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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이제 돈 빌려 회사 되찾을 것”

[SPECIAL INTERVIEW] “이제 돈 빌려 회사 되찾을 것”


박병엽 부회장은 타고난 승부사다. 팬택을 창업해 대기업 각축장인 세계 휴대전화 시장 7위 업체로 키운 그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해 말엔 사퇴 카드로 불투명했던 워크아웃 졸업을 관철시켰다. 포브스코리아가 3시간 반 동안 그와 단독 인터뷰했다.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을 졸업했으니 팬택의 신인도가 높아지겠죠. 정상적인 회사가 된 만큼 구성원과 협력사는 물론이고 채권단과 주주 모두 좋은 일입니다.”

지난 1월 7일 오전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에서 만난 박병엽 부회장은 “장기적으로는 돈을 빌려 제가 회사를 되찾을 기회도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팬택을 창업한 최대주주였지만 5년 전 이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설 당시 자신의 지분을 포기했다.

“워크아웃 기업은 정크(폐물)입니다. 금융을 일으킬 수도, 투자를 유치할 수도 없습니다. 리스크가 눈 앞에 보여도 제대로 대비할 수가 없죠. 이제 비로소 투자도 받고 다른 회사와 전략적 제휴도 맺을 수 있게 됐어요.”

한 달 반 전인 지난해 12월 6일 그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를 떠나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입장을 밝혔다. 누구도 예상 못한 사퇴 선언이었다. 팬택의 18분기 연속흑자가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올 3월 말부터 행사할 수 있는 10% 가량의 스톡옵션도 포기하는 결정이었다. 주당 780원(액면가 500원, 취득가 600원)에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930억원어치의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었다.

워크아웃 졸업을 둘러싸고 담보 제공 문제로 채권단과 갈등을 빚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음 날 채권단은 팬택을 워크아웃에서 졸업시키기로 전격 합의했다. 2138억원 규모의 협약채권은 신디케이트론으로 전환해 대출을 연장해주기로 했다고 팬택 측에 통보했다. 그 이튿날 박 부회장은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방문해 이틀 전 채권단과 사전 협의 없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을 사과했다. 곧바로 미국 출장 길에 올랐던 그는 귀국 후 경영에 복귀했다. 사퇴를 선언한 지 9일 만이었다. 지난 12월 30일 팬택은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박병엽이 꺼내든 사즉생(死卽生)의 승부수가 통한 것이다.

그는 왜 돌연 물러나겠다고 했을까?

“워크아웃을 졸업하려고 컨설팅을 받는 등 6개월 동안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방법론 상의 이견으로 1금융권 채권 금융사들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 결과 감정의 골이 깊어졌습니다. 자칫 워크아웃이 연장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절박 했는데도 말이죠. 기술은 나날이 진보하고, 적기에 대응 못하면 워크아웃 상태에서 손발이 묶인 채 적의 화살에 맞아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몸부림 한번 못 쳐 보고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로 가 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여태 도와준 금융권을 탓할 수도 없고요. 나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나의 능력과 진정성을 알아준다면 나를 버려서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업 목숨이 소중하다 그는 당시 사퇴 회견에서 “기업 목숨을 사람 목숨에 비할 순 없지만 요즘 같은 때엔 기업 목숨이 사람 목숨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지난해 휴대전화 900만대(추정치), 전체 판매량의 71.7%를 수출했습니다. 연간 15억 달러씩 수출하는 회사예요. 팬택이 사라진다면 그 물량을 다른 나라 기업들에 빼앗길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드는 겁니다. 우리는 2차 협력업체까지 국내외 협력사가 1000곳에 육박하고 이들로부터 연간 2조 몇 천 억원어치를 사들입니다. 이런 측면을 떠나 우리나라도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는 기업들이 서로 공존해야죠. 그래야 경제에 활력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팬택은 정크 상태에서 18분기 연속 흑자를 내고 이자보상배율이 5(2011년 추정치) 정도 되는 회사입니다.”

채권단이 서둘러 팬택의 워크아웃 졸업에 합의한 것은 채권을 회수하려면 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졸업이 무산됐을 때 채권단에 쏠릴지도 모를 싸늘한 시선도 고려했을 것이다. 자칫 채권단이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졸업을 안 시키는 바람에 팬택이 위험에 빠졌다는 비난 여론이 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사퇴 카드는 말 그대로 배수진이었다. 그로서는 이 카드가 통하지 않을 수도 있는 리스크를 감안해야 했다. 그도 이 지점에서 고민했다.

“워크아웃 기간 내내 부도덕하지 않았고, 바보처럼 가진 것 다 내놓고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채권단이 알았지만 세상사 알 수 있습니까. 그래 또 버리자. 내 인생에서 잃을 것이 더 있을까. 스트레스 때문에 일년 전 심장혈관 수술도 받은 몸인데…. 지금까지처럼 절박하게 살면 풀 빵 장수를 한들 몇 백, 몇 천 만원은 못 벌겠나. 이런 생각을 했는데 고맙게도 채권단이 불쾌한 내색을 하지 않고 합의를 해 준 거죠. 도리어 갈비에 소주 한 잔 사주면서 저더러 화를 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고맙다고, 내일 회사가 망하더라도 오늘은 몸이 부서져라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누군가 복귀하는 데 수순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해 기업하는 놈이 회사 살렸으면 됐다고 했습니다. 어떻든 이번 일로 제가 쌓은 신용을 얼마간 까먹은 셈이죠.”

그렇게 그는 경영에 복귀했다. 여전히 일과 중엔 회사 밖 출입을 잘하지 않고 점심도 구내식당에서 먹는다. 기자와 인터뷰한 날도 정오를 넘기자 구내식당으로 안내했다. 그는 식판을 들고 직원들 틈에 줄을 서서 배식하는 아주머니에게 구운 꽁치 한 마리를 더 달라고 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동행한 젊은 사진기자 식판에 그 꽁치를 올려놓았다. 여전히 언론 접촉도 잘하지 않는다. 그는 “본래 나서기 싫어하고 성격도 유순한데 독한 놈으로 알려져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기업인 박병엽은 세 가지 신화를 썼다. 첫째 제조업 성공 신화다.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지만 90년대 이래 제조업체로 출범해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성장한 회사는 팬택이 유일하다. 더욱이 휴대전화라는 첨단 IT 분야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굴지의 대기업과 경쟁해 작성한 기록이다.

박병엽은 1991년 삐삐(무선호출기) 제조업체 팬택을 창업했다. 팬택은 97년 휴대전화 메이커로 변신했고 2001년 현대큐리텔, 2005년 SK텔레텍(스카이)을 차례로 인수한다. 2010년 워크아웃 상태에서 국내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리우스를 출시했고 이후 국내 스마트폰 2위 업체로 올라섰다. 지난해 매출액은 3조원을 넘어섰다. 쌍용자동차의 올해 매출액 목표와 맞먹는 규모다.

둘째 샐러리맨 신화다. 박병엽은 약관 스물아홉에 맥슨전자 영업사원을 그만두고 33㎡(10평)짜리 아파트를 팔아 마련한 자본금 4000만원으로 6명의 직원과 회사를 차렸다. 창업 15년 만에 그는 팬택을 매출액 3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키웠다. 비싼 값에 회사를 팔라는 유혹도 이겼고 성장성을 보고 회사를 인수하려는 시도에도 굴하지 않았다.

셋째 월급쟁이 CEO의 재기 신화다. 팬택이 2007년 4월 워크아웃에 들어갈 때 그는 4000억원 대의 지분을 포기하고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했다. 지난해 말 팬택은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워크아웃 이전 전성기 때의 실적을 회복했다. 과거 워크아웃 말고는 회생할 길이 보이지 않았을 때 그는 한강다리 위에 선 일이 있다. 죽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죽고 싶을 만큼 창피했습니다. 회사가 그렇게 망가지도록 안일했고 방심했다는 게 부끄러웠어요. 정말 나답지 못했거든요. 잘나가다 보니 세상을 만만하게 생각한 겁니다. 이른바 소년등과(少年登科), 일찍 성공한 것에 대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 셈이죠. 한때 경영을 맡겨놓았던 사장님들한테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결국 저의 책임이에요.”



5년간 지구 스무 바퀴 출장박 부회장은 팬택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2007년 이래 지난해까지 5년간 예순여섯 번 해외 출장 길에 올랐다. 출장 거리는 약 82만km. 지구를 스무 바퀴 돈 것과 맞먹는 거리다. 그가 사퇴 선언 당시 밝힌 대로 건강도 좋은 상태가 아닌 듯했다. 인터뷰 후 기자에게 보낸 메일에 그는 주치의로부터 신체의 밸런스가 깨졌다는 경고를 들었다고 적었다. 불면증도 심해 보였다. 그는 메일에 이렇게 썼다.

“불면증에 시달릴 때면 수면제 몇 알로 버텼는데 약이 듣지 않아 ‘며칠 안 잔다고 죽기야 하겠어’ 하고 버텼더니 다시 눕자마다 세상 모르고 곯아떨어지게 됐습니다.”

워크아웃을 통해 그는 “전투에 이기고서 전쟁에서 지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니발과 남북전쟁 당시 리 장군은 연전연승 했지만 전쟁에선 졌는데 이런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세가 불리할 땐 패전하기 전에 공방으로 전투를 마쳐야 합니다. 가령 상대방이 이겼다고 주장하는 근거 60%, 우리가 이겼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40%일 때 끝내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자원을 정비해 다음 전투에 대비해야죠.”

영업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초면인 사람과 5분이면 호형호제할 만큼 친화력이 뛰어나다. 워크아웃 이후 그는 휴일도 없이 초인적으로 일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은 철인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당차고 유쾌한 성격이지만 섬세한 면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외강내유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도 했다.

그는 의사결정을 할 때 단호한 편이다. 다만 그 전에 숙고를 하고, 그에 앞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청취하는 한편 토론을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되도록 합의를 끌어낸다. 특히 연구원들에게는 지위와 직급에 얽매이지 말고 논쟁하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합리적으로 방향을 결정하고 그 방향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또 거시적인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디테일을 중시하는 타입이다. 그는 경영엔 왕도가 없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아는 것들을 실천하되 꾸준히 반복해 실천하는 일관성이라고 주장한다.



오늘의 팬택, 내 기여도는 30%“스타 플레이어라 하더라도 동계훈련 한번 거르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꾸준히 반복적으로 열심히 실천하는 것이 경영의 요체입니다. 그런 점에서 농삿일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팬택의 오늘에, 박병엽의 기여도는 얼마나 될까. 그는 30%라고 답했다. 70%에 대해서는 구성원 몫 50%, 나머지 20%는 채권은행·주주·협력사 등 이해관계자의 공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사의를 표명했을 때 팬택의 팀장 이상 간부들은 전원 사표를 썼다. 더 이상 오너가 아니지만 ‘박병엽 없는 팬택’은 존립할 수 없다는 메시지였다.

그는 서울에서 고교를 나와 아산의 호서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노느라 공부를 안 했고 그래서 성적이 나빴다”고 그는 말했다. 명문대에 진학한 친구들을 보면서 그는 나중에 누가 인생을 더 잘사는지 두고 보자고 별렀다. 이때 생긴 강박관념은 그의 정신적 동력이 됐다.

창업을 하고도 그는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약자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항상 브랜드 밸류와 유통망에서 현저한 열세였기 때문이다. 이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절치부심했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기술적으로 구현해 내려 애썼다. 일례로 삼성전자가 1.2GHz 제품을 내놓을 때 팬택은 1.5GHz 제품을 내놓았다. 그러느라 퀄컴사와 석 달 동안 칩 개발에 매달렸다. 밤 새 개발을 하고 수시로 화상회의를 했다.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조작하는 모션 센싱도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그는 “팬택은 소비자가 재미있어 하거나 유용하게 느끼는 기능을 기술적으로 해석해 내는 데 능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이 너무 앞서가도 소비자가 수용을 안 합니다. 애플은 시장이 스마트폰을 수용할 만큼 문화적·사회적 변화가 무르익은 사실을 알아챘어요. 그래서 위대하다는 겁니다.”

그가 과연 회사를 되찾을 수 있을까. 그는 채권단이 보유한 팬택 지분 48%에 대해 주식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다. 채권단이 보유지분을 매각할 경우 그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 인수 희망자가 동일한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그에게 우선권이 있다. 사퇴 선언을 했을 때도 그는 이 권리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팬택의 기업 가치가 올라가면 인수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는 3월 말 이후 근 10%에 이르는 스톡옵션도 행사할 수 있다. 어쨌거나 그로서는 재무적 투자자를 모아야 한다.

“스톡옵션은 2층 천장에 매달아 놓은 굴비와 같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지금 1층 천장까지 올라온 셈이죠. 어쨌거나 주가를 끌어올려 제가 스톡옵션을 행사한다면 채권 은행들로서는 대박이 나는 거죠. 저로서도 스톡옵션을 행사해 지분 10%를 확보하면 회사의 경영 주권을 되찾는 데 유리하고요. 컨소시엄을 구성하든 돈을 빌리든 방법이 있겠죠.”



팬택은…

워크아웃 서류 진열장에 두고

직원들 각오 다진다


팬택은 기술 지향성이 뚜렷한 기업이다. 팬택이란 브랜드 자체가 팬 테크놀로지(pan-technology)에서 왔다. 말 그대로 모든(汎) 기술을 지향하는 한편 기술의 범용화를 꾀한다는 뜻이 담겼다. 박병엽 부회장은 “문명 이기(利器)의 원천인 기술이 인류사회에 공헌하려면 보편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팬택이 연구개발(R&D)에 주력하는 배경이다. 지난해 팬택은 매출액의 8.9%를 R&D에 투입했다. 전체 인력 약 3500명 중 62.9%가 R&D 인력이다. 박 부회장은 “평소 삼성을 좋아하고 늘 배우고 싶은 기업이지만 기술과 품질 면에서는 팬택이 삼성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TE 제품 중 우리 제품이 화질 면에서 가장 좋습니다. LCD 회사가 없지만 출시 9개월 전 샤프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덕이죠. 샤프 측에서 처음엔 너무 빠르고 높은 사양이라서 못하겠다고 했었어요. 삼성이 아몰레드와 LCD 회사를 거느렸고, LG도 LCD 회사가 있기 때문에 이들 회사 제품 화질이 우리 것보다 나을 거라는 생각은 선입견입니다.”

팬택은 경영 속도가 빠르다. 일찍이 무선호출기 사업을 접고 대기업의 앞마당인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든 팬택은 현대큐리텔, 스카이를 만드는 SK텔레텍을 잇따라 인수했다. 애플이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자 팬택은 발 빠르게 스마트폰 시장으로 이동했다.

일반 휴대전화가 대세였고 경쟁사들이 스마트폰의 성장성에 대해 반신반의할 때였다. 2010년 가을엔 세계 최초의 모션 인식 기능 등 최고의 성능을 지닌 베가 LTE를 전격 출시하고 LTE 스마트폰 올인을 선언했다. 이런 속도 경영 덕에 지난해 전년비 매출액 성장률은 45.4%에 달했다.

팬택의 기업문화로는 소통과 공유를 꼽을 수 있다. 일례로 조직 내부의 칸막이 현상을 없애기 위해 업무 메일을 보낼 땐 적절한 범위에서 참조 그룹을 지정하게 돼 있다. 성공 사례뿐 아니라 실패 사례도 사내 세미나를 통해 공유한다. 당사자의 실패가 후배들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고 궁극적으로 회사의 성공으로 귀결되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팬택 사람들은 걸핏하면 주말에도 일하지만 조직 분위기는 자유롭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대부분 티셔츠에 점퍼 차림이지만 바이어와 미팅을 할 때면 사무실에 갖다 둔 양복으로 말쑥하게 갈아입고 나타난다. 몇 달 전 팬택은 ‘원 파인 데이’를 제정했다. 한 달에 한번 있는 이날 과장급 이상은 넥타이를 맨 정장을 해야 한다. 구내식당은 스테이크 같은 특식을 준비한다. 오후 5시 40분이면 본부장 이상 임원들이 여직원들과 20분간 흥겨운 사내 방송을 한다. 6시가 되면 전원 퇴근을 해야 한다. 박 부회장은 “대부분 캐주얼 차림이라 ‘캐주얼 데이’는 의미가 없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자는 뜻으로 이런 날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 졸업 후 채권단에게서 돌려받은 워크아웃 관련 서류를 진열장에 넣어 보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로 보직을 맡은 책임자들이 이 서류를 바라보고 각오를 새로이 하라는 의도에서다.

팬택의 DNA는 열정과 근성이다. 박 부회장은 “팬택 맨은 최고를 지향하고, 경쟁사에 지고는 못 산다”고 말했다. 선장인 박 부회장이 제시하는 방향은 존경 받는 글로벌 기업이다.

“워크아웃 5년 동안 극한의 세월을 보내다 보니 기업은 바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인재보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은 인재성(人材性) 못지 않게 인성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죠. 팬택을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자기 성장을 도모하는 회사, 사회적 공기(公器)로 기능하는 존경 받는 기업으로 가꾸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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