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한경희생활과학 스팀청소기 - 기술로 만든 기적 기술로 지킨다

한경희생활과학 스팀청소기 - 기술로 만든 기적 기술로 지킨다

한경희스팀청소기는 새로운 시장을 만든 제품이다. 2001년 한경희스팀청소기가 나오면서 스팀청소기 시장이 생겨났다. 기존에 없던 걸 개발해 시장을 만들었으니 애초에 경쟁자도 없었다. 1999년 워킹맘이던 한경희 대표가 ‘걸레질을 더 편하게 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며 만든 스팀청소기는 이제 어지간한 집은 하나씩 가지고 있을 정도로 친숙한 제품이 됐다. 지금까지 국내외 시장에 공급한 스팀 청소기는 무려 1000만대에 이른다. 올해 13주년을 맞는 한경희생활과학의 스팀청소기 시장점유율(평균치)은 75%, 스탠드형 스팀다리미는 80%정도로 관련 시장에서 각각 1위를 달리고 있다.

눈만 뜨면 유사제품 쏟아져

한경희생활과학의 대표 상품인 둘의 공통점은 스팀이 나오는 것 말고도 또 있다. 세상에 없던 제품이란 점이다. 하지만 새롭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스팀청소기가 나오기까지는 무려 3년이 넘는 개발과정이 있었다. 스팀청소기 개발의 핵심은 히터다. 이원일 연구개발본부 전임연구원은 “히터는 자동차 엔진과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물통을 따로 분리해 물을 담아 끓이는 저수식 방식을 쓴다. 순간 가열방식을 써 30초 만에 물을 끓인다. 청소기 바닥에서 스팀이 일정한 세기로 골고루 분사하는 것도 기술을 요한다. 이 연구원은 “초기 제품이 3분 후에야 물이 끓던 점을 점차 보완해 지금의 기술을 갖게 됐다”면서 “전기와 물을 함께 이용하는 만큼 감전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코드선도 다른 가전제품보다 굵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연구개발 끝에 내놓은 스팀청소기로 2005년에 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듬해는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스팀청소기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국내 보급률이 60%를 넘어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연이어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2007년 들어 대규모 리콜을 실시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이 리콜 사태는 고객의 작은 불만에서 시작됐다.

한 고객이 청소 후 수돗물 찌꺼기가 물탱크에 남는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손해 배상하지 않으면 언론사에 고발하겠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왔다. 몇 년간 사용하면서 수돗물이 끓고 식는 동안 생긴 이물질을 두고 배상할 책임은 없었다. 하지만 한경희 대표는 제품에 문제가 없더라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리콜 전면광고를 냈다. 홈쇼핑을 통해 알려진 많은 중소기업이 갑자기 선풍적인 인기를 끈 후 신뢰를 얻지 못해 사라지는 경우를 허다하게 봐왔기 때문이었다.

이듬해 매출은 560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영업손실은 50억원에 달했다. 한경희 대표는 “돈은 언제든 벌 수 있지만 신뢰는 아무 때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품질개선에 더욱 힘을 기울였다. 미투제품도 잇달아 출시됐다.

박영환 영업부문장은 “아침에 눈만 뜨면 저가의 중국제품이 3~4개씩 출시됐다”면서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유사제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초기 한경희생활과학이 독점하다시피 한 스팀청소기 시장에는 현재 삼성전자·LG전자·리홈·쿠쿠홈시스 등 국내 업체를 비롯해 독일 카처, 이탈리아 몬스터, 중국 샤크 등 다양한 업체가 들어와 있다.

특히 리홈은 주부 사이에서 한경희스팀청소기와 자주 비교되는 제품이다. 한 포털사이트의 파워블로거인 주부 이민주(37) 씨는 “아기 엄마들 사이에서 한경희(생활과학)와 리홈 중에 어떤 청소기가 더 나은지 비교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면서 “한경희가 아무래도 인지도는 높지만 리홈은 걸레 패드가 크다는 점 등을 들어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미투제품의 이런 공세에 박영환 부문장은 “기존 고객의 만족도와 재구매 의향을 조사한 결과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면서 “새로운 고객의 입맛에 맞추려 따라가기 보다는 기존 고객이 더 만족할만한 제품을 내놓는 방식으로 대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초기 모델을 구입한 고객을 위해 3년 이상 사용한 고객에게는 30~40% 할인된 가격으로 신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창사 12주년을 맞아 실시한 이 제도를 통해 새 제품을 구매한 기존 고객은 3000명에 달한다. 한경희생활과학 측은 앞으로 연 2회씩 정기적으로 이 같은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유통채널도 다각화할 계획이다. 한경희생활과학은 매월 5~10회씩 홈쇼핑방송을 내보낸다. 때문에 홈쇼핑을 주로 시청하는 30~50대 고객이 많은 편이다. 특히 40~50대 주부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 자녀의 혼수제품으로 추가 구매하는 사례가 많다. 최근엔 홈쇼핑방송을 통해 이틀간 3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엄마가 반해 딸 혼수품으로 추천반면 홈쇼핑 시청률이 낮은 젊은층이나 싱글족에겐 한계가 있어 앞으로 인터넷 등 리테일 채널에서의 프로모션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박영환 영업부문장은 “혼수시장에서는 이미 스팀청소기와 스팀다리미가 필수로 들어갈 만큼 인기가 높다”면서 “최근 진출한 주방가전 쪽의 경우 별도의 광고를 내보내지 않는데도 반응이 좋은 건 ‘한경희니까 믿는다’는 주부 고객의 힘이 크다”고 말했다.

한경희생활과학이 스팀청소기를 내놓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한경희 표’ 스팀청소기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상반기 중에 또 하나의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진공청소와 물걸레청소를 함께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상헌 상품개발팀장은 “4000억원 규모인 전체 청소기 시장에서 스팀청소기 시장은 아직 10%에 불과하다”면서 “스팀청소기 시장점유율 75%에 안주하지 않고 청소기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진공청소기 분야까지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번 내놓는 제품이 닮은 듯 전혀 다르다. 유일무이한 스팀청소기를 닮아서일까. 한경희생활과학이 차지한 ‘75%의 기적’을 재현할 회사는 쉽게 나타나지 않을 듯하다.



허정연 이코노미스트 기자 jypower@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내 표 값도 비싼데...수하물 요금도 이륙합니다

2황재균-지연, 결국 이혼... 지난달 이혼 조정신청서 제출

3일본서 때 아닌 축의금 논란..."1만엔권은 안돼!"

4저렴한 중국산 전기차에 불안한 EU...관세 인상으로 대응

5소총 달린 'AI 로봇개' 중동 테스트...결국 터미네이터 세계관 열리나

6현대차, 인도 주식시장 최대 규모 IPO 유력...4조 잭팟 터지나

7'박지윤-최동석 소송'에 이혼 변호사 일침..."얼마나 이익 보려고"

8의대 교수들 "휴학 미승인한 대학 총장들, 정부에 굴복할 건가"

9오늘 저녁 7시부터 '여의도 불꽃축제'...교통 전면 통제

실시간 뉴스

1내 표 값도 비싼데...수하물 요금도 이륙합니다

2황재균-지연, 결국 이혼... 지난달 이혼 조정신청서 제출

3일본서 때 아닌 축의금 논란..."1만엔권은 안돼!"

4저렴한 중국산 전기차에 불안한 EU...관세 인상으로 대응

5소총 달린 'AI 로봇개' 중동 테스트...결국 터미네이터 세계관 열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