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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미국 경제 어디로 - 회복 조짐 美 경제 낙관은 금물

2012 미국 경제 어디로 - 회복 조짐 美 경제 낙관은 금물

미국 경제의 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위기에서 빠르게 탈출하는 듯하다가 다시 악화된 미국 경제가 점차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경제 회복 기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긍정적인 경제지표가 나오고 있다. 우선 2011년 4분기 경제성장률(전기 대비 연율)이 2.8%(속보치)로 3분기 연속 상승했다. 개인소비지출, 재고투자, 주택투자 증가에 힘입어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 개인소비지출은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를 중심으로 2% 증가해 전분기의 1.7%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그동안 위축됐던 주택투자도 10.9% 증가했다.

소비자신뢰지수 상승 등 소비심리도 개선되고 소비지출도 증가하고 있다. 2011년 12월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64.4포인트로 8개월 이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추수감사절과 성탄절 전후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 메가먼데이 등 주요 쇼핑일의 매출도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미국 소비의 상징인 자동차 판매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2012년 1월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난 91만3287대를 기록했다. 특히 크라이슬러의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44% 늘어날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판매도 늘어고용시장에도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11년 10월까지 9%대였던 미국의 실업률이 12월에는 8.5%로 떨어져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1년 12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20만명 증가하는 등 고용시장 사정이 개선되고 있다. 또한 2012년 1월 12일 발표된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35만2000건으로 2008년 4월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고용을 지원하는 정부의 지원 정책도 의회를 통과했다. 2011년 12월 17일 미국 상원은 중산층 급여세 감세안 연장과 실업수당 지급 연장안을 통과시켜 향후 미국의 고용 사정이 개선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원은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소득세 1년 감면안을 2개월로 수정해 통과시키는 등 2012년 회계연도 예산안도 합의 처리했다. 실업수당 1달러는 2달러 정도의 경제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향후 약 500만 명의 실업자들이 실업수당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규주택 착공이 크게 증가하는 등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주택시장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1년 11월 신규 착공은 전월 대비 9.7% 증가하여 68만5000건으로 2010년 4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1년 12월 기존주택판매량이 전월 대비 5.5% 증가해 증가세가 확대됐다. 주택 가격도 바닥탈출 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A)이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HPI)가 2011년 4월 이후 상승세로 반전됐다.

이렇듯 긍정적인 경제지표가 발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국 경제의 회복을 단언하기는 어렵다. 고용과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있기는 하지만 완연한 회복력을 기대하기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실업률이 하락한 건 취업포기자 증가와 연말 판매를 위한 임시직 증가 등이 기여했다.

주택시장의 회복도 아직까지 확언하기 어렵다. 22만 채에 달하는 주택압류 건수, 8%대인 모기지 연체율, 10%의 주택공실률은 금융위기 전의 2배 수준일 정도로 주택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또한 대도시 주택가격은 지금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저축률 하락과 소비자신용 증가 등으로 볼 때 소득증가가 소비 증가를 이끈 것이 아니라 기대심리로 빚을 내서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 민간의 자생력이 부족해 대외 충격 발생 때 경기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민간 부문의 자생적 회복력이 미약한 상황에서 여전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에 이르는 국가채무와 S&P의 신용등급 추가 강등 가능성 등 때문이라도 재정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와 정치권이 재정적자를 감축하려면 여러 난관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공화당 측이 증세에 대한 반대가 강하고, 재정지출을 무리하게 줄이면 장기적 저성장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경제의 회복과 2012년 대선을 앞 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다급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결국 미국 경제의 회복을 위한 경기부양 정책이 지금까지 미국 정부와 연준의 주도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경제위기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사실상 정부로 이전됐다. 예를 들면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이미 1조6000억 달러 이상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따라서 2012년부터 경기침체 위험에도 재정적자를 본격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부담이 매우 클 것이다.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사실은 대형 인프라 투자 등 추가로 재정지출을 유발하는 경기부양 정책 사용은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아울러 민주당과 공화당 간 대선을 앞 둔 정치적 이슈와 쟁점 선점이라는 점에서는 재정적자 문제는 경기부양의 규모와 내용까지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재정긴축은 고용시장 악화와 경제성장 둔화 요인이 되면서 자생력 회복이 부족한 민간부문의 소비와 투자를 보완하는 데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 경제는 재정건전화와 경기회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정책적 딜레마에 직면했기 때문에 앞으로 재정긴축 계획이 순조롭게 달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2014년까지 현재의 제로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여전히 높은 실업률 등으로 확장적인 금융정책 기조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2012년 1월에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보고서에서도 2012년 미국경제 성장률을 전년과 동일한 수준인 1.7%로 예상했다. 따라서 2012년까지는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세는 아직까지 기대하기 어렵다.



유가 1갤런당 4달러가 분기점또한 2012년 현재 미국 경제의 상황이 2011년 초와 유사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2011년 초에도 긍정적인 경제지표가 발표되면서 경제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팽배했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2011년 초반 리비아 등 중동 사태로 유가가 올라 경제가 급속히 악화됐다. 2012년에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로 중동 지역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2011년 초반과 같이 국제 유가가 급등해 물가 불안과 함께 소비위축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물가 수준의 가늠자는 휘발유 가격이다. 이게 2011년 초와 같이 1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느냐에 주목해야 한다. 유가 급등, 정치권의 재정·경기 부양 관련 혼란 지속, 추가적인 신용등급 강등, 유럽 재정위기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다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미국 경제에 대한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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