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모나코 - 카지노·F1경주 뽐내는 지중해 태평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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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를 잇는 길은 설렘으로 채워진다. 니스를 출발한 열차는 모나코까지 해안을 따라 보석 같은 마을과 사연을 줄줄이 지나친다. 이 일대는 마티스, 샤갈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돼 여생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해안마을 에즈에는 니체가 걸었다는 언덕위 산책로가 차창밖으로 올려다 보인다.
모나코 중앙역인 몬테카를로 역에 도착할 즈음이면 설렘 지수는 치솟는다. 모나코는 마를린 먼로와 쌍벽을 이뤘던 할리우드 스타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 전 국왕인 레니에 3세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곳이다. 결혼식 이후 면적 1.95㎢의 작은 나라 모나코는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관광대국으로 급성장했다. 절세의 미녀와 관광수입을 한꺼번에 얻어낸 레니에 3세는 정치가이자 로맨티스트였던 셈이다. 왕비는 언덕위 모나코빌의 왕궁에서 화려하게 살다 1982년 53세 때 자동차 사고로 갑작스레 생을 마감했다.
켈리의 손자인 미남 안드레아 왕자 역시 전 세계 여성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모나코는 또 센강의 ‘미라보 다리’로 유명한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사연과 설렘 가득한 철로 위로는 하루에도 수십 차례 열차들이 오가며 관광객을 실어나른다.
세기의 결혼식이 치러진 모나코빌

모나코빌에서 내려서는 길은 단아하다. 반대쪽의 투박한 절벽과 달리 아기자기한 골목이 늘어서 있다. 지중해풍의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도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골목에서는 그레이스 켈리가 새겨진 우표도 판매된다. 작다는 특별함은 모나코의 우표문화가 발달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모나코에서 부치는 엽서 한 장은 여행자들에게 꽤 인기가 높은 편이다.
화려한 인물들의 정서가 서린 땅은 봄이 오면 광음으로 한바탕 요란해진다. 모나코를 대표하는 이벤트는 F-1(포뮬러1) 대회다. 이곳 F-1은 다른 나라처럼 전용 경기장에서 열리는 게 아니라 특이하게 일반 도로에서 펼쳐진다. 천연 경사에 만든 급커브 길을 이용하기에 박진감이 넘친다. 평상시 휴양온 차들이 한가롭게 오가는 길이 시즌만 되면 쾌속 레이싱의 현장으로 변하는 구조다. 경주로 바로 앞이 모나코 항구고 또 지중해다.
매년 봄 열리는 F-1 경기를 위해 항구 일대는 2, 3개월 전부터 단장에 분주하다. 길 곳곳에 차양막이 설치되고 플래카드가 내걸리며 우회로를 만든다. 3000여석의 관중석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빌라 옥상이나 테라스에 별도의 좌석이 마련되기도 한다. 발코니에 앉아 맥주 한 잔 즐기며 경주를 관람할 수 있는데 테라스에 입장할 때도 F-1 기간만큼은 정식 입장료 못지않은 요금을 받는다.
모나코는 물, 가스 등 생필품과 국정에 대한 일부를 프랑스에 의존한다. 군대도, 세금도 없는 어찌보면 태평천국이다. 그런 모나코의 주수입원 역할을 하는 게 F-1 자동차 경주와 함께 카지노다. 항구를 끼고 몬테카를로 지역으로 접어들면 고풍스런 외관의 그랑카지노가 모습을 드러낸다. 파리의 갸르니에 오페라를 설계한 샤를 갸르니에가 1878년 건축한 명품 카지노는 모나코로 놀러 온 부자들의 주머니가 주요 관심대상이다. 모나코 주민은 입장조차 금지돼 있고, 입구주변에는 전세계 고급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명품차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주수입원인 ‘F-1’과 카지노최근 모나코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뉴스를 상기하면 이곳에 몰려오는 명품차의 실체가 느껴진다. 지난해 몬테카를로 지역에서 가벼운 추돌사고가 일어났는데 사고 총 피해액만 12억원이었다. 4억 3000만원짜리 벤틀리 차량이 2억5000만원짜리 페라리를 들이받으면서 시작된 사고는 옆에 서있는 명품차들을 긁고 지나면서 10억원이 넘는 총피해액을 기록해 해외토픽이 되기도 했다.
항구 주변 역시 영화 속에서나 만나던 희귀한 요트들의 세상이다. 세금을 피해 모나코로 이사 온 부호들의 요트가 빼곡하게 정박해 있다. 모나코 빌에서 내려다 보면 모나코 항구를 기점으로 하얀 요트들과 언덕을 가득 채운 부띠크 빌라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다. 항구에서 시작된 은빛물결은 짙푸른 지중해로 끝없이 이어진다. 지중해를 오가는 수만톤급 크루즈들이 기항지로 반드시 들리는 곳 이 바로 이곳 모나코이기도 하다.
모나코항에서는 호화로운 요트만 기웃거려도 흥미롭다. 요트 중에는 웬만한 빌라를 능가하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좁은 땅덩이의 모나코에 공항은 없지만 니스 공항에서 모나코의 퐁피에유 비행장까지 헬기로 픽업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런 호사스러움 반면에 역과 도심을 잇는 거리에 한가롭게 꼬마열차가 다니는 모습은 생경한 풍경이기도 하다.
모나코에서는 프랑스 에즈 정원의 모티브가 된 열대 정원, 그레이스 켈리의 장미 공원, 라흐보또 해변 등이 소소하게 둘러볼 만한 곳이다. 지중해의 바람이 닿는 해안가만 거닐어도 모나코의 이국정인 정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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