줄 수 없다는 게 대부분 매장 직원들의 대답이다.
지난 1년간 한국 럭셔리 매장의 가장 큰 변화는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의 부상이다. 까르띠에·불가리·에르메스·란스미어 등 우리가 조사한 4개 브랜드(상자기사 참조)의 매출이 가장 높은 매장은 불가리를 제외하고 모두 플래그십 형태였다. 불가리는 한국에 플래그십 스토어가 없다. 조재호 SLBI 강사는 “럭셔리 마켓이 성숙한 시장일수록 플래그십 스토어가 발달 돼 있다”며 “그 이유는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고 1대 1 서비스를 선호하는 고객이 늘어난 때문”이라고 말했다.
플래그십 매장의 관건은 ‘스폐셜 서비스’다. 발렛 파킹을 받고 도어맨의 안내를 받아 매장에 들어선 고객은 VIP룸으로 향한다. 주변 이목에 신경 쓰지 않고, 단독 공간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반 매장보다 제품이 다양하고, 이 곳에만 특별히 들어오는 제품도 있다.
까르띠에는 바리스타가 상주해 커피를 제공하고, 란스미어는 위스키·와인이 있는 바(bar)까지 갖췄다. 백화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서비스다. 까르띠에는 2명의 스페셜리스트, 에르메스에는 프랑스 본사 소속 장인 1명이 플래그십 스토어에 상주해 A/S를 담당한다.
BVLGARI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1층 불가리 매장(231.4㎡). 내부에 들어서면 이태리에서 공수된 트리니 대리석과 골든 월(Golden wall)이 어우러져 고급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면의 자이언트 윈도우엔 6억 원 대 세르펜티 제품이 디스플레이 돼 있다. 한국 매장 중에서는 유일하게 에비뉴엘에만 있다.
이 매장은 보통 15일에 한 번 디스플레이를 바꾼다. 윈도우 쇼룸엔 주얼리, 시계를 함께 디스플레이 해 고객의 시선을 분산시킨다. 주얼리를 구경하던 고객도 자연스럽게 시계로 눈이 향한다. 컬렉션은 주얼리, 워치, 피혁, 타이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출시된다. 패키지 상품을 선호하는 아시아 고객을 겨냥한 것이다. 불가리코리아의 2011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23.6% 늘었다. 불가리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고객들은 옐로우 골드보다 화이트 골드나 핑크 골드 주얼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에비뉴얼 매장의 전체 매출에서 주얼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가량이다. 불가리 전체 매출은 보석(50%), 시계(20%), 잡화·호텔(30%) 순이다.
에비뉴엘의 위치 특성상 외국인 고객이 많다. 송숙자 점장은 “2011년 상반기까지 외국 고객 중 일본인이 60%이상이었는데 하반기부터 중국인 60%, 일본인 30%로 바뀌었다”며 “아시아 고객이 주얼리를 선호하는 반면 유럽과 미국 고객들은 타이나 가죽 제품을 주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유럽, 미국 고객들은 비즈니스 선물용으로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엔 혼자 매장을 둘러보는 남성 고객이 서너 명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15% 정도는 혼자 와서 쇼핑을 한다고 전했다. 송 점장은 “남성 고객 대다수는 여성에게 줄 선물을 산다”고 밝혔다. 이 곳 주얼리 고객은 보통 3~4번 이상 방문한 뒤 구매하는 편이다.
에비뉴엘 불가리 매장에서 잘 팔리는 상품은 비제로원과 세르펜티 컬렉션. 비제로원은 100만원~200만원 초반 대 커플링이 잘 팔린다. 세르펜티의 경우 1500만 원대 링과 2000만 원대 브레이슬릿이 잘 나간다. 불가리코리아 김영지 대리는 “불가리의 희소성 있는 하이엔드 주얼리는 환금성이 높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2011년 불가리의 가장 큰 이슈는 LVMH에 합병된 것이다. 현재 불가리 그룹의 CEO 프란체스코 트라파니는 LVMH 그룹 전체의 시계, 주얼리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Cartier
2008년 서울 청담동에 들어선 까르띠에 메종.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갤러리아 명품관 까르띠에 매장과 매출이 비슷하다. 두 곳의 매출 차이는 3% 안팎으로 엎치락뒤치락 한다. 같은 동네 두 개의 매장이 국내 매출 1, 2위를 다툴 정도로 장사가 잘 되고 있는 것이다. 명품 시계 시장이 폭발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까르띠에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진출 이래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꽃과 황동세공으로 장식된 화려한 메종의 정문보다 특별한 것은 내부다. 브론즈 화환무늬 바닥과 고급스러운 베이지 컬러의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다. 파리 고급 주택가 플라스 데 보주의 한 가정집을 방문한 느낌을 준다. 럭셔리 한 편안함이 이 곳의 컨셉트다. 아쿠스틱, R&B 등 소울 장르의 음악이 아늑한 느낌을 더한다. 1층엔 주얼리·피혁·악세서리, 2층엔 시계·하이 주얼리가 디스플레이 돼 있다. 시계만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은 2층으로 바로 향한다. 시계는 까르띠에 메종 매출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4개의 VIP룸에는 이영애, 송승헌 등 스타 연예인이 까르띠에 제품을 착용한 사진을 걸어놨다. 특히 ‘산토스 뒤몽 룸’은 남성 고객만을 위한 장소다.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는 까르띠에의 스타 마케팅을 한국 시장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시즌 별로 차이가 있지만 메종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70명. 중국 관광객이 많아지는 5월과 연휴에는 2배 이상 급증한다.
까르띠에코리아는 2011년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530만원 대 ‘발롱 블루’ 여성용 시계, 800만원 대의 남성용 시계 ‘칼리브 드 까르띠에’를 꼽았다. 모든 시계는 소량으로 들어온다. 제품이 마음에 들면 매장에 디스플레이 된 것을 가져가야 할 때도 있다고 한다. 스테디셀러인 4000만원 대 베누아 워치를 찾는 고객도 꾸준한 편이다. 메종의 김태형 부매니저는 “요즘 팔리는 고가품의 20%는 중국 관광객이 사간다”고 말했다. 요즘 청담동은 명품을 사러 오는 요우커(游客·중국 관광객)들의 관광 코스이기도 하다.
조재호 강사는 “까르띠에는 대중성이 있고, 가격 접근성 면에서도 우수한 브랜드”라고 평가했다. 까르띠에는 200~600만원의 쿼츠 시계부터 1억원 넘는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까지 다양한 제품을 출시한다. 까르띠에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는 90년대 후반부터 까르띠에 쿼츠 시계가 예물의 대명사로 불리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LANSMERE
가격은 원단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300~500원대 슈트가 가장 잘 팔린다. 3000만원대가 최고가 제품으로 비스포크 슈트 전체 매출의 5% 미만이다. 란스미어 최영중 과장은 “굳이 고가 슈트를 사도록 유도하지 않는다”며 “회사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고객이 천만원대 슈트를 입는 건 부담스럽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보통 4주면 비스포크 슈트가 완성된다.
유럽 브랜드는 비스포크 제작에 보통 3개월 정도 걸린다. 란스미어는 합리적인 가격과 속도를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슈트 매출의 60%가 비스포크이며 기성복도 판매한다. 1991년 국내 최초로 개발된 120수 고급 원단의 이름을 딴 ‘란스미어’는 2005년 슈트 브랜드로 재탄생 했다. 매장은 서울 지역에만 6개를 두고 있다. 이 중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가 제품 군이 다양하고 비스포크 고객 비율이 높다.
란스미어는 비스포크 슈트만 파는 게 아니다. 4년 전 볼리올리, 타이유어타이 등 50여 개 수입 명품 브랜드의 제품도 판매하는 편집숍으로 차별화했다. 다른 명품 남성복 매장과 차별화 되는 점이다. 매년 20% 이상씩 매출이 상승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곳에선 이태리 유명 브랜드의 점퍼, 구두, 가방, 타이 등의 구매도 가능하다. F/W 시즌을 맞이해 정면에 코트와 머플러를 코디 해 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264.4㎡ 넓이의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엔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 쿠사마 야요이 등의 작품이 곳곳에 걸려있다. 밝은 분위기의 라운지 음악이 흘러나온다. 탈의실 벽면엔 섹슈얼 한 여성 사진이 걸려 있고, 매장엔 여성 전용 화장실이 없다. 남성 중심 공간이다. 매장 곳곳에 미닫이문을 설치해 프라이버시 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Hermes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입구 한적한 주택가에 황금빛 광채를 띄는 6층 건물이 있다. 파리·뉴욕·도쿄에 이어 4번째로 설립된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다. 미술가 배영환이 작업한 윈도우 디스플레이와 크리스마스 트리에 담은 브랜드 컨셉트는 ‘꿈을 여는 장인의 열쇠’.
1층엔 피혁·스카프·악세서리, 2층에는 의류와 생활용품 등이 디스플레이 돼 있다. 피혁, 스카프 등은 전문 지식을 갖춘 담당 직원들이 안내한다. 1837년 안장과 마구 용품 사업에서 시작된 에르메스는 피혁 제품이 강하다.
버킨백과 캘리백은 에르메스의 대표 아이콘. 대기자 리스트를 올려놓고 최소 1~2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선 2011년 3월 이후 대기자를 받지 않는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매장 쇼윈도에서도 캘리와 버킨백을 구경할 수 없었다. 캔버스 백 마르와리, 툴박스 같은 가방만 있었다. 지갑은 단 한 피스 남아 있었다. 너무 잘 팔려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에르메스 CEO 패트릭 토마스는 “프랑스에 2개의 가죽 공장이 세워지면 생산량이 20%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메스 가죽 제품은 악어, 도마뱀, 타조, 소가죽 등 206가지 색상 중 선택할 수 있다. 색상과 가죽에 따라 가격은 800만 원대에서 5000만원까지 올라간다. 최근 한·EU FTA체결로 제품 가격은 3~10% 인하됐다. 버킨25는 1236만원에서 1199만원(3%), 캘리35는 988만원에서 929만원(6%)으로 내렸다. 하지만 소비자가 피부로 느낄 정도는 아니다. 매장 관계자는 “한국 고객은 브라운, 블랙 등 무난한 컬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2011년 11월 에르메스는 세계 최고가 가방에 선정되기도 했다. 천연 악어 가죽에 다이아몬드와 18k 금장식이 달린 레드 컬러 버킨이 미국 텍사스주 경매에서 20만 3150달러(약 2억 2774만원)에 낙찰됐다. 에르메스 관계자는 “2011년 9월까지 미국 판매 30%,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 판매가 32%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총 매출은 전년 대비 20.2% 증가한 19억9000만 유로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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