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 바이오주 실적 부진에 곤두박질
[Stock] 바이오주 실적 부진에 곤두박질
바이오주 움직임이 요즘 심상치 않다. 2011년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며 코스닥 시장을 주름잡았던 것과는 영 딴판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에다 총선과 대선이 겹치는 선거의 해를 맞아 복지 정책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메디포스트의 주가는 2011년 10월 18일 사상 최고치인 24만 17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메디포스트의 주가는 10만원 수준이다. 올 들어 4월 3일까지 약 석 달 새 무려 42.7%나 하락했다. 그야말로 반 토막이다. 1월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메디포스트의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의 품목 허가를 승인했다. 그러나 이 발표 직전 회사 임원들이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1월 18일 메디포스트는 황동진 사장이 자사 주식 2만주를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한성호 이사 역시 336주를 매도했다. 날짜가 묘했다. 황 사장은 1월 11일과 12일, 한 이사는 1월 12일에 주식을 팔았다. 식약청의 발표를 앞두고 고점에서 주식을 팔아 차익실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연이어 양윤선 대표이사까지 1월 25일부터 3일에 걸쳐 주식 6만주를 처분했다. 매각 대금은 약 105억원. 회사측은 세금 납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엔케이바이오는 경영진이 횡령·배임설에 휩싸이면서 ‘동전주’로 전락했다. 4월 4일 종가는 907원. 2008년 이후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엔케이바이오는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영진의 횡령·배임과 관련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엔케이바이오는 3월 19일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는데 감사의견은 ‘한정’으로 나타났다. 상장폐지의 위험이 따를 정도로 경영상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엔케이바이오는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자본잠식률 역시 34%에 달했다.
메디포스트 주가 반 토막올 초 미래생명공학연구소 지분을 인해 바이오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동양텔레콤은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기대감에 1월 10일 1850원까지 올랐던 동양텔레콤의 주가는 300원대로 뚝 떨어졌다.
당시 동양텔레콤은 미래생명공학연구소 대표이자 줄기세포 전문가인 박세필 제주대 교수가 주식 600만주(7.34%)를 취득했다며 경영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4월 2일 동양텔레콤은 미래생명공학연구소의 주식 취득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회사측은 계약이행 여부가 불분명해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다.
다른 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마크로젠, 메디프론의 주가는 올 들어 각각 31.49%, 19.78% 하락했다. 코스닥 대장주로 불리는 셀트리온 역시 지지부진했다. 기대했던 만큼 실적은 뒷받침되지 않고 있는데다 여러 악재까지 겹치면서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2011년 한 해 동안 메디포스트의 주가는 308%, 젬백스는 190%, 마크로젠은 158% 가량 급등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500배가 넘는 종목들도 나왔다. 연이은 고공행진에 메디포스트는 시가총액 1조원을 넘기며 코스닥 상위 6위에 올라섰고 씨젠과 차바이오앤도 시가총액 1조원을 넘나들었다. 하지만 올 4월 3일 기준으로 메디포스트의 시총은 7300억원으로 줄었고 순위 역시 22위로 밀려났다.
가장 큰 문제는 실적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김미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테마 열풍을 타고 바이오주가 크게 올랐지만 더 상승하기 위해서는 펀더멘털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아직은 실적에서 큰 변화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제품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셀트리온의 경우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CT-P13)의 출시가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CT-P13 임상시험을 종료하고, 한국 식약청과 유럽 의약품청(EMA)에 품목 허가 신청을 냈다. 신지원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상반기 중 국내 허가·출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올해 2분기부터 중남미,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약 72여개국에 등록 허가·판매가 추진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내년 1분기에는 유럽에서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바이오앤은 천식 치료제인 몬테루카스트의 신형 ‘몬테루카스트 OTF’의 국내 출시를 노리고 있다. 차바이오앤은 4월 1일 식약청으로부터 ‘몬테루카스트 OTF’의 국내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추가 임상 없이 올 12월을 전후해 신약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디포스트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카티스템의 판매에 나선다. 카티스템의 국내 판권을 보유한 동아제약이 앞장 설 것으로 보인다. 메디프론 역시 치매진단키트를 개발해 시판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혈액을 통해 치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치매진단키트는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상품성이 크다.
좁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기 위한 해외 진출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씨젠은 모 글로벌 제약회사와 성감염증 진단 제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다. 수출 확대 등에 힘입어 올해 씨젠의 매출은 지난해 394억원 대비 52% 늘어난 600억원, 영업이익은 지난해 99억원에서 115% 증가한 213억원으로 전망된다. 씨젠에 관해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도 성장성이 양호하지만 향후 실적의 가시성과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의 매출 확대가 꼭 필요하다”며 “선진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에는 브랜드 인지도와 영업 인력 등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기에 매출 끌어올리기 어려워하지만 신제품이 출시된다고 해도 당장 큰 폭의 매출 확대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의사나 환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신제품이 기존 의약품의 자리를 대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출 역시 해외 마케팅 능력을 갖춘 기업이 드물고 다국적 제약사나 해외 제약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직은 한계가 분명하다.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평가다. 따라서 바이오주의 반등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나연 한화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기업의 경우 갑자기 큰 폭의 변화를 일궈내거나 매출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안정적으로 실적을 내는 기업, 연구개발 성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기업, 성과가 매출로 이어지는 간격이 짧은 기업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출에 따른 성장성이 부각되거나 펀더멘털이 좋아지는 시점에 투자 심리는 살아날 것”이라며 “그 시기는 오는 3분기쯤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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