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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잇단 사업 취소에 뿌리째 흔들

[Real Estate] 잇단 사업 취소에 뿌리째 흔들

경기도의 뉴타운 사업은 서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도 뉴타운은 2006년 경기도지사에 취임한 김문수 지사의 ‘명품신도시’와 함께 경기도의 주력 개발 공약으로 탄생했다. 당시 부동산 시장 열기와 맞물려 높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경기도 뉴타운은 2007년 시작된 부동산 시장 침체기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기세가 꺾인 상황이다. 애초 23곳이던 경기뉴타운은 현재 6곳의 지구 지정이 해제돼 17곳 165개 구역만 남은 상태다.



올 상반기에 17개 중 14개 구역 취소 될 듯지구 지정이 해제된 곳은 안양 만안과 군포 금정, 시흥 대야·신천, 평택 안정, 김포 양곡, 오산뉴타운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사업이 취소되는 뉴타운이 앞으로 더 늘 것 같다는 점이다. 적어도 상반기에만 17개 뉴타운 165개 구역 중 14개 구역이 취소될 전망이다.

주택시장이 침체된 데다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이 몰려 사업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주민들이 사업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11월부터 조합설립추진위가 구성된 75개 구역과 공공부지, 1인 소유 부지 등 24개 구역을 제외한 66개 구역에 대해 의견조사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광명·부천·남양주·시흥·김포시 등 5개 시 31개 구역의 의견조사가 마무리됐다. 이 중 45%인 14개 구역에서 사업 반대율이 25%를 넘었다. 경기도는 지난해 조례를 개정해 사업 반대율이 25%를 넘을 경우 뉴타운 사업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사업 취소가 결정된 구역은 광명 5개 구역, 부천 3개 구역, 남양주 5개 구역, 시흥 1개 구역 등이다. 그러나 김포는 총 12개 구역 중 12개 구역 모두 반대율이 25%에 못 미쳐 사업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김포를 제외한 4개 시는 사업 취소 구역을 포함한 뉴타운사업 변경 계획안을 도에 제출할 계획이다.

현재 의견조사가 진행 중인 구리·평택·고양·군포·의정부시 등 5개 시 35개 구역은 3월 6~17일 조사결과가 집계될 예정이다. 경기도 뉴타운사업과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저하된 뉴타운의 ‘출구전략’으로 주민의견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2월에 의견조사가 완료되면 뉴타운 취소구역의 전체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뉴타운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주민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않고 도지사의 공약이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한 것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뉴타운 반대 주민들은 “주민들이 주인이 돼서 자체적으로 해야 할 사업인데도 주민 의견은 무시하고 경기도가 일방적으로 일을 벌였다”고 주장한다.

이렇다 보니 도지사가 검찰에 고발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경기뉴타운 재개발반대연합과 의정부뉴타운 반대 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김문수 경기지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뉴타운 관련 실무 실·과장 등 4명을 허위사실 유포와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이들은 “경기도가 주민전문상담가 파견 설명회에서 애초 취지와는 달리 찬성 측 주민만을 입장시키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또 “내용도 사업 추진 쪽으로 유도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개발환상을 심어줬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검찰 고발 조치 외에 의정부시와 주민들에게 뉴타운 사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설명회를 추가로 열 예정이다. 물론 주민들이 이렇게까지 반대하는 속을 들여다보면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사업성 자체가 나빠진 탓도 있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재개발·재건축은 기본적으로 집값이 올라야 주민 부담(추가분담금)이 줄어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며 “반대의 상황이 되다 보니 사업에 찬성하던 주민도 반대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타운 사업 추진 힘도 많이 빠졌다. 정부가 추진 중인 보금자리지구와 광교신도시 등 경기뉴타운 주변의 대규모 공공·민간택지 개발 사업으로 공급이 확 늘어난 것이다. 공급 물량이 많아 굳이 구도심을 재개발할 필요성이 약해진 것이다.

경기뉴타운이 정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지사와 당이 다른 통합민주당 출신 시장들이 앞다퉈 경기뉴타운 지구 지정 해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2006년 지방선거와 2008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뉴타운 개발 공약에 밀려 참패한 악몽이 있는 만큼 어떻게든 경기뉴타운에 상처를 내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구리시 수택동에 사는 한모(57)씨는 “지구 지정 이후에는 신·증축이 안 돼 주거환경만 나빠졌다”며 “무엇보다 주민들이 찬성과 반대로 갈려 서로 얼굴 붉히는 일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반대의견 25% 미만인 김포에서도 반발 거세 전망도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무엇보다 부동산시장이 여전히 침체돼 있는 게 문제다. 주민들에게 부여할 사업동기가 없는 것이다. 사업 반대율이 25%가 안 돼 사업을 추진하게 된 김포만 해도 여전히 일부 주민들이 사업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포시 사우동과 북변동 주민들은 “기권을 찬성으로 둔갑시켜 투표 결과를 조작한 시의 주민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뉴타운 전면 무효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임용복씨 등 13명으로 구성된 ‘김포 뉴타운 주민투표 무효 투쟁 비상대책 위원회’는 최근 “12개 구역중 반대의견이 25%를 넘어선 북변1, 북변5, 사우1, 사우3, 사우4, 사우5A, 사우5B, 사우6 권역을 뉴타운에서 즉시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또 “반대가 25% 미만으로 집계된 북변2와 북변3, 북변4, 사우2 구역에 대해서도 기권표 등을 정확하게 분류해 주민들의 의견을 분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시의 투표 결과 자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각 자치단체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도 사업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택 공급이 과다한 상태에서 뉴타운 사업을 추진했던 것 자체가 무리수”라며 “정치적 이해관계 등으로 뉴타운 사업은 축소 방향으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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